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생각의 편린을 붙잡아야 한다
MBTI는 INFP다.(2023년 현재, INTJ가 되었다.) 대학생 때는 ENTJ였던 것 같은데 산속 고시원, 집 앞 독서실, 노량진 고시원을 몇 년간 전전하며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하고픈 말을 속으로 삼키며 행동에 제한을 거는 것이 습관이 되자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INFP의 특징은 사색과 상념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면 그 시간을 온전히 '쉼'으로 보내지 못하고 미래의 다른 걱정거리를 끌어다 쓴다. 그야말로 '오만 생각'을 다한다.
삶에서 '수험생'이라는 정체성과 이별하니 시간이 많아졌다. 수험 생활로 보냈을 시간을 공상과 운동으로 채웠다. 주어진 업무를 모두 끝낸 후 시간에 여백이 생기면 생각의 울타리를 만들어 문을 꼭 닫고 나만 존재하는 세상으로 빠졌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 그 길을 모두 걸어온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다.
'미움받을 용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등... 자아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고민하는 책을 집어 들고 작가와 무한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공상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상의 영역이 넓어진다. 한 번에 생각하는 양이 많아지자,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두통을 치유하는 방법은 하나다.
'머릿속 세상을 글자로 전부 쏟아내자.'
브런치는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어떤 깨달음이 스쳐 지나가거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한 줄 정의가 떠오를 때면 놓치지 않고 기록해 두었다가 짧은 구절을 발단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취미로 자리 잡았다.
학생들과는 '진로 탐색'을 했다면, 꾸준히 글을 쓰며 나 자신과는 '자아 탐색'을 한 셈이다. 신경세포가 작용하는 대로 생각의 흐름에 따라가며 내리게 된 결론은 단순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 꾸준함이 답이다.'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삶은 바닷가에 널린 조개껍데기와 같다. 겉으론 그럴듯하게 보여도 그 속은 텅 비었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세월을 살며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구획화하여 한 편씩 글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어렴풋했던 나의 가치관이 서서히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삶을 살아온 줄 알았는데 분에 넘치는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행복은 바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있으며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실천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루고 싶은 꿈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늘 그래 왔듯이 좋은 방향으로 풀릴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