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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Ha Sep 01. 2019

모시나시 02. 변하는 시대를 읽어라


 연공서열(Seniority)은 과거의 시대를 지배하던 패러다임이다. 물건을 만들면 팔리던 시대에는 기업은 계속 성장했기 때문에 고용의 문제는 없었다. 회사 입사 후 승강기를 타면 자동으로 어느 정도까지 승진할 수 있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제품을 차별화된 가격에 판매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되었다.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다윗이 골리앗(거인)을 물리치는 것처럼 스타트업이 전통적인 대기업을 시장에서 제압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어느 기업도 생존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기인 것이다. 5억 4천만 년 전 다양한 종류의 생물체가 급격한 증가를 보인 캄브리아기 대폭발처럼 기업의 숫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트렌드의 중심지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실리콘 밸리에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미국 주식시장의 시총 선두를 다투는 시대가 되었다. 미국인들에게 한 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보면 그들의 답변은 ‘전통적인 직장관’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더 이상 기업이 우리의 생존을 책임져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 사건에 연루된 두 명의 용의자가 심문을 받는 상황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보자. 지준이와 정규는 어젯밤 대전의 한 은행에서 20억 원을 훔쳐서 달아났다.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한 탓에 증거는 없지만 황을 보아 경찰은 이 두 명을 용의자 선상에 올려놓고 심문을 하게 되었다. 용의자의 자백을 통해 범죄를 입증할 목적인 경찰은 두 명을 다른 방에 두고 심문을 진행한다. 경찰이 제시한 조건은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먼저 자백하면 즉시 풀어주고 나머지 한 명은 10년형을 살게 된다. 만약 둘 다 자백하면 5년을 복역하고 둘 다 죄를 부인하면 모두 6개월 형을 살게 된다. 과연 지준과 정규는 어떻게 하였을까?            

 결론은 둘 다 죄를 자백하고 5년형을 살게 된다. 둘 다 죄를 부인하면 6개월 형만 살게 됨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할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생각한 나머지 죄를 자백하게 된다. 서로 상대를 신뢰하여 죄를 부인하는 경우에 가장 이익이 되는 6개월 형을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여 죄를 자백하는 배신을 하게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며 게임 이론(Game Theory)라고 한다.

 

 직원과 기업. 이 두 관계는 앞서 말한 죄수의 딜레마와 비슷하다. 기업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직원도 마찬가지이다. 평생을 바쳐 일한 직원에게는 기업의 배신은 야속하기만 하고, 역량 있는 직원이 나가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야속하기 짝이 없다. 마치 지금의 상황은 누가 먼저 배신을 하느냐가 중점이 되어버렸다. 둘 다 배신하지 않으면 가장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됨에도 불구하고 배신이 일반화된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을 살짝 뒤집어 보자. 배신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직원의 입장이든, 기업의 입장이든 상대가 나를 배신할 수 없게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내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서로에게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가 상대방이 나를 배신할 수 없게 만드는 척도가 될 것이다.

 

 과거에 기업이 직원을 배신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은 직원이 늦게 남아서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최고의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며 법이 바뀐 것이다.

  

  2017년 OECD의 국가별 연평균 근무시간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무시간은 2,024시간으로 멕시코 2,258시간 다음으로 길다. 이는 OECD 평균 근무시간 1,746시간보다 278시간 길고, 일수로 따지면 약 35일이 긴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성은 34.3으로 OECD 36개 국가 중 29위로 하위권이다. 즉, 지금까지 낮은 생산성을 직원이 일하는 시간을 늘려 극복했던 것이다.

 

  업무 시간이 줄어든 기업의 고민은 ‘어떻게 제한된 시간에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들까? 라면, 직원의 고민은 ’ 일하는 시간이 부족한데 어떡하지?‘이다. 결국 둘 다 시간을 중심에 두고, 제한된 시간 내 효율적으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을 못 높이면 인원을 충원해야 하고, 직원의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이 떨어지면 저성과자로 낙인이 찍힐 수 있게 된다.

 

 결국 이제는 시간의 문제이다. 시간당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느냐, 시간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무기가 될 것이다. 시간은 모두가 가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시나시, 모두의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드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여름철 모시로 만든 나시를 입은 것처럼 시원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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