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
블로그라는 공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상업적인 블로그가 아니다 보니까, 형식에 얽매어 쓰지 않아도 되고 내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만큼만 쓰다 보니 마음도 편하고 접근도 편하다. 또 내가 보여주고 싶은 면만 조심스럽게 꺼내서 내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 보이는 인스타와는 다르게, 블로그는 나를 아는 사람들보다 모르는 제삼자가 보는 경우가 더 많다 보니까 조금 더 솔직한 감정들을 남길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알지 않았으면 하는 감정은 핸드폰 메모장에 혼자 볼 수 있게 적으면 되지 않느냐 할 수도 있는데, 내 더럽고 꼬이고 염증 난 감정을 누군가가 공감해 줬으면 하는 마음과 이 암흑을 나의 어두운 내면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항상 혼동된다.
예전엔 사람들에게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었는데, 내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골라 내비치는 것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단 걸 느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내가 남들에게 비치는 이미지를 신경 쓰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크기를 알았다. 너무 신경 쓰면 내가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아 힘들고, 그렇다고 아직 아예 신경 안 쓸 수 있는 경지는 아니기에 적절한 에너지로 이미지 관리를 한달까. 그런 면에서 블로그는 나에게 최적의 공간이다.
요 며칠 진짜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푸념을 늘어놓는 것도 한두 번이고, 누구보다 내 편일 것 같았던 가족들은 아예 공감해 주지 않았고 오히려 상처를 줬다. 가까운 사람이기에 더 깊게 상처 받았고 이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진짜 어디 가서 우리 엄마가 이렇게 이렇게 상처 줬어요 하는 것도 내 얼굴에 침 뱉기 같아 말 못 할 것 같지만. 난 할 거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기 외치는 심정으로.... 엄마랑 싸우고., 내 입장에선 엄마가 내 감정에 공감 못하고 나의 힘듦과 남의 힘듦을 끊임없이 비교해서 화가 났다. '네가 지금 힘든 건 힘든 게 아니야. 네가 이것 가지고 무너지면 넌 나약한 거야' 내가 최악의 화법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엄마가 사용했을 때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달까. 희한하게 난 엄마와 끊임없이 싸우고 꾸준히 상처 입고 상처 준다. 남이라면 이렇게 꾸준하게 상처 주는 사람 안 보고 살 수 있지만 피가 섞인 관계에선 미워하면서도 애정 하기에 관계를 정의 내리기가 더 힘든 것 같다. 세상에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있고, 사람마다 제각각의 성향을 갖고 있는데 안 맞는 사람끼리 부딪히니 서로 깎이고 상처 나고,,
이상 요 며칠 어무니 때문에 기분 안 좋고 이렇게 하소연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란 푸념 늘어놓기 였슴니돠. 이렇게 나의 다친 마음을 조금이나마 스스로 달랠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 이렇게 글로 남기고 훌훌 털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