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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뉴 Aug 02. 2021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일에 대한 예찬

요즘 부쩍 일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놓게 되는 것 같아, 그럼에도 내가 일을 하며 살아갈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저번 주 금요일에는 정말 오랜만에 동갑내기 친구를 만났었다. 대학을 늦게 들어간 탓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제외하고는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가 거의 없는 편이라, 퇴근하기 전부터 묘하게 설레는 기분이었다. 퇴근 후 집들이 선물을 안고 부랴부랴 달려간 친구 집에는 정성껏 준비한 요리가 있었다. 늦게 도착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고, 약속을 기대한 마음이 느껴져 괜스레 마음이 찡했다.


처음으로 학생 신분이 아닌 사회인이라는 타이틀로, 직장이라는 곳에서 만나게 된 동료이자, 나보다 반 년 일찍 입사해 사수로서 많은 걸 알려줬던 친구. 그 친구의 존재가 반 년간의 첫 직장생활에 많은 즐거움과 위로가 되었다. 벌써 친구는 그 회사에서 매니저가 되었고, 나는 그 회사에서 인턴을 마치고 다른 회사에서 또 한 번의 인턴 생활을 한 후 정규직이 되었다. 사실 같은 조직 안에 있었을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터놓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퇴사하고나서는 인생의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동갑내기로서,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친한 친구를 한 명 얻은 기분이랄까? 마치 야생처럼 여겨지는 사회생활 속에서도 이렇게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게 놀라우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지난 3월 초에 보고나서 네 달 만의 만남이라, 그간의 에피소드들을 풀며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갔다. 함께 있는 그 시공간에 완전히 몰입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훌쩍 자정을 넘긴 시간이 되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일상을 살아갈 며칠 간의 원동력이 되었겠지만, 친구는 내게 또 다른 원동력을 주었다. 사이드 프로젝트 마감으로 정신없이 주말을 보낸 뒤 맞이한 월요일에 친구로부터 온 카톡 때문이었다. 그 카톡은 자신의 금요일 일기 일부를 공유한 사진이었는데, 나와 했던 대화와 그 티키타카의 순간들이 너무 잘 맞아 즐거웠다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그 날 친구와의 대화로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는데, 친구도 그러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그래서 그 공포스러운 월요일을 기쁨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날의 대화를 곱씹어보니 체력 때문에 운동을 해야한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연애, 가정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일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일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깊은 얘기를 친구와 나눌 수 있었을까 싶다. 아무리 노력한다고해도 표면적인 이해와 공감에 그치지 않았을까? 문득 내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구의 이야기에 촉을 세울 수 있고 호응해 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일을 하고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다가왔다. 내게 일이란 자아실현의 수단이기도, 내가 타인과 세상과 교감하는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늘 힘이 되어주는 또 다른 친구와 나눴던 말이 있다. 우리는 끝이 안 보이는 일이라는 굴레 속에서, 순간의 몰입감과 작은 성취로, 또 책임감과 동시에 사회적 효용감을 주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로 버티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 아마 내일도 그 사실이 나를 살아가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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