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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Feb 04. 2020

나에게도 이런 아빠가 있었더라면

인생 여로를 헤쳐나갈 지혜와 방법들을 진솔하고 정답게 일깨워줬더라면

 여기, 구글 초창기 핵심 연구원을 거쳐 텐센트 부사장을 지낸 후 다시 실리콘밸리로 돌아가 벤처투자사를 운영하는 자수성가한 한 아버지가 있다. 1960년대 중국에서 태어난 그는 태어나서 처음 기억하는 개념이 가난일 정도로 혹독한 가난을 겪어야 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일념으로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 중국 일류대학인 칭화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그는 초일류 기업들을 거치며 승승장구했고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큰 성공을 일구었다. 그가 바로 저명한 자연언어 처리 및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 우쥔(Wu Jun)이다.


 그는 어린 시절 증국번, 푸레이, J.P 모건 등 훌륭한 인물들이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를 읽으며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한 영향으로 그도 사춘기에 접어든 두 딸들에게 편지와 유사한 이메일로 소통하며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관점들을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두 딸들에게 쓴 편지글들은 <Attitude(태도)>라는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한글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로 번역 출판되어 내 두 손에 전해지게 된 것이다.



 

 

 브런치에서 책의 서평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빠른 시일 내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읽고 싶은 책들은 넘쳐나므로) 하지만 이 책을 펴자마자 조정래 작가의 추천사가 내 시선을 붙잡고 말았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두 딸들에게 삶의 구체적인 현실과 실감 나는 체험을 조근조근 들려주며 인생 여로를 헤쳐나갈 지혜와 방법들을 진솔하고 정답게 일깨워준다." 포근하고 정겨운 부성애가 담긴 아버지의 편지글이라니, 호기심이 동했다.


 우쥔은 두 딸에게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무엇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원 제목이 "Attitude"일만큼. 한글 번역판에서 비록 제목은 바뀌었지만(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아쉽다), 인생, 세상, 돈, 사람, 문제, 일 등 총 6가지 주제로 구분해 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두 딸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태도를 조심하라
그것은 너의 생각을 지배한다

 



인생의 고비마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나눠주는 부모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 Unsplash




세상에는 단 한 번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일은 많지 않단다. 최고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 아빠는 네게 탁월함을 추구하고 최고의 1%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단 한 번에 그걸 이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어. 완벽한 결과는 단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계속 고치고 절충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거란다.
1장. 인생을 대하는 태도, 47p

그러니 얘야, 어떤 일을 하거나 혹은 하려고 하지 않을 때 반드시 큰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해 보렴. 그리고 어떤 일을 시작했다면 가능한 높은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높은 경지를 추구해야 한단다. 여기서 높은 경지라는 건 더 멀리 내다보는 것을 의미해.
2장. 세상을 대하는 태도, p71



  책 앞쪽에 구성된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읽은 직후 나는 가슴 한 구석이 찡하고 먹먹해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대학교 때 멀리 떨어져 있는 아빠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경험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졸업을 앞둔 시점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바로 취업을 할지, 편입을 할지, 대학원에 갈지, 다른 시험공부를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내가 뭘 잘할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미래가 불안하고 두려웠지만 주변에 딱히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부모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큼 가깝지 않았고, 신뢰를 쌓은 교수도, 선배도 없었다.


 타국에 계신 아빠와 이따금씩 이메일로 근황을 주고받을 때였는데,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아빠에게 당시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심리학으로 전공을 옮겨 대학원에 가고 싶다고 했던가. 얼마 되지 않아 질책과 비난 수준의 답변이 돌아왔다. '네가 지금 제정신이니?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니?'


 아빠가 보기에는 철없고 얕은 수준의 고민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가 심리학에 큰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대학원에 갈 형편도 되지 못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혼란스럽고 답답한 마음을 아빠가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랐다. 인생 경험이 더 많은 어른으로서 도움이 되는 조언을 기대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훈계뿐이었다.


 두 딸을 향한 우쥔의 진심 어린 조언의 편지글을 읽고 있자니 20대 초반에 받은 상처가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때 나에게도 이런 말을 해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끊임없이 전해주는 부모가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나는 조금 더 일찍,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내가 이런 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남편은 말했다. 충분히 잘 성장했으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고. 대신, 우쥔같은 엄마가 되면 되지 않느냐고.


 그의 말에 나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미 살아버린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 현재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세상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보는 식견을 길러 아이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때 곁에서 아낌없이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엄마로 성장하자고, 말이다.


 그는 딸에게 행복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자신이 체득한 삶의 지혜를 아낌없이 전수한다.


 첫째,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꿈을 갖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셋째, 사람들과 어울리며 언제나 상대방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넷째, 인생을 조금 더 멀리 보아야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언행일치를 보여준 그의 삶 자체가 딸들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본받아 나 또한 나만의 원칙과 철학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오늘도 내 안에 책 한 권만큼의 변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에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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