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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Aug 12. 2020

문법파괴자

사실 아기 말이 트였다고 느낀 이후엔 별다른 고민도 기록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언어가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물 흐르듯 두다보면 자연스레 자리잡을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종종 이용하는 "했다요"화법은 초등 저학년도 즐겨쓰는 말이라 신경쓰이긴 커녕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검색 중 발견한 '5~6세 언어발달'에 대한 게시글은 또다시 나를 흔들어댄다. 내가 한창 엄마표 언어치료에 집중해 있을 때 찾아본 김영태의 책에서 발췌한듯한 이 체크리스트에 의하면 긴장이 너무 풀렸나 싶었다.


-6가지 기초적 색깔과 3가지 기초적 모양 말하기

-집단에게 주어진 지시 수행

-3단계 지시 수행

-의문부사 '어떻게'를 이용한 질문

-안녕과 같은 인사말에 구어 대답

-시제 적절 사용

-접속사 사용

-13,000개정도의 표현언어 습득

-반의어 말하기

-성인 및 다른 아동들과 의사소통

-요일 순서대로 말하기

-30까지 외워세기

-4~6단어정도로 줄어드는 문장의 길이

-음소 바꾸어 발음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 사용

-노래나 자장가 등 끝까지 부름

-정보교환 또는 질문

-상세한 문장 사용

[출처] 김영태. (2002). 언아동언어장애의 진단 및 치료. 학지사, 1, 44


불과 1년여 전만 해조 저런 항목 중 하나라도 할줄알면 그저 감사했는데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 사용'과 '요일 순서대로 말하기'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니 내일부터 또 어떤개입을 해줘야하나 싶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5~6세가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라니 너무 엄격한것같은데.. 하나하나 고쳐주다보면 스트레스받아서 말하기싫을것만 같아 고민.


안먹어출신 우리꿈이는 말이 트인 후엔 잘먹어출신인 날이 더 많아졌다. 먹고싶은 반찬을 미리 요구하기도 하고 '밥 잘 먹으면 산책갈게'같은 딜도 잘 통하는 아이가 되었다. 오늘 저녁엔 "꿈이 입안에 밥 없어요?"라는 질문에 "밥이 입안에서 없게 되어가요"라는 어색한 표현을 했고, 나와 남편은 뜬금없는 피동표현과 진행형 표현에 그저 아들바보가 되어 "그런표현도 할 줄알아?"라고 감탄할 뿐이었다.

육퇴후 오늘 하루를 곱씹다 내일의 계획을 세워본다.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구사를 위해 책읽기와 요약하기 전략을 펼치기로. 그리고 앞으로의 문법파괴는 부드럽게 재발화해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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