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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Mar 06. 2020

유튜브를 보는 아이, 유튜브를 소유한 아이

돈에 안목이 있는 아이로 키우는 법

 지난주 주거래은행을 방문해 아이 명의로 주식계좌를 개설했다. 그동안 아이 이름으로 관리해온 적금과 청약을 해지하고 통장에 모인 금액은 전부 새로 개설한 아이의 주식계좌에 넣었다. 아이가 커서 돈에 대한 개념이 섰을 때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종잣돈으로 마련해주고 싶어서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나는 아이의 세뱃돈, 돌잔치 수익금, 정부지원 아동수당 등 아이 앞으로 받은 금액을 따로 모아놨었는데, 아이가 세 돌이 넘어가면서 아이 계좌를 따로 만들어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 앞으로 모인 금액이 5백만 원을 넘어가면서다. 문득, 일반 입출금 통장에 묵혀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 후 1년간 월 20만 원씩 받은 양육수당(2017년 기준)은 제외한 것이니 이것까지 합치면 상당히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작년 1월경 그 금액의 일부를 떼어 6개월 만기의 달러 예금을 들었고, 만기 시점에 달러가 올라 약 3.3%의 수익을 내었다. 총금액은 다시 입출금 통장에서 반년 간 잠을 자다 지난달 연 5% 금리의 하나 더 적금에 월 30만 원씩 넣고 있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점점 쌓여만 가는 목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아이의 돈'을 내 주식계좌에 함께 섞어서 투자하는 것은 소유가 불분명해져서 영 내키지 않았다. 명백히 아이 소유의 돈인 만큼 잘 관리해주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통장을 보여주며 '경제 교육'을 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유대인처럼. 유대인은 아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시키고, 아이가 원하는 물건도 절대 쉽게 사 주는 법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유대인이자 일본계 미국인 사카이 레오가 쓴 자녀교육서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과 최근 개설한 아이 명의의 증권계좌 © 엄마 엘리



 그런 고민이 깊어진 시점, 때마침 내 구미를 당긴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유대인이자 일본계 미국인 사카이 레오가 쓴 자녀교육서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이 바로 그것이다.


 사카이 레오는 미국 투자은행 JP 모건을 거쳐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입사, 2007년에 사상 최연소로 영업 실적 1위를 달성하고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부사장 자리까지 오를 만큼 뛰어난 경제 감각의 소유자다. 그의 탁월한 돈에 대한 감각은 어릴 적 부모의 경제 교육으로 길러졌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받은 교육과 각 나라를 돌며 연구한 유대인 교육법, 엘리트 자녀 교육법의 공통점이 '돈에 강한 교육'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아시아 정서에 맞는 자녀 경제교육서로 집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경제 머리'



 20년 전, 전 세계 인구가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어 밀접한 삶을 살 줄 아무도 몰랐듯, 앞으로 우리 자녀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10~20년 안에 현존하는 일자리의 47%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저자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며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할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돈을 읽을 줄 아는 현명한 '경제 머리'라고 강조한다.



아이의 경제 사고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부모 세대가 살아온 시대와 완전히 다릅니다. 단순히 공부를 잘하거나 계획성이 있다고 해서 잘 사는 시대가 아닙니다. 돈에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7p

돈을 창출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10년 후에 남아 있을 직업이 무엇일지 예상하고 그 직업을 목표 삼아 열심히 공부하기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앞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86p  

이제 개인의 독자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돈을 창출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수도,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사실 일반 학교에서 돈을 창출하는 능력은 거의 배울 수 없기 때문에 가정에서 부모님이 아이에게 도움을 줘야 합니다. 8p

 



인상깊었던 워런 버핏과 프랭크 뉴먼의 명언 ©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포레스트북스



 세계적인 주식 투자자 워런 버핏은 11세부터 주식 투자를 했다고 한다. <워런 버핏과 함께한 점심식사>를 읽으며 워런 버핏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그는 증권 중개인이던 아버지를 통해 주식의 세계에 눈을 떴고 11살에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자신이 더 일찍 주식을 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고 밝힌 것이다. 그에 따르면, 어느 한 부분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영재들은 영유아 때부터 그 재능을 키워주는데, 자신의 부모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4세부터 주식을 시작했다면 자신의 삶이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면서 말이다.


 

4 아이 명의로 구글 주식을  이유 



 이 책에서도 아이가 스스로 돈을 모아 작은 투자를 직접 해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금리 시대에 낮은 예금에 돈을 묶어두기보다 투자를 하는 편이 자산을 늘릴 가능성이 크고,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아이와 돈 이야기를 하는 걸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아이와 함께 돈과 관련한 건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이의 경제 교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가령, BTS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그룹의 수입은 어느 정도 될까?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니 얼마나 다양한 나라의 화폐로 돈을 받을까? 하고 묻고,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세계적인 게임 회사의 주식이나 프로게이머의 수입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37개월인 우리 아이에게 유튜브는 단연 가장 친숙한 매체이다. Youtube 로고만 봐도 반가워 눈을 반짝일 정도니까. 그래서 아이 명의의 첫 주식으로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포함된 S&P500 ETF를 선택했다. (알파벳은 1주당 한화 150만 원이 넘은 관계로)


 그리고 그다음 날, 유튜브 영상을 집중해서 보는 아이에게 말해줬다.


지금 보는 저 유튜브,
네 거야.



 아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래서 설명을 덧붙였다. "어제 엄마가 네 돈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미국의 구글이라는 회사 주식을 샀어. 주식을 사는 것은 그 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과 같은 의미거든. 이제 유튜브의 일부는 우리 채유 거야. 매일 보면서 저게 내 거다, 이렇게 생각해봐. 더 재밌을걸." 하고 말이다.

  

 앞으로 10년 이상 아이 앞으로 S&P500 ETF를 조금씩 모아갈 것이다. 아이가 주식에 흥미가 생기게 된다면 언젠가 자신의 판단으로 알파벳 주식을 매수할 날도 오리라 믿는다.


 아이가 더 커서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게 된다면 월트 디즈니 주식을 매수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회사의 주가 변동 추이를 아이와 함께 확인하고 싶다. 주식을 통해 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투자란 무엇인지 일찌감치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돈에 강해지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인재가 되면 기존의 상식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보다 넓은 세계를 접하고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되면 돈에 끌려다니는 아이가 아닌, 돈에 안목이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인 내가 먼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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