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 Ha Dec 25. 2019

03. 직장인의 고전 읽기

나도 고전을 한번 읽어볼까?

Sourced from Unsplash


김태풍 씨는 용인에 위치한 H기업에 근무하는 7년 차 선임 연구원이다. 어느 날 본사에서 새로운 임원이 발령을 받아 연구소로 내려왔다. 그분은 엄청난 독서광으로 집에 보유한 책만 1만 권이라고 회사 내에 소문이 나 있었다. 그는 20년 동안 본사에서 관리직으로 근무를 하다 연구소라는 전문적인 조직에서 새롭게 일을 배워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지식과 냉철한 머리로 업무를 배워갔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도 거리낌 없이 담당자를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소크라테스가 산파법을 쓰는 것처럼 질문을 던져가며 핵심을 재빠르게 파악하며 일처리를 해나갔다.


김태풍 연구원은 그 임원의 지식과 총명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연한 기회에 그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태풍 연구원은 직장인으로서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바로 김 연구원의 눈을 쳐다보았다. 아마도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지를 확인하는 듯했다. 그 후 그는 경쟁자에게는 절대로 알려주고 싶지 않은 책이 있다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추천했다.” 김 연구원은 이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직장인에게 일본 대하소설을 권하는 게 의아할 따름이었다. 

임원실을 나오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책을 검색을 했다. 32권이나 되는 책 권수에 놀랐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책을 통째로 주문했다. 다음날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책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고 얼른 읽어보고 싶었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빨리 마치고 자리에 와서 책을 펼쳤다. 낯선 일본인 이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름에서 떠올려지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릴 수가 없다 보니 등장인물이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많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기만 하다. 결국, 등장인물의 이름을 적어가면서 가계도를 그리며 읽어나갔다. 시간은 더디지만 기억을 하려면 이 방법뿐이 없었다. 더 골치 아픈 문제는 일본인은 어린 시절 이름인 아명이 있고, 자라면서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등장인물을 1명이지만 그 사람의 이름이 3~4개나 되는 경우가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경우 아명은 마쓰다이라 다케치요였다가 자라면서 이름을 모토노부, 모토야스, 이에야스로 개명한다. 


책을 읽다 보니 일본 문화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전략적으로 이혼하고 결혼을 한다. 자신의 자식을 다른 성주에게 인질로 보내기도 하고, 자신의 부모를 인질로 보내기도 한다.  일본 문화에 대한 배경이 없으니 도무지 책을 봐도 이해도 안 되고 의문만 든다. 3권까지 꾸역꾸역 읽었으나 이해도 안 되고 내용도 어렵고 따분했다. 


김 연구원은 우연히 옆 사무실에 근무하는 선배에게 요즘 도쿠가와 이에야스 책을 보고 읽는데 어려워서 못 읽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직장인의 공부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최대한 단기간에 끝내야 해. 특히, 어려운 고전의 경우 무작정 책만 읽다가는 내용이 어려워 이해도 안 되고 시간만 낭비하거나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고전의 경우 우선 내용의 뼈대를 잡고 책을 읽으면서 살을 붙이는 작업이 필요해. 골자를 알고 책을 읽으면 책 읽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흥미도 붙어 어려운 책도 읽기가 쉬워질 거야.”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본인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있는데 팟캐스트 도움을 많이 봤다는 것이다. 우선 팟캐스트로 관련 책 내용의 설명을 듣고 책을 읽으니 내용 이해가 너무 용이하다는 것이다. 웬만한 고전은 이미 팟캐스트에 올라와있고, 설명을 듣고 책을 보면 이해가 빨라져 흥미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김 연구원은 팟캐스트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찾았다. 그리고 여름휴가 내내 팟캐스트를 들었다. 듣다 보니 너무 재미 었어서 노트에 내용을 적어가면서 들었다. 휴가 동안 팟캐스트를 다 듣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뼈대가 있으니 책을 읽기가 너무 수월했다. 이제 김 연구원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팬이 되었다. 주위의 동료들에게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추천하는 전도사가 되었다.  


김 연구원의 사례처럼 직장인은 학생 때처럼 종일 도서관에 처박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단기간에 끝내야 한다. 빠르게 뼈대를 잡고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책을 볼 때도 검색을 통해 요약, 리뷰를 먼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핵심을 이해하고 독서를 통해 살을 붙여나가면 재미도 있고 지식도 쌓인다. 고전을 읽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 직장인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읽고자 하는 고전을 팟캐스트로 들어보자. 이를 통해 뼈대를 잡고 책을 읽으며 살을 붙여 나간다면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어려운 고전을 독파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시나시 02. 변하는 시대를 읽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