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20년을 살고, 다른 나라에서 잠시나마 살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이라는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에, 호주에서의 삶에서 더욱 풍요로움을 느끼기도, 삭막함을 느끼기도 한다. 호주에서 어떤 경험을 하면 한국에서의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면서, 일상이 더 풍부해진다. 그럼 내가 느낀 한국과 호주의 정말 사소하고 소소한 정말 주관적인 다른 점들을 적어보겠다.
1. 길에 쓰레기 통이 정말 많다.
학교 가는 15분 사이에 쓰레기통만 10개 이상을 본 것 같다. 한국에서 길을 걷다 보면, 쓰레기통도 아닌 봉지들이 쌓여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호주에서 그런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있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사소함들이 모여 친환경적이고 클린한 호주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애들레이드의 경우엔 쓰레기통도 센스 있게 생겼다. 농구 골대처럼 생긴 쓰레기통도 있고. 쓰레기 버릴 맛이 난다.
2. 버스 탈 때도 내릴 때도 기사님에게 인사를 한다. (버스 문화)
내가 호주에서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뽑을 수 있겠다. 진짜 진짜 진짜 이 점이 제일 좋아!!!!! 탈 때도 기사님과 인사하고 내릴 때도 손짓과 함께 '땡큐' 하며 기사님께 인사한다. 인사하면 다섯 분 중 세 분은 손짓으로 같이 인사를 해주신다. 버스 타고 내릴 때마다 가슴 따뜻 해지는 것... 멜버른이랑 시드니보다 확실히 애들레이드 기사님들이 친절한 것 같긴 하다. 아무래도 대도시엔 이런 버스 문화가 자리 잡기 힘든 점들이 있겠지.
또 유모차나 휠체어 탄 분들이 버스나 트램을 탈 때 기사님들이 내려서 직접 도와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오래 기다리더라도 싫은 내색 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버스 타고 가다 보면 마음 따뜻해질 때 정말 많다.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대중교통 문화가 정말 다른 것 같다. 버스나 트램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타기 좋게 땅과 가깝게 기울어지기도 한다
한국처럼 신용카드로 버스 요금 결제할 수 없고! 한국처럼 한 카드로 여러 명을 한꺼번에 결제할 수 없다. 교통카드 하나로 한 명만 결제 가능하고, 카드가 없을 경우 현금을 내고 티켓을 받아서 티켓을 찍어야 한다!!!! 현금을 통에 넣고 바로 탈 수 있는 한국과는 다르다. 현금을 기사님께 직접 드리면 기사님이 티켓을 주시는데, 사람들이 많을 땐 정말 밀린다. 효율적인 시스템은 아닌 듯! 호주는 주마다 시스템이 달라서 시드니와 멜버른의 경우는 다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말정말정말 맘에 안 드는 것은 애들레이드 버스에는 안내 방송이 없다!!!!!!!!! 그래서 틈틈이 위치를 확인해줘야 하고,, 처음 가보는 곳을 갈 때는 구글맵으로 내려할 정류장을 꼭 체크해야 한다.... 밤에 버스 탈 땐 껌껌해서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에 꼭 기사님 바로 뒤에 앉거나 구글맵으로 내 위치를 계속 확인한다.... 한국과는 다르게 시티가 아닌 곳은 정말 암흑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정말 1도 안 보여서 언제 내려야 할지 멘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낮이더라도, 시티 밖을 벗어나면 특징 있는 건물 없이 다 비슷하게 생긴 하우스들과 나무들만 즐비해 있을 때가 많아서... 안내 방송이 절실하다..
3. 국가에서 일을 안 하는 대학생들에게 용돈을 지급한다.
호주는 정말 유학생들, 워홀러들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호주 시민권자는 학비도 10년에 나눠서 내고, 학교 다니면서 텍스 잡을 하지 않는 대학생에게 용돈도 지급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호주 친구들이 이 돈으로 생활하기 부족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정말 부러웠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 땐 국민들에게 잡 키퍼 잡 시커 등의 정책으로 2주마다 한화로 약 120만 원 정도 되는 돈을 지급하고 있고 연금도 10000불까지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호주 사람들의 여유는 아마도 국가 복지에서 나오는 듯싶다. 정말 호주 복지는 알아도 알아도 끝이 없다. 이래서 호주 영주권, 시민권 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4. 한국 사람들에 비해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지 않는다.
호주만의 차이점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서양 사람들이 마른 몸매가 아니더라도 비키니를 입는다. 또 할머니들도 거리낌 없이 비키니를 입으신다. 또 아무도 살집이 있는 사람이 비키니를 입는다고, 나이 드신 분이 비키니를 입는다고 해서 손가락질하거나 비난하는 경우가 없다. 말 그래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에선 레깅스 입고 일상생활하는 것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민망하게 돌아다닌 다며 레깅스 입은 사람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호주에서는 그 모든 것이 '민망함'에 속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한국에서 20년 살아서 그런지, 호주에 살고 있어도 살들이 신경 쓰여서 절대 비키니를 입지 못 한다. 하지만 호주에선 바다에 가면 나이. 몸매 불문 다 비키니를 입고, 또 다른 사람들도 그걸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문화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