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유정 Sep 27. 2021

서울시 건축대상을 받은 특수학교에서 발견한 UX경험

무릎 꿇은 엄마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 이야기


4년 만에 뒤바뀐 반응의 특수학교 이야기

때는 2017년 9월. 나는 한 뉴스를 보았다. ‘무릎 꿇은 엄마들..’이라는 강렬한 뉴스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 학생의 엄마들이 무릎 꿇었다는 내용이었다. 본문을 읽고 난 후 수 분간 가만히 앉아있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집이 강서구와 가까워서일까? 이웃주민들의 복잡한 이야기라 그랬나 보다. 혼란스러웠던 생각을 갈무리하고 서서히 사건을 잊고 살아가던 2021년 9월. 나는 다시 한 뉴스를 보았다. ‘이건 기적… 엄마들의 무릎 호소 서진학교. 놀라운 반전’. 기사 제목만 보고 바로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4년 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의 타이틀인데 대체 무슨 일일까? 허겁지겁 읽어보니 우여곡절 끝에 학교는 지난해 3월 개교했고 무려 서울시에서 건축대상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주변 환경에 안 좋을 거라며 건축 반대에 부딪혔던 건축물이 결국에는 미적인 아름다움을 가치로 인정받아 상을 받은 것이다. 아무래도 건축에 많은 돈을 붓는 것이 힘든 교육부 예산상 대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가 건축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한다.




학교는 UX를 품고 있었다.

대체 어떤 점에서 서원학교는 건축대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여러 기사를 읽다 보니 이는 UX와 큰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건축가들은 적은 예산에 디자인 감리의 추가 비용도 받지 못했지만 매주 학교에 방문해 여러 문제들을 해결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UX로 따지면 직접 발로 뛰는 필드 리서치를 진행한 것이다. 자연스레 책 ‘디자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에 나온 여러 일화들이 떠올랐다. 책의 예제에서는 디자인씽킹으로 복지, 교육, 의료, 교통, 농업의 문제와 관행을 바꾸었는데 한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은 것이다.


서진학교는 ‘ㅁ’ 자 모양이다. 각 학년이 이용하는 교실과 특별실을 같은 층에 두어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각 학년 학생들이 한 층에서 맴돌도록 디자인되었다. 서진학교의 중정에는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나무를 가운데 놓고 나선형으로 디자인한 의자가 있다. 층층이 단차가 발생하는 덕에 의자의 높이가 다양하다. 연령대가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다니는 서진 학교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의자다. 중정에는 휠체어를 타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바닥이 아닌 높여 만든 화분도 놓여 있다. 이렇듯 서진학교에서는 모두가 배려받는다. 유종수 건축가는 “특수학교라는 걸 모르고 서진학교에 온다면 일반 학교와 유별나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더 편하고 쾌적하게 배우고 놀 수 있는 학교를 만들었을 뿐이다.
(생략)
오늘날의 학교는 여전히 쭉 나열된 교실과 복도의 집합체다. 아이들은 그런 불편한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서진학교의 넓은 복도, 통창, 중정, 발코니, 사용하기 편한 화장실, 다양한 특별실 등은 일반 학교에서도 필요한 공간이다. 이런 학교가 많아진다면 특수학교를 따로 지을 필요 없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통합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다.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의 기사 중에서)



서진학교의 건축물은 재학생 모두를 배려할뿐 아니라 다른 학교의 아이들 또한 맞춤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함을 상기시켜줬다. 이는 서진학교가 주변 인프라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꿀 것이라 우려했던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를 남겼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누가 이 학교가 다른 학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신호탄이 될줄 예상했을까? 부정적이긴커녕 작은 하나의 돌이 좋은쪽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구나 싶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니 더 큰 영역의 문제도 함께 다뤄지는 것이다. 디자인의 힘은 대단하구나를 느꼈다.




사회를 바꾸는 UX경험

개교 전부터 부정적 여론이 있던 학교가 의미 있는 건축물로 탈바꿈되어 오히려 좋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결론적으로는 개교한  고작 1년이 넘은 학교가 기존 학교에도 영향을 미칠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케  것이다. UX 자고로 사용자의 경험을 다루는 디자인이다. 나는 오로지 기사만 읽은 제삼자로 학교 설립과 건축에 대한 자세한 내면을 들여다보진 못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원학교에 다닐 학생들에게  나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정말 값졌다는 것을 부정할  없다. 직접 방문을 불사하며 건축가들이 만든 편리한 경험은  감동을 주었다. 이런 UX 디자인의 변화 사례는 앞으로도 사회에 꾸준히 나오길 바라본다.


디자이너들은 무에서 유로 만드는 혁신적인 창조를 갈구한다. 하지만 이미 사회의 단면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조금 비틀어 해결법을 찾아내는 창작활동도 중요한 것 같다. 매번 말하지만 디자인은 생각보다 많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디자인도 체력이 있어야 하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