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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Feb 12. 2020

엄마가 섬그늘에...

꿈이가 말을 곧잘하게 되면서 우리부부는 욱하지않기로 다짐했다. 욱순이 욱돌이 엄마아빠라 아기를 훈육할 때 체계가 없는 날이 많은데 그러지않기로 매일 다짐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꿈이의 성장과 함께 행복이도 자아가 마구마구 발달하고 있는데 잠투정이 늘어 침대에 들어갈때마다 아니야를 외치며 한참을 울곤한다. 보통은 둘이 함께 침대에 누워서 둘째가 잠든 후에 첫째가 자거나 첫째만 나와서 동화책을 읽다 자는데 어제는 너무나 간절히 육퇴를 원했었더랬다.


"쉿, 동생 잔다. 꿈이도 얼른자."

"책 읽을래요."

"시간이 너무 늦었어. 어서 자."

"싫어. 싫어!"

"그럼 잠깐 기다려."


꿈이의 떼가 심해져 하는 수 없이 적당히 책을 읽어주다 자기로 결심했고 마음의 안정을 위해 아기와 분리된 채 거실에 나와 책을 고르고 있는데 첫째가 얌전히 있을것이란 헛된 믿음이 화를 만들었다. 둘째가 깨고 만것.


"무슨일이야?"

"꿈이가 불을 켰어요."


엄마가 나가자 따라 나오다가 꿈이는 안방을 환하게 비췄고 덕분에 둘째가 깨고 만 것이다. 사실

백프로 엄마잘못이다. 아가가 뭘 알겠어. 근데 난 또 욱하고 말았다.


"꿈이, 행복이 왜깨웠어! 엄마가 얼마나 어렵게 재웠는데!"

"꿈이가 불을 켰어요."

"엄마 너무 힘들어요. 행복이 잠들어서 책읽어주려고 했는데 이제 책을 못읽어주게됐어요."

"책 읽어주세요."

"행복이가 안 자서 책 못읽어요."

"꿈이가 재울게요."


순간 '니가 무슨수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 재워보라며 행복이 곁에 꿈이를 앉혔다.


꿈이는 행복이를 눕혀놓고 평소 엄마의 모습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행복아,오늘 잘했어. 잘시간이야. 해님이 쿨쿨자고있어."


엄마가 매일밤 해주는 '오늘 잘했어'라는 말이 제법 마음에 들었나보다. 꿈이의 마음도 모른체 으앙 울어버리는 행복이를 보며 '내가 나설차례군'싶은 순간에 꿈이는 다음단계에 돌입했다.


"엄마가 섬그늘에~굴따러가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얼굴.."

"잘자라 우리아가~"

"사랑해요 이 한마디"


꿈이는 엄마의 생각과 달리 제법그럴싸한 포즈와 억양,레퍼토리로 행복이를 재웠다. 꿈이가 열곡정도를 완창하는동안 행복이는 잠이 들락말락한 상태로 누워있다가 엄마 곁으로 다가와 잠이 들었다.


말이 트인다는 것, 생각이 자란다는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두렵고 미안하다. 욱순이 엄마 덕분에 첫째의 무거운 어깨로 동생재우기에 성공하다니.. 근데 또 그 모습은 어쩜 그리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꿈이야, 엄마가 책 읽어주고 고르고 있었는데 꿈이가 행복이를 깨워서 속상했어."

"다음부턴 불 안 킬게요."

"응. 엄마도 화내지않을게. 미안해요. 그리고 동생 재워줘서 고마워."


사랑해.우리아들들. 오늘도,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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