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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ug 21. 2022

좋아하는 음악 틀고 혼자 춤추기

[엄마의 자기돌봄]


춤 좋아하시나요?


저는 춤을 좋아합니다.

집안일하면서 노래 흥얼거리며

리듬을 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작정하고 춤추는 시간을

일과 사이에 끼워 넣습니다.

혼자 있을 때

커튼을 닫고 TV로 유튜브에 연결합니다.

신나는 음악을 틀고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춤을 춥니다.

아이 때문에 깔아 둔 거실 매트가

아주 유용한 순간입니다.

보는 사람이 없기에 잘 출 필요도 없습니다.

제 마음대로 마구 움직이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찬물 샤워를 하면

동남아 휴가가 부럽지 않습니다. 



저는 유치원 전 유아원 시절부터

교실 앞에 나가 춤추는 걸 좋아하던

무대 체질 아이였습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학예회, 소풍 장기자랑, 수련회 캠프파이어 등

기회만 있으면 꼭 나가서 춤을 췄어요.


그 시절 땀 흘리며 연습해서 추던 춤곡으로는

잼의 '난 멈추지 않는다',

노이즈의 '홀로서기',

뉴키즈온더블락의 'Step by step',

룰라의 '3, 4!',

SES 'I'm yours',

신화의 '천일유혼' 등이 있습니다.

젝스키스와 핑클 노래는

거의 전곡을 다 따라 췄고요.

일부러 연습하지 않은 곡들도

90년대 인기가요 안무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대단한 춤꾼이었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춤을 좋아하는데 태가 안 나는 타입이랄까요.

친구들이 "너는 무슨 춤을 춰도 에어로빅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중학교 체육대회 때

단체로 에어로빅 공연을 연습할 때였습니다.

에어로빅 강사님이 저를 콕 집어서

소질 있다고 하셨는데,

어린 마음에 아이돌처럼 추고 싶은데

에어로빅을 잘한다니

칭찬이 칭찬으로 안 들려서

속상해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학교마다 있는 춤 잘 추는 아이는 아니었고

그저 대중가요를 사랑하고

춤추는 걸 좋아해서

쉬는 시간마다 교실 뒤에서 춤 연습하고

집에서는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 둔

가요 프로그램을 돌려보며 안무를 따라 하던

흥부자 여고생이었어요.


대학에서는 민중가요 율동패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축제나 학교 행사 때 무대에서 율동 공연을 했어요.

처음에 율동을 봤을 때는

성인들이 무슨 유치원생 같은 동작을 하나

이상해 보였는데,

막상 몸으로 해 보니

아이돌 안무 따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쾌감과 신바람이 있었어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는

새내기 율동단 일원으로

남녀 학생이 짝을 맞춰서 율동 공연을 했는데

그때 함께 짝춤을 춘 남학생이

지금의 남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술 한잔하면

둘이 20년 전 율동 안무를 맞춰보곤 합니다.



춤에 대한 애정을 시시콜콜 늘어놓았는데

제가 춤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기 돌봄 방법 중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평소에 춤을 즐기지 않는 분들께도

막춤 춰보기를 추천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뇌나 가슴에만 저장되는 게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에 기억이 남아 있다고 해요.

그래서 트라우마 치료를 할 때

바닥에 누워서 팔다리를 위로 뻗은 뒤

마구 터는 방법으로 긴장을 풀고

감정 해소를 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꿈별이를 낳고 우울이 깊어져서

개인 상담을 오랫동안 받았는데

그때 상담사께서도 몸 털기를 추천해 주셨어요.


아이들 없을 때 혼자 거실 매트 위에 누워

팔다리를 흔들어 보기도 하고

아이 낮잠 잘 때 옆에서 살짝살짝 털어보기도 했는데

물론 그것도 효과가 있었지만

흥부자인 저에게는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서서 막춤을 추는 게

더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더군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혼자 있을 때 춰야 합니다.

한 명이라도 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가족이라 해도 시선을 의식하게 돼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요.

예쁘고 멋지게 추고 싶어 지거나,

춤 못 춘다는 평가를 받을까 봐

몸 움직이기를 주저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자기 돌봄을 위한 춤을 출 때는

안무를 그대로 따라 하지 않고

비트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요즘 댄스가수들 춤은 아주 고난도라

안무를 따라 할 때 오히려 더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기분전환을 위해 춤을 출 때는

줌바댄스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서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아무렇게나 막춤을 추고,

그와 별개로 BTS 안무나

슈가가 피처링한 싸이 노래의 안무 영상,

원더걸스 'Tell me'나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등을 틀어놓고

따라 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안무를 따라 하는 것도

저에게는 힐링이 되는 활동이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유튜브 덕에

90년대, 2000년대 무대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최신 댄스가요를 전혀 몰라도

신나게 춤추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습니다.

좋은 세상이에요.


혼자 있을 때 춤추기는

자기 돌봄의 일환으로 해보시고,

아이들과 함께 춤추는 것도

매우 즐거워서 추천합니다.


저희 아이들도 둘 다 흥부자라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뽀로로 동요 중

'바나나차차'나 '티키티키타카' 등을 틀어놓고

고래, 꿈별이와 같이 춤을 춥니다.

고래는 다섯 살에 동생이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캐릭터와 미디어를 접했는데

뽀로로 키즈파크 공연을 본 후로

그 안무를 매일 밤 연습해서 마스터했어요.

꿈별이는 잘 서지 못할 때도

뽀로로 동요가 나오면 힘껏 몸을 일으켜서

두 발로 선 후 음악에 맞춰 팔을 흔들었습니다.

요즘은 방 안을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나름의 안무로 리듬을 즐깁니다.


저는 아이들이랑 놀아주는 게 힘든 성격이라

같이 게임을 하거나 놀이를 하는 것보다

같이 춤을 추는 게

아이들과 더 즐겁게 지내는 방법이에요.



나도 돌보고

아이들도 돌보게 도와주는 춤!

돌봄에 지친 엄마라면

오늘 마음껏 몸을 흔들어보는 건 어떠실까요?



© johnnymcclung,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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