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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림 Sep 23. 2020

조금씩 잡혀가는 생각들

나만의 영역을 찾아보자

나에게 2020년은 특별하다.

부모님에게서 독립했고 회사에서도 독립한 정말 나 혼자 맞이하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프리랜스 기획자로 혼자 생계를 이어가야 하다 보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나를 잘 알고 나를 잘 파는 일’이다. 조금 부끄럽지만 과거를 돌이켜 보자.


20~25살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변화에 민감한 편이었다. 다양한 현상들 속에서 비슷한 패턴을 찾는 일을 좋아하는 건 한결같다. 학교 다닐 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미디어 클립핑을 하고, 사람들을 관찰을 하면서 느낀 연결 지점들을 글로 쓰거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트렌드 코리아>의 리포터로도 활동했고 2014년 블로그에 쓴 글 ‘패션 매거진의 미래'덕분에 블로거 일 방문자수가 1,000명이 넘은 적도 있다. 이런 성향 덕분에 진로는 패션 에디터라 생각했었다. 매거진의 어시도 해보고 프리랜서 에디터도 해보니까 업의 문화가 나랑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다른 관심사였던 스타트업 업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5살~31살

그래서 도착한 첫 직장은 온라인 편집숍 29CM이었다.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감성적인 부분과 변화에 민감하고 패턴을 찾는 이성적인 부분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다행히도 적성에 아주 잘 맞는 곳이었다. (5년 동안 정말 행복하게 일했고, 소중한 인연들도 많이 만났다.)


컬처 엠디 2년, PT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3년, 온라인 콘텐츠라는 큰 틀 안에서 상품기획, 브랜딩, 광고/홍보 일을 해봤다. 상품을 잘 팔기 위해 콘셉트를 매력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브랜드의 가치를 뾰족하게 나타내기 위해 수십여 가지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적성에 맞는 일과 아닌 일을 알 수 있었다.


그땐 몰랐지만 29CM는 정말 스타트업 문화(?)였다. A to Z를 다 알고 직접 해야 하고 굉장히 빠르게 일을 쳐내야 했던 곳이다. 덕분에 지금도 연락하는 많은 브랜드와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나를 팔 수 있는 노하우를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알차게 꾹꾹 담아 쌓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직장은 플러스 엑스였다. 홍보기획자로 6개월 아주 짧게 있었지만 나를 더욱더 잘 알게 되었고 능력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완성도 있는 기획과 문서 작성법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지난 11년을 돌이켜 보았을 때
일에 있어 나의 성향은 다음과 같다.

1. 아름다운 비주얼 그 자체는 마음에 가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아름답고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디렉팅해야 하는 촬영 현장은 늘 어려웠고 힘들었다. 현장에 적응하고 이렇게 찍어야 하구나 알게 된 데만 3년이 걸린 것 같다. 타고난 감각이나 센스가 아니라 남들 하는 거 보고 감성을 분석적으로 깨우쳤다고나 할까. (미즈노 마나부의 <센스의 재발견>은 제일 좋아하는 책 중 하나)


2. 앞 뒤 맥락이 있어야 한다

29CM 에서 주로 담당했던 광고 플랫폼 PT는 콘텐츠 프로덕션에 브랜딩 한 스푼, 마케팅 한 스푼 들어간 일이다. 그중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콘텐츠가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보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하고 싶은지 기획 의도를 잘 반영하는 일이다. 그래서 마케팅 기획 요소가 필요한 콘텐츠를 주로 맡아서 했다.


3. 주도적으로 일해야 한다

성장욕구가 강하고 궁금한 건 다 해봐야 하는 성향이라 일을 할 때 배움을 쫒는다. 그렇다 보니 문제의식 없이 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시키는 일을 영혼 없이하는 것에 융통성이 좀 없다. (그래도 신입 때와 비교하면 아주 많이 좋아졌다)


4.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아닌 것들을 거르고 비슷한 것들을 묶고 방향성에 따라 분류하고 꽂히는 단어로 표현하고. 기승전결에 맞게 문서화 디자인하는 것에 나름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예전에는 그저 기획만 좋아했다면 이제는 설득력 있게 완성하는 것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안 받게 되었다.



이런 나를 가장 잘 팔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

1. 브랜드 컨설팅 영역

29CM와 플러스 엑스에서 있으면서 비교 우위에 있던 경험은 시작하는 브랜드를 많이 만난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사업영위를 해야 하는지 파트너 이상으로 과 몰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덕분에 다양한 스몰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 과정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운 좋게도 사이드잡으로 실제 브랜드를 론칭하고 운영해보기도 하고 브랜드 컨설팅 일도 가끔 들어왔다. '스몰 브랜드를 위한 실전 브랜딩' 주제가 마음에 콕 와 닿았다. (필요로 하는 곳들이 의외로 많다)


2. 광고/홍보/브랜디드 콘텐츠 영역 = 콘텐츠 브랜딩

브랜딩을 해서 우리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했다면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홍보해야 한다. 이때 ‘앞 뒤 맥락이 있는 콘텐츠 영역’의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다.


가장 많이 한 일이어서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분야는 브랜드의 가치를 은근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브랜디드 콘텐츠'이니 이쪽에 더 특화되어있다고 말해야겠다.


3. 하고 싶은 새로운 영역 = 소셜미디어 브랜딩

나의 노하우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최근에 발견한 것은 ‘소셜미디어 운영'이다. 브랜딩은 그럴싸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그 이미지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직사각형 or 정사각형 네모’라는 매체가 한정적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브랜딩 할 수 있지 않을까. 핵심 가치와 관점을 잘 정리해 시각화하고, 사진의 톤 앤 매너, 디자인 포맷, 말하는 방식 등 일관성을 지키면서 말이다. (물론 시간 돈 인력 등등 어려운 이유가 수두룩하지만)


운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에 그치지 않고, 시즌에 맞춰서 이벤트/프로모션을 만들어 매출 전환을 이어가면 지금까지 했던 일의 총집합이랄까.


결이 맞는 브랜드의 계정을 키우고 반응을 얻는 일을 해보고 싶다. 기획만 하다 보니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비디오그래퍼, 프로그래머처럼 기술을 갖고 있는 게 좀 부럽기도 했고 소셜미디어에 올라가는 스낵 콘텐츠들로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클래스 101에서 정멜멜님 사진 보정 클래스도 끊었다)


4. 나만의 것

프리랜서를 시작하면서 느낀 다양한 문제들

콘텐츠를 만들면서 느낀 문제들

주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니즈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위 모든 걸 적절히 합친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보자.


2020년 4월 13일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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