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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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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Sep 16. 2022

2022 여름 방학 결과 보고서

퇴사한 엄마가 두 아들과 보낸 첫 방학


프로젝트가 끝나면 항상 보고서를 작성했다. 프로젝트의 규모와 상관없이 간단하게는 엑셀 시트 한 장 분량으로, 아니면 사진이나 표가 포함된 PPT 문서로 보고서를 작성해 부서원들에게 공유했다. 회사의 돈을 쓰는 게 주 업무인 마케팅, 홍보 담당자에게 결과 보고는 무척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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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살림을 맡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만 산 지 만 4개월. 드디어 아이들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2022년의 여름 방학은 나와 아이들의 공식적인 첫 방학이었다. 항상 일하는 엄마였기 때문에 어린이집, 유치원 방학은 딱 일주일이었고 다른 날엔 종일반을 보냈다. 일주일 방학은 나와 남편이 연차를 나누어 쓰고 길게 연차를 쓰기 어려울 때엔 하루 이틀 정도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그 동안 '방학 기분' 한 번 제대로 느끼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번 방학은 뭔가 특별하지 않을까 싶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들은 별 생각이 없었겠지만) 나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하는 이번 방학이 특별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뭔가 많은 걸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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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앞두고 6월부터 틈틈이 아이들과 함께할 '거리'를 찾아보고 예약하며 꽤나 부지런히 아이들과의 방학 계획표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눈 깜박했더니 무덥고 습했던 여름도 방학도 모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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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이들의 공식적인 첫 방학을 그냥 흘려 보내기엔 아쉬웠다. 개학이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Big 프로젝트 하나가 끝났을 때처럼 시원 섭섭한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지금은 온전히 엄마의 삶을 사는 나에게 방학은 꽤나 큰 프로젝트와 다를 바 없으니 보고서를 써서 추억을 기록하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덜 허할 것 같았다.




2022 여름 방학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


기간 : 2022년 7월 21일(목) ~ 8월 23일(화) 

목표 : '여름 방학 기분'을 맘껏 누리고 다양한 문화 예술 체험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알아가고자함

개요 : 1) 문화예술 활동 2) 여름 놀이 활동 3) 기타 활동 4) 프로젝트 총평

진행 내용 및 성과


1) 문화예술 활동 

> 활동 목표 : 다양한 문화 예술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몸으로 배우고 마음으로 즐기고자 함

> 활동 요약 

: 총 3회 어린이 뮤지컬 관람 / 총 1회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참여 / 총 2회 박물관 방문 / 총 3회 어린이 체험 놀이 공간 방문 

> 세부 내용

7/27, 7/30 [D뮤지엄 미술 교육 프로그램] 참여 

첫째는 초등 교육 프로그램 '키즈 애니메이터' 참여, 둘째는 유아 교육 프로그램 '꼬마 뮤지엄' 참여 / 선생님과 진행되는 2시간 프로그램을 재밌고 알차게 체험한 시간 / 새로운 주제로 교육이 오픈되면 다시 참여할 의사 200%

7/28 뮤지컬 [타루와 리나] 

 두 아이와 함께 본 첫 대극장 창작 뮤지컬 / 뽀로로 뮤지컬만 봤던 둘째가 걱정되었으나 1시간 동안 재밌게 관람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 / 앞으로 두 아이와 다양한 뮤지컬, 연극을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뜻깊은 시간

7/28 [키즈런] 키즈 카페 : 뮤지컬 관람 후 키즈 카페로 이동, 5명의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았던 어린이날 같았던 날

7/30 [수도 박물관]

서울숲 근처 무료 박물관 / 운 좋게 박물관 전시 해설 그룹에 합류하여 1시간 동안 알차게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배움

8/13 뮤지컬 [수박 수영장] : 첫째와 남편의 공연 데이트 / 두번째 창작 뮤지컬을 통해 첫째는 뮤지컬에 대한 재미를 더 크게 느끼는 계기가 됨 / 아빠와의 데이트도 성공적

8/13 [국립중앙박물관] 아빠 역사 투어

뮤지컬 관람 전 아빠와의 박물관 투어 진행 /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역사유물을 직접 보고 아빠의 흥미로운 해설이 더해져 매우 알찼던 시간 *엄마를 위한 선물도 구입한 센스 있는 아빠와 아들

8/19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

첫째와 나의 공연 데이트 / 전용극장에서 오픈런 중인 공연이라 탄탄한 구성과 뮤지컬 넘버가 인상적 / 이제 우리는 요구르트X 요구룽O이라고 부르게 됨 / 추후 둘째와 같이 가고자 함!


