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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꿈 Jan 16. 2020

엉덩이 만지지마!

요즘은 하루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다.

말이 한 번 터지고나니 이런말을?하고 놀라는경우가 한두번이 아닌데 내 감동의 기준이 좀 높아졌는지 놓치고 지나가는 날이 많아 아쉬울 뿐이다. 오늘은 하원 후에 아기들과함께 클레이를 갖고 놀았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엔 클레이=뒷감당 안되는 골치아픈것으로 여겨 집에 사두지않았는데 둘째가 태어나고나니 뭐든 아기들이 좋아하는건 최고의 육아템이 되었다. 아무튼 나는 나름대로의 룰을 만들어 클레이를 하고 있는데


첫째, 클레이는 반드시 매트 위에서만 갖고 논다. 매트밖에서 하다가 바닥 틈에 끼면 또 분노머신이 될 것 같아서. 아기들은 의외로 그 룰을 잘 지켜주고있다. 18개월 행복이마저도.


둘째, 도구를 적극 활용한다. 손으로 모양을 직접만들어 놀기도 하지만 국수뽑는장비,소방차,공룡도구 등등 잔뜩 구비해두고 쓰고있다. 첫째와 둘째가 서로 부딪히지않으면서 재미있게 놀기위해.


셋째, 색깔이 섞이는 걸 두려워하지않기. 다 섞여버려 똥색이 되어버려도 아기들만 행복하면 됐다.


넷째, 정리도 함께하기. 클레이는 마지막에 남겨진 부스러기들이 골치인데 치우는것도 함께하며 아기들은 끝까지 그 촉감을 느낄 수 있어 좋고 나는 일이 덜어지니 좋고.


어쨌든 그 클레이놀이를 오늘도 했고 중간에 빵터진 대화가 있었다. 꿈이는 요즘 응가에 꽂힌상태인데 놀다보니 응가색 클레이가 빨강 클레이와 섞인  때가 있었다.


"꿈아,뭐만든거예요?"

"응가요!"

"응가? 근데 왜 응가가 빨간색이에요?"

"똥꼬가 아파요. 피가나요. 병원에 가야해요!"


극단적인 상황 연출과 병원이송은 꿈이의 단골멘트인데 어른의 시각이라 그런지 왜 이 아이가 이 증상을 다 알고 말하는 느낌이 드는지. 그렇게 열심히 응가를 만들고 치료하다보니 어느덧 정리할 시간.


"꿈이야, 이 큰 덩어리로 바닥에 있는 작은 클레이를 모아와요."

"믿음반 모여라!"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을 모을 때마다 하던 그 멘트. 클레이들을 의인화해서 부르다니.

아무튼 그렇게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는 씻고 재우려는데 쉬야 안마렵나 싶어  아기 팬티를 만지니 아기는 잠결에 이렇게 말한다.


"엉덩이 만지지마. 엄마가 경찰아저씨께 잡혀갈 수 있다고!"


작년 이맘때, 아기가 엄마아빠도 사정사정해야 해주곤 했는데 참 많이컸다. 1년여간 엄마표 언어치료..보람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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