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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Feb 05. 2020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에게

엄마만 육아하라는 법 있나요?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남성 직장인이 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6.2% 증가한 수준으로 남성 육아휴직자가 2만 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라고. 이 수치에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공무원, 교사 등은 제외되었다고 하니, 실제 남성 육아휴직자는 2만 명 이상으로 추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내 주위에도 아빠 육아휴직자, 전업 아빠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남편의 지인은 몇 년 전부터 회사를 나와 두 아이의 주양육을 전담하고 있고, 가까운 이웃 중에는 2년간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를 돌보기로 결정한 아빠도 있다. 꼭 양육을 전담을 하지는 않더라도 주말에 문화센터나 소아과, 미술관이나 키즈카페 등을 다니다 보면 아이와 함께 온 아빠들이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아빠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아빠들이 육아 휴직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남편 역을 맡은 공유도 산후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대신에 육아휴직을 결심하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 않은가. 회사 내 입지, 줄어드는 월급, 부모의 반대, 본인의 의지 부족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서 말이다. 영화 속 공유의 결정이 현실을 빼닮은 것 같아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만 육아하라는 법 있나?



 한 책을 통해서 이 영화와 비슷한 상황 속에서 '전업 아빠'로 용감하게 전향한 아빠를 알게 되었다. 그는 산후 우울증이 찾아온 아내를 대신해 얼떨결에 운영하던 사업을 관두고 육아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6년간 주양육자로 활동하면서 육아의 즐거움과 행복에 빠져들었고 자칭 '아빠 육아 전도사'가 되었다. 최근에는 그의 좌충우돌 육아 경험을 담은 육아 에세이 <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을 펴냈다. 그는 현재 네이버 대표 카페 '초등맘', 유튜브 도반장 TV를 운영하며 아빠, 엄마들과 활발히 육아 소통을 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자신이 처음부터 육아에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었다고. 어쩌다 아빠 육아를 하게 되었지만, 주양육자로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아이를 사랑할 줄 아는 아빠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아이가 엄마를 더 잘 따르고 엄마가 육아를 더 수월하게 해내는 것(그렇게 보이는 것)은 엄마가 육아에 재능과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라, 뱃속에서부터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뿐이라고. 아빠도 엄마처럼 아이와 많은 것들을 함께 하고 교감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빠도 더 육아를 잘할 수 있게 된다고.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지레 겁먹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아이와 시간을 보낼 기회를 많이 만들라고.

 



아빠가 육아를 전담했을 때 벌어질 일들이 궁금하다면 아빠가 쓴 육아 에세이가 도움이 될 것이다 © 엄마 엘리



 

엄마는 몰랐던 아빠 육아의 고충들




 책을 읽으며 아빠 육아의 시선과 관점으로 육아를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내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전업 엄마인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어려움과 장애물이 전업 아빠인 그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일례로, 그는 '맘'이 아니라는 이유로 '맘 카페'에 가입할 수 없었고, '남자'라는 이유로 수유실에 눈치 보며 들어가거나 때론 들어갈 수 없었다. 아이가 어렸을 땐 문화센터에서 만난 엄마들과 친해지기 어려웠고, 어린이집에 보낼 땐 놀이터에서 매일 보는 엄마들과 섞이기 어려웠으며, 그들의 단체 카톡창에도 초대받지 못했다고 한다. 


 육아를 하다 보면 외롭고 지칠 때가 많은데, 그 시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만 그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근처 어린이집에도 아빠가 1년간 꾸준히 아이 등 하원을 하고 육아를 전담하는 가정이 있는데, 그 아빠와 마주칠 때 반갑게 인사는 하지만 함께 커피를 마신다거나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는 가지지 못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실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아빠의 심정이 이랬겠구나 싶기도 했다. 


 대게 엄마들끼리 약속을 잡을 땐 나름의 규칙이 있다. 어린아이가 있는 엄마 동네로 가거나, 아이와 함께 있기 편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는 모임에서 그런 배려를 받을 수 없었다. 또래 아빠, 미혼 친구들은 육아의 경험이 깊지 않거나 전무하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장소를 정하거나,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그런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고 밝혔다.


 육아를 전담하는 남편 지인은 최근 남편과의 약속을 취소했는데, 그 이유가 '큰 아이가 열이 나서'였다고 한다. 보통 사회생활을 하는 아빠들이 이러한 이유로 지인과의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렇게 아이와 깊은 유대를 형성하는 아빠가 얼마나 될까? 이렇게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들이 더 많아지면 사회, 조직 내 변화도 더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선배가 초보 아빠에게 



 그는 네이버 초등맘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육아 선배 엄마들의 조언이 자신이 육아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하며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첫째, 힘들어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육아 지침서대로 아이를 키울 필요는 없다.

 셋째, 부부 사이가 화목할 때 아이는 더 밝게 성장한다.

 넷째, 규칙을 정할 때는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의해야 한다.

 다섯째, 너무 완벽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토대로 그는 6년 동안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고, 자신이 선택한 전업 아빠의 길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 재단 설립이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육아 아빠 선배인 그가 쓴 이 책은 이제 초보 아빠에게, 혹은 육아 휴직을 앞두거나 고민하고 있는 아빠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할 때에 간접 체험, 미리 보기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으니 말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다 가장 중요한 '아이와의 시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육아 방식은 없다고. 그러니 모든 아빠들이여,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 이 순간부터 아이에게 적극적인 아빠가 되어보길 바란다, 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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