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_희주
길가에 무심히 피어있는 토끼풀이 손가락에 반지가 되어 앉았습니다.
'어릴 때 꽃반지 많이 만들었는데...' 한 마디에 그때 그 시절 그랬듯이 이제는 어른이 된 소녀의 손가락에 중년의 아빠는 덤덤하게 꽃반지 만들어 주십니다. 그 작은 선물 하나가 웃을 일 없던 회색빛 하루를 환한 꽃빛으로 물들입니다.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눈에 밟히는 흐드러진 토끼풀처럼, 꽃반지 만들어주시던 그 내리깐 눈꺼풀이 마음에 아른거립니다.
오늘,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거리에, 아빠는 그렇게 꽃이 되어 내 손가락에 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