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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림 Sep 23. 2020

퇴사할 수 있는 용기

두근두근 독립 선언

2020년 3월 회사를 그만뒀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뒤 지난 6년 동안 쉼 없이 일을 했다. 아침 기상 시간은 출근에 맞춰져 있고 주중과 주말이 확실했다. 하루 모든 일정을 '회사'와 '회사 아닌 것'으로 나누면 되니 어찌 보면 심플했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이 어색한 자유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특별한 준비를 하고 퇴사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매일 내가 선택한 데로 하루를 사는 것이 마냥 좋기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당장 월세와 카드 할부가...) 앞으로 뭐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과 걱정이 깊어져만 갔다.


그럼에도 퇴사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생각해본다. 일을 참 좋아하는 편이고 다양한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일이 주는 성취감에 도취될 때도 있었다. 그러다 일에 지쳐 권태로워졌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정체성에 혼란이 생겼었다. 그 마음이 심해져서 세상과 잠시 떨어져 있으려고 워홀마지막 티켓으로 뉴질랜드 비자를 만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국 떠나지 않았다. '왜 떠나려고 하지?'라는 물음에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고 해도 결국 도피라는 답만이 돌아왔다. 피하는 건 고민을 잠깐 일시정지한 것일 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똑같은 생활을 감당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나를 잘 아는 것만이 이 허망함과 권태로움을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은 이미 있었는데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지금까지는 흘러가는 데로 환경에 맞춰서 생각했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를 알아가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지 일 년쯤 지났을까 2020년 3월 불쑥 찾아온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상상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면서 경험하고 부딪혀보고 싶다. 불안함 속에서 단단함을 키워보고 싶다.  


나오니까 심드렁했던 모든 것들이 새로워진다.

초심자처럼 모든 걸 흡수하고 싶어 진다.

기분 좋은 변화다.



2020년 4월 12일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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