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내 학창시절에는 농구골대의 그물이 항상 찢어져 있었다. 학교에서 새 것을 달아줘도, 일주일을 못 버텨냈던 것 같다. 농구가 열풍이었던 시절이라, 쉬는 시간마다 쏟아져 나와 공을 던지는 학생들의 열정을 감당할 수 없던 내구성일뿐더러, 새로 그물이 달리는 날엔 더 극성이던 열정들.
이렇듯 각자의 의미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물의 기억을, 들뢰즈는 ‘기호(sign)’라고 일컫는다. 언어학의 ‘기호’ 개념을 차용하면서도 ‘언어에 머무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해석으로 확장한 경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의 그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발터 벤야민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독일어 번역자이기도 하다. 그의 변증법적 이미지를 ‘별자리의 변증법’이라고도 하는데...
별자리는 서로 다른 시간대의 빛이 모인 형상을 지구 입장에서의 순간으로 해석하는 것. 실상 우리는 별의 과거를 보는 거잖아. 행복이란 말은 밑도 끝도 없는 추상이긴 하지만, 그것은 순간이 아닌 과거로부터 이어져 있는 구원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은 변하지 않지.
그러나 과거의 의미는 변할 수 있지.
때문에 프루스트가 적어놓길, 시간을 구원하는 건 기억이라고...
방황의 날들이 되레 열망의 이유가 된 정대만의 경우처럼...
그래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정신분석 계열의 철학들이 득달같이 들러붙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