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기돌봄]
전 노래를 좋아합니다.
잘 부르지는 못해요.
음치에 더 가깝습니다.
오죽하면 고래 아기 때 동요를 불러주는데
옆지기가 옆에서
"애도 음치 만들 작정이냐"며
"그냥 동요 틀어줘"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노래하는 걸 너무 좋아해요.
코시국 전에는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가기)가
스트레스 해소 넘버원 방법이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야자 끝나고 집에 오면
30분쯤 큰 소리로 노래하다가
독서실 가곤 했습니다.
회사 다닐 때도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 폭발할 것 같으면
혼자 노래방 가서 두 시간쯤 소리 지르고
다시 가서 일하고 그랬어요.
요즘은 노래방도 못 가니
주로 차 안이나 집에서 부릅니다.
차 안은 제 아이들에게만 잠깐 미안하면 되지만
집에서는 층간소음도 조금 신경쓰입니다.
이웃에서 들었을 때
절대 아름다운 소리는 아닐 거라서요.
그래서 이불 뒤집어 쓰고 부르거나
옷장 안에 들어가서 부르기도 합니다.
안 부르진 않고요 ㅎㅎ
하루종일 재활치료가 있어서
어린이집도 안 가고
꿈별이랑 내내 붙어있는 날은
노래가 필요한 날입니다.
거실에 뽀로로 틀어주고
저는 안방에 가서 문 닫고
이불 뒤집어 쓰고
최애곡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유튜브 영상을 틉니다.
드라마 <도깨비>도 좋아하지만
이 주제가를 정말정말 좋아해요.
도깨비 김신의 마음을 절절히 가사로 옮겨놓아서
이 노래 한 곡만 들어도
드라마의 정서에 흠뻑 빠졌다 나올 수 있어요.
에일리의 가창력이야 뭐 말할 필요 없고요.
저만 들을 거니까 좀 못 불러도
창피할 일 없이 따라 부릅니다.
사실 저는 대학때 민중가요 노래패에서
첫 여성 패짱까지 할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고
졸업 후에도 계속 직장인 밴드를 했는데
그때도 노래를 못해서 연습 때 많이 혼나기도 하고
파트를 뺏기기도 하고
그냥 반주만 하라고 구박 받기도 하고
그래도 보컬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랬습니다.
어릴 때 음악 선생님도 그렇고,
노래패 선배들도 그렇고,
TV에 나오는 보컬 트레이너들도 그렇고,
노래를 잘 하려면 목으로 부르지 말라고
배에 힘을 주라고 하는데
저는 도통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었어요.
소리는 목에서 나는데
왜 배에 힘을 주라는 거지.
배에 힘을 주면 똥만 마려운데
어떻게 노래를 잘 하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래서 늘 생목으로 불렀죠.
노래방에서 두 시간쯤 혼자 부르고 나오면
목소리가 안 나옵니다.
첫째 키울 때 육아동지들과 모처럼 밤 번개로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열창을 하고는 한 달 넘게
인후염인지 후두염인지 성대결절인지
지독한 목 통증에 고생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좋아하지만
목이 쉬어서 오래 부르지는 못했는데요,
유튜브 버블디아 채널을 본 뒤로는
목 안 쓰고 노래하는 방법을
조금씩 연습하는 중이에요.
노래에 정말 진심이죠? ㅎㅎㅎㅎ
버블디아 유튜브 채널에서
발성 재생목록 정주행을 몇 번씩 하고
틈날 때마다 따라 부릅니다.
그런다고 뭐 노래를 썩 잘 하게 되진 않지만,
그래도 전보다 목이 덜 쉬어서
'첫눈처럼...'을 다섯 번쯤 연달아 부르곤 합니다.
이어서 'Let it go'도 두 번쯤 부르고
고래 하원하러 갑니다.
꿈별이는 제가 노래를 하면
빵 터집니다.
좋아한다기보다
매우 웃겨 합니다.
어쨌든 웃으면 좋은 거죠 뭐.
애 방치하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나니
저녁을 만들 기운이 생겨서
집밥을 차렸어요.
여유가 좀 생기면 혼자 노래방 가고 싶어요.
지금은 이불 뒤집어 쓰고 부르는 걸로 만족하기로...
방해 받지 않는 곳에서
혼자 크게 노래 해보세요.
의외로 속이 뻥 뚫립니다.
전 1~2주에 한 번씩은
30분씩 노래만 부르는 거 같아요.
흥얼거리기는 수시로 하지만
아예 작정하고 부르는 것만 말이죠.
이번 생은 노래 재능은 없어서 참 아쉽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트레스 풀고
자기돌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