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못 배운 어른들이 특정 직업군을 비하하면서 "나중에 공부 안 하면 너 저렇게 되는 거야"라고 말한 이야기를 커 오면서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 분들을 가리키며 그런 말을 하는 건 정말 몰 상식한 행위지만 게으르고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며 "뭐라도 되겠지" 하고 있는 나를 가리키며 "나중에 한 가지 일도 마무리 짓지 못하면 너 저 언니처럼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건 비하가 아니라 팩트폭격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적지 설정이 잘못된 건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 맞는지 중간점검을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면 나처럼 된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을 때 빠르게 수정하고 도약해 나아가야 하는데 나는 그걸 하지 못 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끝맺음을 못 하는 삶을 살았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시작하면 남들보다 빠르게 익히고 결과도 좋았지만 꾸준히 하지 못 했다. 어렸을 때부터 끝까지 푼 문제집이 없을 정도니 말 다 했다. 끝까지 푼 문제집이 없어도 초등학생 땐 배운 내용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앞의 내용을 조금은 몰라도 친절한 선생님의 설명으로 쫓아갈 수 있었으니까. 고학년이 될수록 깊이 없이 띄엄띄엄 배운 내용은 나를 수학 문제 응용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수포자가 되었다. 운동이라도 배워보려고 학원에 등록하면 한 달 정말 열정적으로 다니다 금세 친한 친구 다닌다는 음악 학원이 다니고 싶었다. 다들 다니는 피아노 학원도 역시나 다녀봤지만 10번 채워야 하는 연습이 너무 지옥 같았고 한 세 번 치면 내 연습장엔 열 번으로 기록되어있었다. 이렇게 뭐든 깊이 없이 알짱거리던 나는 꾸준한 사교육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할 줄 아는 운동과 악기가 없으니 돈 쓴 부모님 억장이 무너지시랴. 또 호주에서 다니던 대학교도 지금 n년째 휴학 상태이다. 한 학기만 더 다니면 졸업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학생비자가 끝나서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비자와 보험으로 들어가야 하는 돈은 몇 백이고, 학비까지 하면 더 큰 액수기에 한 학기 남기고 그 돈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 부릉부릉 발동 걸린 상태이다. (몇 년을 다녔는데 언젠가 졸업해야 한다는 것은 안다.. 아니다 혹시 몰라... 자영업으로 대박 나면 안 돌아갈래..)
26년간 시도한 대부분의 일들이 성공이나 실패가 아닌 중도포기로 끝이 나버렸다.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몇 천만 원 쓴 대학학비도 공중분해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오히려 실패였으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 도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항상 중간에 "게을러서" "귀찮아서" "힘들어서"라는 이유로 모두 포기해 버린 본인이기에 자아효능감을 상실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엔 나에 대한 믿음이 없고 어차피 포기할 일에 에너지와 시간을 쏟기가 무섭다. 어쩌면 날려버린 것 같은 수십 년의 세월이 야속하고 지금이라도 잘할 수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