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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정 Sep 01. 2021

사회를 바꾸는 디자인의 힘

디자이너는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


‘아몰레드~ 아몰레 몰레 몰레 아몰레드~’


‘Lolli-Lolli-Lollipop 달콤하게 다가와

Lolli-Lolli-Lollipop 내게 속삭여줘’


손담비와 빅뱅이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내가 중학생이던 2009년쯤에는 핸드폰 출시와 함께 가수들이 제품 CM송을 불렀다. 광고에서는 핸드폰이 얼마나 예쁜 외형을 가지고 있는지를 부각했다. 이 영향 때문일까? 그때까지만 해도 디자인은 외적인 제품만 다루는 줄 알았다. 핸드폰 안에 있는 서비스도 디자인이 가능한지 생각지 못했다. 2021년인 지금 디자인은 더 이상 단순히 예쁘고 트렌디함만 포함하는 단어가 아니다. 제품, 패션과 같이 만질 수 있는 형태에서 만져지지 않는 경험과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됐다. 더 나아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회의 공공 시스템에도 사용된다. 좁은 의미의 디자인만 알았던 중학생은 11년의 기간 동안 어떻게 넓은 디자인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을까?


21살, 재수 끝에 원치도 않던 시각디자인과에 들어갔을 땐 절망만이 가득했다. 그동안 꿈꿔왔던 패션 디자인을 접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물음이 머리에 맴돌았다. ‘아빠 같은 소방관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디자이너는 안 되는 걸까?’ 평소 선행하는 아빠를 닮고 싶었고 국제기구나 여러 단체에서 디자이너를 뽑는지 찾아봤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3학년 때 한 강의를 들은 이후 UX 디자이너라는 꿈이 생겼다. 담당 교수님은 한 권의 책을 소개했다. 『디자인씽킹 바이블』이라는 책이다. 이때 처음으로 UX 디자인 방법론은 앱/웹 서비스뿐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맥도날드 형제 일화가 기억에 남아 적어본다.


맥도날드 형제는 carhop이라는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레스토랑을 만들어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인기로 인해 폭주하는 주문을 받기 벅차 졌다. 해결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빠른 음식 받기를 원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메뉴의 수를 줄이고 버거의 내용물을 표준화했다. 이 변화는 고객, 서버 모두에게 윈윈 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그 이후 크룩이 레스토랑을 인수하고 나서 채용, 레시피, 마케팅 등 세세한 비즈니스 부분까지 체계를 세웠다. 고기의 두께, 번의 지름까지 동일하도록 말이다. 그렇게 맥도날드는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맥도날드가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내가 UX 수업에서 들었던 방법과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문제를 서비스 기획이 아닌 비즈니스에서 다룰 뿐이다.


책이 잊혀갈 즘, 최근 눈에 들어온 책이 있어 읽어봤다. 제목은『디자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 디자인이 비즈니스보다 더 큰 사회를 바꾼다고? 흥미가 생겼다. 원서의 제목은『design thinking for the greater good』으로 저자는 디자인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는 책을 읽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정치가나 자선사업가가 아닌 디자이너의 위치에서도 꽉 막힌 기존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키포인트 ‘디자인씽킹’은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무엇이 보이는가? (리서치, 주제 설정)

2.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이디어 가지 뻗기)

3. 무엇이 끌리는가? (인사이트 추출, 프로토타입)

4. 무엇이 통하는가? (QA 검수, 유저 테스트, 온램프 디자인)


세계 곳곳 의료, 교육, 농업, 교통, 복지, 안전 시스템에서는 이 질문 단계를 반복해 혁신을 이끌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아일랜드 등 실제 사회에 적용된 10가지 사례 중 인상 깊었던 구절을 써본다.


p72. 우리는 때때로 혁신이 혁명적인 큰 변화를 의미한다는 생각에 갇힌다. 하지만 흐름의 판도를 바꿔 줄 무언가를 찾느라 일상 업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점진적인 혁신을 가로막으면 안 된다. 특히 정보의 공간에서 정책이나 과정에서 적절한 규모의 작은 변화를 준다면 기관 예산부터 시민의 경험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큰 혁신보다도 작은 변화가 주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낀다. UX는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보단 ‘기존의 관점을 가지고 어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까?’가 중요하다. 기획할 때는 세상에 없는 창의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고 일상의 작은 불편함에 신경 써야 한다.


p117. 즉, 우리가 디자인하는 대상과 함께 공동 창조하고 그들의 일상을 유의미한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데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때 가능한 것이다.

P431. 우리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용자뿐만이 아니다. 콘셉트를 현실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한다.

P455. 우리의 미래는 혁신을 동등한 핵심 경쟁력으로 만드는 것과 조지와 제프리를 통합하여 최선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 혁신을 민주화하여 모두를 대화에 초대하는 것에 달렸다.

P455. 오바마-”변화는 보통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요구하고, 결속할 때 일어납니다…… 나타나세요. 뛰어드세요. 머무르세요.”


책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관료주의적인 사람들 및 모든 사회 구성원도 디자인씽킹을 통해 디자인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어 혁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줬다. 특히 ’혁신’을 모두의 동등한 경쟁력으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 시스템은 더욱더 높은 공익적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래와 같이 디자인 씽킹이 모든 결과의 답이라는 것이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P.237 요제프-디자인씽킹에 대해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일종의 유행어가 되어 모든 조직의 어려움을 해결할 만병통치약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디자인 씽킹은 매우 중요한 도구이지만, 결코 보편적인 다중 도구는 될 수 없다.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하며 제대로 작동되도록 지원과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꼭 그림 그리는 것만이 디자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 나은 경험의 서비스/비즈니스/시스템을 그리는 것 또한 디자인이고 그 일은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디자이너로서의 최종 목표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우리 모두는 디자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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