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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ug 18. 2022

큰 소리로 노래하기

[엄마의 자기돌봄]


전 노래를 좋아합니다.

잘 부르지는 못해요.

음치에 더 가깝습니다.

오죽하면 고래 아기 때 동요를 불러주는데

옆지기가 옆에서

"애도 음치 만들 작정이냐"며

"그냥 동요 틀어줘"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노래하는 걸 너무 좋아해요.

코시국 전에는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가기)가

스트레스 해소 넘버원 방법이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야자 끝나고 집에 오면 

30분쯤 큰 소리로 노래하다가

독서실 가곤 했습니다.

회사 다닐 때도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 폭발할 것 같으면

혼자 노래방 가서 두 시간쯤 소리 지르고

다시 가서 일하고 그랬어요. 

요즘은 노래방도 못 가니

주로 차 안이나 집에서 부릅니다.

차 안은 제 아이들에게만 잠깐 미안하면 되지만

집에서는 층간소음도 조금 신경쓰입니다.

이웃에서 들었을 때

절대 아름다운 소리는 아닐 거라서요.

그래서 이불 뒤집어 쓰고 부르거나

옷장 안에 들어가서 부르기도 합니다.

안 부르진 않고요 ㅎㅎ

하루종일 재활치료가 있어서

어린이집도 안 가고

꿈별이랑 내내 붙어있는 날은

노래가 필요한 날입니다.

거실에 뽀로로 틀어주고

저는 안방에 가서 문 닫고

이불 뒤집어 쓰고

최애곡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유튜브 영상을 틉니다.

드라마 <도깨비>도 좋아하지만

이 주제가를 정말정말 좋아해요.

도깨비 김신의 마음을 절절히 가사로 옮겨놓아서

이 노래 한 곡만 들어도

드라마의 정서에 흠뻑 빠졌다 나올 수 있어요.

에일리의 가창력이야 뭐 말할 필요 없고요.


저만 들을 거니까 좀 못 불러도

창피할 일 없이 따라 부릅니다.

사실 저는 대학때 민중가요 노래패에서

첫 여성 패짱까지 할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고

졸업 후에도 계속 직장인 밴드를 했는데

그때도 노래를 못해서 연습 때 많이 혼나기도 하고

파트를 뺏기기도 하고

그냥 반주만 하라고 구박 받기도 하고

그래도 보컬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랬습니다.

어릴 때 음악 선생님도 그렇고,

노래패 선배들도 그렇고,

TV에 나오는 보컬 트레이너들도 그렇고,

노래를 잘 하려면 목으로 부르지 말라고

배에 힘을 주라고 하는데

저는 도통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었어요.

소리는 목에서 나는데

왜 배에 힘을 주라는 거지.

배에 힘을 주면 똥만 마려운데

어떻게 노래를 잘 하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래서 늘 생목으로 불렀죠.

노래방에서 두 시간쯤 혼자 부르고 나오면

목소리가 안 나옵니다.

첫째 키울 때 육아동지들과 모처럼 밤 번개로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열창을 하고는 한 달 넘게

인후염인지 후두염인지 성대결절인지

지독한 목 통증에 고생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좋아하지만

목이 쉬어서 오래 부르지는 못했는데요,

유튜브 버블디아 채널을 본 뒤로는

목 안 쓰고 노래하는 방법을 

조금씩 연습하는 중이에요.



노래에 정말 진심이죠? ㅎㅎㅎㅎ

버블디아 유튜브 채널에서

발성 재생목록 정주행을 몇 번씩 하고

틈날 때마다 따라 부릅니다.

그런다고 뭐 노래를 썩 잘 하게 되진 않지만,

그래도 전보다 목이 덜 쉬어서

'첫눈처럼...'을 다섯 번쯤 연달아 부르곤 합니다.

이어서 'Let it go'도 두 번쯤 부르고

고래 하원하러 갑니다.

꿈별이는 제가 노래를 하면

빵 터집니다.

좋아한다기보다

매우 웃겨 합니다.

어쨌든 웃으면 좋은 거죠 뭐.

애 방치하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나니

저녁을 만들 기운이 생겨서

집밥을 차렸어요.

여유가 좀 생기면 혼자 노래방 가고 싶어요.

지금은 이불 뒤집어 쓰고 부르는 걸로 만족하기로...

방해 받지 않는 곳에서

혼자 크게 노래 해보세요.

의외로 속이 뻥 뚫립니다.

전 1~2주에 한 번씩은

30분씩 노래만 부르는 거 같아요. 

흥얼거리기는 수시로 하지만

아예 작정하고 부르는 것만 말이죠.

이번 생은 노래 재능은 없어서 참 아쉽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트레스 풀고

자기돌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C) Bastien Plu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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