> 활동 리뷰

이번 방학의 메인 활동이었던 문화 예술 활동. 유아에서 어린이로 레벨 업 중인 두 아이에게 뮤지컬, 연극, 콘서트 등 무대 위 다양한 공연의 매력을 알려주고자 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 뽀로로 핑크퐁 등 캐릭터 공연을 넘어 다양한 창작 문화 예술 경험을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한 뜻깊은 시간


2) 여름 놀이 활동

> 활동 목표 : 물놀이를 즐기고 다양한 여름 음식을 맛보며 지금 이 계절을 만끽하고자 함

> 활동 요약 

: 총 3회 물놀이 놀이터 방문 /  총 1회 숲 체험 수업 / 수박 화채, 냉면, 냉우동, 냉모밀까지 클리어!

> 세부 내용

7/29, 8/4  [물놀이 놀이터]

코로나19로 휴장 중이던 물놀이 놀이터 GRAND 오픈 / 학교 앞 에어 바운스 물놀이 놀이터와 친정 물놀이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며 무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낸 즐거웠던 시간 / 그 결과 건강한 구릿빛 피부 획득

8/10 중랑숲공원 [숲 체험]

곤충을 무서워하는 첫째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과 배움'을 경험하게 해주고자 친한 친구가 참여 중인 숲 체험에 1회 참여 / 직접 애벌레를 발견하고 관찰하며 곤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선생님,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마음껏 놀았던 경험 / 숲 체험 후 지속 참여하고 싶다는 첫째의 의견에 따라 매월 숲 체험 참여 결정!

여름 음식 탐방

열냉면, 냉우동, 냉모밀까지 여름을 대표하는 면 음식을 모두 클리어했으며, 둘째의 방학 숙제를 통해 물놀이 후 수박 화채를 먹는 맛을 알게 됨


> 활동 리뷰

여름답게 무덥고 긴 장마에 습했던 날들. 더우면 더운대로 물 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먹고, 비가 멈춘 틈을 타 울창한 숲으로 나가며 2022년의 7월과 8월을 만끽했던 시간


3) 기타 특이 사항 

> 여름방학 맞이 외할머니네서 일주일 살기 : 서울로 이사오기 전 가족 같이 매일 보며 지냈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시골집에서 일주일을 함께 보내고 제대로 방학 기분을 즐김

> 록페 간 엄빠 대신 외할머니 외할버지와 1박 2일 보내기 : 코로나19 확산 전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에 간 후 몇 년 만에 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아이들의 방학도 알차게, 엄빠의 휴가도 알차게 보내서 더욱 좋았던 시간. 이로써 엄마 아빠도 여름 에너지 충전!


4) 프로젝트 총평


어린이로 레벨 업 중인 아이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문화, 체험 활동을 제공함으로서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 역사 등에 흥미를 갖는 계기를 만들어줌

'여름'을 느끼고 '방학'의 여유를 제대로 즐긴 진정한 방학 경험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강원도, 바다를 즐기지 못한 것이 (나는)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음. 내년 방학엔 전형적인 휴가다운 시간도 계획해보고자 함





보고서를 쓰기 시작한건 분명 방학이 끝나고 며칠 후였는데 보고서를 마치는 오늘은 벌써 9월의 한 가운데, 가을이다. 방학이 끝나고 나름대로 개학 스케줄에 바이오 리듬을 맞추다보니 올해 유독 빠른 추석이 성큼 다가왔더라. 거기다 아이는 추석 연휴 다음날 재량휴원일로 하루 더 쉬고, 그 다음 날은 숲 체험을 하는 날이라 또 하루 더 쉬었다. 그랬더니 일주일이 또 훌쩍 지났다. 아이는 이 일주일을 일컬어 '가을 방학'이라고 했다. 방학이 끝나는 게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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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겐 방학이 없다. 길어봤자 일주일의 휴가만 있을 뿐.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여름과 겨울, 한 달의 방학이 있다. 방학이 있는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쉬면서 커야 한다. 쉬면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 6개월 전 내가 회사가 아닌 집에 머물기로 결심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여전히 나는 내 선택을 (나와 남편) 우리의 결정을 칭찬한다. 2022년의 여름 방학 보고서는 남편이 담아낸 '여름의 순간'으로 끝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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