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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림 Jan 16. 2021

새로운 시작

말도 안 되지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너무나도 몰랐다.


2020년 3월 퇴사해 12월까지 9개월간의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적잖은 방황을 했다.

겉으로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퇴사하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하면서 즐겁게 사는구나'라고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지낸 기간 동안 가장 큰 자아의 혼란을 겪었다.


1년간 몸무게가 8kg가 늘었을 만큼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왜 스트레스받는지도 모르는 채 먹는 걸로 짜증으로 우울감으로 표출되었다.


안 되겠다 싶어 하나의 일을 정리했다. (신기하게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까 평소 짜증 났던 일을 할 때 마음이 한결 가볍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12월 보름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내년에 거취를 정하려고 아등바등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제주도로 떠났다.


다행스럽게도 그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되었다.

그 과정들은 이랬다.



2020년 11월 25일에 썼던 글 중에서

(참고 : 다시 면접을 봤다)


1. 큰 기업의 계약건은 아마도 안될 듯하고

됐다!!  3개월간의 밀당 끝에 작은 파트 하나를 맡게 되었다.

 

2. 고정적인 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재택 프리랜서 일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담당자가 잠수를 탔다... -_-


3. 해외 클라이언트와 어떻게 첫 미팅은 성사시켰는데, 2주 후 다시 미팅하자고 하고

2주 뒤에도 연락이 없다. 유럽의 코로나가 심해져서 그렇겠지..? 하고 말았다.


4. 올해를 먹고살았던 일은 회사가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고

1번 기업 연락 온 날 같이 연락이 왔다. 큰 관문을 하나 넘겼다고 내년에도 할 수 있다고!!!


5. 일주일 두 번 나가는 스타트업은 내년에 급여가 나올지 안 나올지 확신할 수 없고

제주도 가기 전에 그만뒀다. 사람들과 그 동네의 분위기가 좋아서 유지를 해왔지만, 오래 할 수 없는 일이라 계속 생각이 들었고 결국 매듭을 지었다.


6. 일주일 한번 나가는 스타트업 하나만이 별 문제가 없다. 그렇다 할 반응이 없을 뿐.....

그렇다 할 반응들이 생겼고 아이템이 맘에 들어 고민했지만,, 하나에 집중하기 위해 그만뒀다.


7. 이런 상황에서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영업을 뛰는 것보다, 이력서와 포폴을 준비하는 방향을 택했다.

스트레스였던 홈페이지는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헤드헌터가 연락이 올 때마다 이리저리 휘둘리기 때문에 마음을 더 단단히 먹고자 사이트에서 이력서를 내렸다. (망한 면접은 이변 없이 끝났다.)



완벽하진 않지만 몇 달간은 먹고살 수 있는 기업들의 외주가 결정되니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있어서 속도가 붙었다.


작년 같았으면 이런 기회가 와도 '아 내가 원하는 방향성이 아닌데' 한 달 월급 덧셈과 뺄셈을 통해 그래도 이건 해야겠다ㅠㅠ라고 억지로 하고, 의무감에 일을 하다가 재미없는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다. 기회가 많아도 기회가 적어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회사에 가고 싶다는 마음과 왜 나를 안 뽑아주나 라는 불만만 커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참 많이 달라졌다.

2021년 새해가 밝아서 좀 더 포부에 찬 것일 수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프레임으로 일을 바라보는 것만이 나의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나는 결국 행복해지고 싶은 건데 일 역시도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나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편협한 생각들을 바꾸자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고 내가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하루를 보다 잘 살자는 것이다.


문제는 조급한 것이고, 끈기가 부족한 것이고,

내가 좀 더 잘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이 있다는 것이고,

생각에 여유를 줄 수 있는 빈둥대는 시간들을 참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진짜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방향성들을 점검할 시간을 줄 수 있도록 일의 양을 선택해야 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꾸준함과 끈기를 기르는 것만이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다'는 어떤 작은 결론에 다 달았다.



내가 정말 정말 원하는 것은 하루를 즐겁게 사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샐러드를 먹고, 점심에는 군더더기 없게 일을 하고, 저녁에는 업무 일지를 쓰고, 요리해 먹고, 사람들과 긍정의 언어로 교류하고, 자기 전에 루미큐브 한판 하고, 가끔 라디오나 책에서 좋은 글귀도 발견하고 '아 오늘도 잘 살았다' 하며 잠에 드는. 내가 만든 루틴을 지키며 사는 게 행복의 비결이다.


작년에는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 운동을 포기하고, 꾸미는 걸 포기하고, 사람들과 덜 만났는데 그럼 성취와 여유가 없어서 오히려 더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나를 괴롭히느라 낭비했던 에너지를 나를 즐겁게 하는 일에 써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기 위해 부단히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은 성취와 작은 기쁨들을 쌓아가는 것

내 안에 자꾸 스며드는 불안과 조급 함 들을 물리치는 좋은 방법을 찾은 게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사실 생각해보면 책에서,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이미 여러번 이야기해줬던 것들인데, 

그땐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다. 


그동안 투잡을 하며 프리랜서를 하며 다양한 일을 해본 경험들,

자아를 탐구하고자 나를 관찰했던 오랜 시간들,

자기 루틴 안에서 평온하게 일하는 사람을 만난 것,

무엇보다 작년의 폭풍 같은 감정 변화들이 쌓인 덕에 

그 말들이 이제서야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앞으로 일 년은 내가 꿈꾸는 회사를 만드는 일로 하루하루를 살 것이다.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고, 어떤 가치들을 지키고 싶은지는 차근차근 쓰고 싶다.


다시 또 기분 좋은 밝음이 퍼진다.



2021년 1월 16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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