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kbs가 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담을 두고 말이 많다. 기자(앵커)의 질문으로 많은 기자들이 자괴감이 든다고 할 정도다.
그리고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인터뷰한 kbs 송현정 기자의 질문이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송현정 선배는 '문빠'들에게 보수진영 편에 선 기자라고 뭇매를 맞았는데 당시 나는 그런 논란을 보고 너무 답답해 sns에 글을 썼었다. 그런데 이번 윤 대통령 대담 이후 다시 이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대담을 보고 누군가는 'kbs사장에 대한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니 기자가 하고 싶은 질문을 못했을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전 정권 문 대통령을 인터뷰한 송 기자는 같은 상황이 아니었겠나.
같은 상황에서 누군 하고 누구는 하지 않는다면, 그건 하지 않은 사람의 문제이다.
기자는 기자다워야 한다.
아래는 당시 문 대통령 인터뷰를 보고 쓴 나의 소감이다.
출처: 뉴시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 대담을 보고, 그 이후의 몇몇 논란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너무나 구시대적 사고에 갇혀 미성숙한 상태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임신을 하고 취재와 글을 쓰는 일상을 잠시 접었다. 그리고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과 안목을 키우고 넓은 혜안을 갖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곧 태교와 직결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글이 객관적이지 못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의 논란이 '몰이해'에서 온 것이라 본다. 기레기 논란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레기 논란이 사람들에게 기자와 그 일에 대한 무지까지 허용한다는 게 아니라는 걸 짚고 싶다.
문 대통령 대담을 진행하고 인터뷰한 기자는 내 기자 초년병 시절 기자실 뒷자리에서 매일 보던 선배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선배의 평소 태도나 지닌 기자관에 대해 내가 느끼고 있던 것과 최근 일각의 논란이 너무도 달라 놀라울 따름이다.
우선 나는 대담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시청했다.
그리고 나는 여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대선 후보로 나올 당시부터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독재자와 북핵, 대북 지원 관련 송 선배의 질문은 좋았다고 본다.
먼저, '독재자' 관련 질문은, 뉴스 가치의 판단에 따라 기자가 질문할 수 있는 영역이다.
혹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시절 누구도 '독재자의 딸'이란 질문을 하지도 못했다"라고 하면서 '기자가 대통령을 얕봤다'란 식으로 이해하거나, 또 어떤 이는 '언론환경이 그때보다 나아져서 질문을 할 수 있다'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일부 극성스러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평가처럼 송 선배가 극우파일 거란 추측과 더불어 그의 표정과 태도까지 지적하고 나선다.
내가 송 선배였다 해도, 이런 논란이 있음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나 역시 그런 질문을 했었을 것이다. 이윤, 간단하다.
출처: 연합뉴스
기자는 대통령부터 노숙자까지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어떠한 질문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기자는 대중을 대신해 묻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봐도 여자인 사람에게 혹자가 남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은 할 수 있다. 그 의혹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기 이전에 기자는 그런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뉴스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누가 봐도 남자인데 남자란 의혹이 있는 것에 대해 굳이 궁금해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떠한지를 떠나 그의 아버지가 독재정권을 끌고 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의 공과가 어떠한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말이다.
다시 문 대통령 인터뷰로 돌아와 이야기해 보자.
문 대통령에게 한 기자의 불편한 질문은 문 대통령이 해명 아닌 해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또, 해명할 필요도 없는 질문할 가치가 없는일이라고 보는 것은 논란 자체를 불식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알아야 한다.
기자의 표정 논란은 어떠한가.
논란 후, 송 선배는 긴장하느라 표정이 그러했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집중하느라 그런 표정이 나왔다는 건 취재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알 일이다.
기자는 준비된 질문을 한다기보다 큰 틀에서 질문을 준비해 놓고 대답에 따라 연관되는 추가 질문을 한다.
상대는 대통령이고 시청자는 국민이다.
대통령을 지지하든 않든 그 많은 국민을 대신해 되묻고 파헤쳐야 한다. 그러라고 주어진 시간이었고, 그걸 받아들이겠다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청와대다. 최초의 대담이라고 청와대는 홍보까지 했다.
지지하지 않는 쪽이 대통령에 대해 더 많은 의구심이을 가지고 있고 궁금한 게 많을 테고,반면 지지자들은 대통령에게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고 인터뷰가 제대로 끝나길 바라는 편에 가깝다.
어떤 질문이더라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거나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기울인 질문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뉴스 가치가 거기에 있다.
그런 중요한 순간에 초 집중하면 그런 표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자는 진행자가 아니다. 정돈되고 준비된 멘트와 표정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나 MC와는 다르다. 나 역시도 기사 쓸 때나 인터뷰하는 모습이 찍힌 내 사진을 보고 경악했던 적이 있다. 모든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험상궂은 사람의 모습이다.
반대로 준비된 멘트로 진행할 바에야 그런 단독 대담을 할 필요가 있을까. 땡전 뉴스 시대로 회귀하고 싶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