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Oct 13. 2018

펭귄 싫어요. 늑대가 될래요.

늑대가 되고 싶은 꼬마 펭귄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뽀통령으로 통하는 뽀로로와 똑 닮은 3번 방의 개구쟁이 마키가

펭귄이 아닌 늑대가 되는 꿈을 꾸는 안타깝고 어이없는 이야기



 

노는  제일 좋은 개구쟁이 뽀로로랑 닮은 정말 귀엽게 생긴 필리핀계 소년 마키. 

심지어 목소리도 뽀로로와 비슷한 마키는 우리 반에서 다루기 힘든 아이 중 하나다

이해력도 좋고 움직임도 재빠르며 매우 총명한 마키는 어떤 것에도 겁을 먹지 않고 누구의 말도 들으려는 마음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래서 이 개구쟁이를 학교라는 규칙과 규정의 틀에 맞춰 지내도록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을 참 힘들게 하는 어려운 아이이기도 하다. 

아침에 마키를 데리고 오는 마키 엄마도, 가끔 같이 오는 마키 아빠도 마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아이에게 휘둘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니 당연히 학교에서는 더할 수밖에.



* 반창고(Band Aid) 아래 상처에 숨은 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꼬마 펭귄


마키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던 어느 날, 책 읽기 시간에 수선스럽게 말썽을 부리던 마키가 내 손가락에 붙은 반창고(Band Aid)를 보며 무슨 일인지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을 보자 나도 모르게 이 상처에는 긴 이야기가 숨어있다면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오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평소 같으면 책 한 장 넘기기도 전에 자리를 떴을 아이가 책을 읽어주는 내내 의자에서 들썩이긴 했지만 그 Long Story가 궁금해서 참는 것이었다. 

물론 숨겨진 긴 사연은 없는 그냥 종이를 정리하다 베인 상처에 밴드에이드를 붙이고 출근한 것뿐이었지만 까만 뿔테 안경 너머로 눈을 반짝이며 기다리는 마키를 실망시킬 수 없어서 나는 다소 과장하여 엄청난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종이에 베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별 것 없는 반창고 아래 상처의 이야기를 별 것으로 만들어야하는 신세~^^

그 후로 가끔 일부러 밴드에이드를 붙이고 출근해서 마키가 교실을 소란스럽게 만들 때 슬그머니 옆에 가서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그러면 학습지를 안 하고 돌아다니던 마키가 눈을 반짝이며 Long Story를 들려달라고 옆에 와서 앉았다. 

그때 마키에게 학습지를 끝내면 들려준다고 거래를 제안하면 마키는 그 작은 밴드에이드 아래의 상처가 궁금해서 정말 대충이지만 어쨌든 학습지를 끝내곤 했다.

 


*늑대가 되고 싶은 꼬마 펭귄


요즘 이 잠재적인 말썽꾼인 마키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더 이상 꼬마 펭귄이 아닌 늑대가 되고 싶어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교장실은 무서워하는 우리 반의 Biter 늑대소년 루이가  말썽을 피우고 세 번째로  교장실로 끌려갔던 , 옆에서 학습지를 하라고 꼬시고 있는 나를 향해 마키는 "I want to be 루이"라고 말했다.


늑대소년 루이의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날 때마다 교실이 엉망이 되고, 아이들이 물리는 사고가 자꾸 일어나면서 학교에서 요주의 인물이 된 루이에게 오전과 오후 전담 교사가 배치되었다. 루이가 교실에서도  보조교사와 함께 다른 아이들과 따로 떨어진 자리에서 수업을 하는 것도, 루이가 문제를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도하는 여러 가지 보상방법도 교사인 우리들에게는 교실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3번 방 아이들 눈에는 루이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 대단한 아이로 보이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남다른 아이들 중에서도 마키는 말썽을 부리는 루이의 행동에 대해 각별 관심을 보였고 루이가 보이는 폭력적이고 과격한 행동들에 특별한 환호를 보내며 반응했다마키는 루이에게 심하게 물린 이후에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루이를 따라다니려고 애썼다. 루이를 다른 아이들과 격리시키고 루이의 폭력성을 제지하기 위한 보상들을 부러워하던 마키는 점차 루이의 위대한 말썽과 과격한 용맹함을 동경하는 듯했다. 


마키야~ 그러지마. 너는 그냥 이미 충분히 개구쟁이인 펭귄으로 남아줘~


그런 마키의 생각과 마음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마키가  눈을 바라보며 루이가 되고 싶다고 했을  드디어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러다가는 아직은 사나운 늑대가 부럽기만  늑대가  용기는 못 내고 있던 개구쟁이 펭귄이 진짜 늑대가 되는 날이  수도 있겠다 싶었다그래서 마키의 말을 분명히 들었지만 일부러  들은 척하였다그리고 이미 눈도 마음도 문밖으로 끌려나가다시피 교장실에 불려 간 늑대소년 루이를 향해있는 것을 알면서도 마키의 관심을 학습지로 돌리려 과장된 밝은 목소리로 학습지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그렇지만 나는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Oh~ No~No 마키 절대 안 돼!!!!  3 방에 늑대는  마리면 충분하다고!!!'

 



오늘도 마키의 자유로움을 감당하기 버거웠던 3번 방에서 고무공처럼 여기로 저기로 튀었던 마키가 겨우겨우 4시간을 무사히 보내고 집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마키야, 너는 그냥 조금 개구쟁이인 꼬마 펭귄인 것에 만족할 수 없겠니?

너랑 똑 닮은 꼬마 펭귄 뽀로로가 북극곰 포비랑 살고 있는 남극에 가면 정말 자유롭고 신나게 지낼 텐데……

그런데 거기에 늑대는 없겠지? 에디는 여우니까...... 괜찮을 거야. 

이전 07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늑대 소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