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유산이었다
두 번의 유산이었다.
해외출장과 남북, 북미 간의 이벤트가 이어지는 그 시간 동안 나는 일과 함께 두 번의 유산을 겪어야만 했다.
일도 그만두고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4학기 째 미루고 있는 논문이 날 괴롭혔고 본격적으로 논문을 시작을 한지 한 달 만에 아이가 우리에게 왔다.
그렇다. 유별나다.
돌쟁이 엄마가 된다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이 모든 걸 나는 유별나게 진행했다.
아이를 갖기 어렵진 않았지만 유지하기가 어려워 두 번이나 슬픔을 겪어야 했고, 별스런 입덧으로 한 달 반을 병원에서 지냈다. 남편도 나와 같이 입덧을 했고 우린 말라갔다.
임신 내내 불안했다. 또 올지 모르는 불행 앞에 나는 사시나무 떨듯 했고 매일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임신이 쉽게 되지 않는 게 낫다고, 그러면 몸이라도 망가지지 않고 때가 되면 기쁨을 얻는 게 아니냐고 울음을 터트리는 내게, 나의 작은 언니는 심하게 나무랐다.
맞다. 나는 무시무시한 말을 한 거다. 아이가 찾아오기 만을 기다리는 이의 고통을 내가 어찌 알까. 다만 유산을 겪는 동안 '제로'가 아닌 '마이너스'에서 시작해야 하는 나의 몸이 너무나 가엽고 서글퍼서였다. 무엇보다 남편이 너무 짠했다.
우리 부부는 두 번의 유산으로 더욱 돈독해졌고 임신 내내 아름답지만 불안한 외줄 타기 일상을 보냈다.
입덧과 불안한 마음만 빼면 난 유학생활에서 돌아와 입사한 이래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좋은 태교가 됐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1년 전 오늘 딸을 안았다.
출산은 임신과는 달리 또 정말 엄청나다.
여러 의미에서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얻는 동시에 온몸이 구석구석 부서지며 마음이 나락으로까지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가장 나약해지기도, 또 가장 강해지기도 하는 순간이다.
임신과 출산, 산후조리에 대한 끝없는 공부를 했지만 실전은 달랐다.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전부 맞다.
책에서 본 것들이 전부 맞지만 실제 그보다 열 배 고통스럽고 열 배 어렵다.
1년 동안 육아란 것을 하면서 사실 남들이 말하는 것 같은 어떤 고되거나 힘이 들지는 않았다. 아니, 힘들다는 걸 잘 느끼지 못했단 말이 맞겠다.
입덧이 힘들었고 유산이 아팠고, 그리고 지난 10년을 너무 힘들게 달려온 탓일까.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을 동반한 형용할 수 없는 육아의 세계가 '아직까진' 말 그대로 괜찮다.
남들이 말하는 '100일의 기적(100일이 지나면 아이 보는 게 조금 수월해지는 시기가 온다)' 대신 내게는 '100일의 반전'이 있었고, 산후 4개월부터 시작된 두드러기도 아직 조금 남아있는 데다 모유수유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래도 뭔가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다.
어제를 마지막으로 수유 일지를 덮는데 눈물이 났다.
중간에 여행을 빼고는 지난 1년 동안 매일 적은 일지가 두 권이다.
내 아이의 지난 1년을 뒤적이며 훑어보니 거기엔 나도 있었다.
주변에선 딸이고 어렵지 않은 아이라 별로 엄말 힘들지 않게 했을 거라 한다. 근데 여느 집 애들처럼 우리 아이도 엄마 아빠 앞에서만 다른 얼굴이다. ㅋㅋㅋㅋㅋ(미안 아가.)
하지만 앞으로의 육아는 지금까지의 육아와 출산보다 더 엄청날 거다.
내 뼈 마디 구석구석 아픔 안고 얻은 사랑하는 존재는 내 통증만큼 더 자라날 테고, 내 몸은 더 약해지고 늙겠지만 또 나는 그만큼 더 강해지겠지. 나의 엄마처럼 나도 그렇게 엄마가 되어 가겠지.
엄마가 되기 전엔 잘 몰랐던 '나'라는 세상.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하게 우뚝 서 있는 모든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나, 너무 축하해. '돌 끝 맘' 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