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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의 Aug 19. 2020

밀리의서재에 읽을 책이 없다면

종이책 애호가들을 위한 밀리의서재 책 추천

나는 국내용 이북리더기가 없다. 그동안 한국어 책은 늘 종이책으로만 읽어왔다. 두 손에 감기는 종이책의 물성, 샤샤샥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 마음에 드는 문장에 연필로 줄을 긋고 때로는 귀퉁이에 짧은 단상을 적어 넣을 수 있는 경험... 그러니까 종이책을 읽는 독서 경험은 한마디로 나에게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습관이 되었다.


딱 한 번 밀리의 서재 한 달 무료체험을 한 적 있다. 그때는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지만 만일 삼만 원을 지불했어도 "뽕을 뽑았을" 것이다. 미국에 10박 11일 여행을 갔을 때 서비스를 사용했는데, 출국 전 읽고 싶은 책들을 모두 다운로드 받았다. 그 후 비행기 안에서, 디즈니랜드에서 한 시간도 넘게 줄을 서서 대기하며,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원 없이 읽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는 순간 나는 다시 종이책으로 복귀했고, 무료 체험 기간이 조금 남아있음에도 더 이상 앱을 실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나는 결국 밀리의 서재에 첫 구독료를 지불하고야 말았다. 요새 계속 눈여겨보고 있었던 책 두 권이 밀리의 서재에 업데이트되었기 때문이다. 종이책으로 구매하면 한 권에 정가 19,000원 ; 그러나 밀리의 서재는 한 달 구독료가 12,000원이다. 한 달 동안 딱 두 권만 읽어도 금전적으로 이득이다. 나는 과감히 구독 버튼을 클릭했다. 결과는? 계획했던 두 권의 책 모두 아직 제1장도 다 읽지 못했다. 참고로 나는 아이폰X를 쓰고 있는데, 이 작은 폰으로 책 한 권을 읽는 건 나에게 너무도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읽다가 자꾸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앱을 실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책을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일곱 권을 읽었다. 이번에 알게 된 건, 작은 핸드폰 화면에 최적화된 책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혹시 나처럼 호기심에 밀리의 서재를 경험하고자 했는데 잘 쓰지 않게 된다면, 월 구독료는 이미 냈는데 (혹은 한 달 무료 체험을 이미 시작했는데) 아직 기간이 남아 아깝다면 아래의 책들도 한 번쯤 들춰볼 것을 권한다.




1.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타이탄의 도구들>

한 장(Chapter)씩 읽을 수 있고,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


핸드폰으로 밀리의 서재(+전자책)를 읽을 때 가장 손이 잘 가는 책들은 한 장 한 장 (Chapter)의 분량이 길지 않고, 내용이 독립적인 책들이었다. 위의 두 권은 이전부터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종이책으로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들이었는데, 이번에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드디어 읽게 되었다.


1)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다양한 철학가들의 사상을 어떻게 일상생활에서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가를 정리한 책인데, 저자가 경영 컨설턴트이다. 나의 경우 철학의 실용성을 접하기 전에 우선 기본적인 철학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해서 늘 벽돌책으로 조금씩 철학을 읽어왔는데, 의외로 밀리의 서재를 통해 틈나는 대로 '철학 상식' 한 편 한 편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2) <타이탄의 도구들>은 알랭 드 보통, 세스 고딘, 말콤 글래드웰, 파울로 코엘료 등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법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보통 나는 이런 '자기계발서' 류의 책들을 읽지 않는데, 책이 주는 동기 부여 효과가 너무도 일시적이라 읽은 후 금세 휘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책으로 심심할 때 한 장 씩 읽는 경험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순간적으로 "뭐든 잘해보고 싶다!!"라는 에너지가 퐁퐁 솟게 하는 효과가 있어 매우 쏠쏠한 독서였다. (참고로 두 권 다 완독은커녕 절반도 아직 읽지 않은 상태이다.)



2. "아무튼" 시리즈

가볍고 편하게, 내가 관심 있는 주제 별로 골라서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이상 3개의 출판사에서 다양한 작가들과 한 권 당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출판하고 있는 가벼운 에세이 책이다. 종이책으로 읽어도 판형이 작은 편이라 전자책으로 읽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시리즈는 주제가 정말 다양한데, 몇 개만 나열해보자면 : 요가, 쇼핑, 메모, 식물, 잡지, 서재, 하루키, 술, 떡볶이, 외국어, 순정만화, 피트니스, 비건, 스윙, 예능... 등이 있다. 나는 요새 외국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기에 <아무튼 외국어>를 읽었고, 요조 작가님이 쓴 <아무튼 떡볶이>도 읽었다.


모든 시리즈를 다 읽어보지 못해 어느 편이 제일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읽어본 책들 중 딱 세 개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1) <아무튼 술>  - 그냥 내내 소리 내어 웃으면서 읽을 수 있다. 김혼비 작가님 리스펙트.


2) <아무튼 메모> - 솔직히 마냥 가볍게 읽을 수는 없지만 묵직한 감동이 있다(그러나 메모를 쓰는 비법/습관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책이다).


3) <아무튼 비건> - 사실 나는 아직도 고기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 삶을 크게 바꾸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책이다.



3. <통역사들은 어떻게 어학의 달인이 되었을까? 1 / 2편>

관심 외국어만 골라서 확인할 수 있는 통역사들의 외국어 공부법


이 책은 인스타그램에서 어느 날 광고를 통해 알게 되었다. 마침 요새 중국어와 스페인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라, '외국어'와 '공부법'은 나의 관심 키워드이다. 특히 나는 통역사들의 어학 공부법을 어느 정도 신뢰하기 때문에 대학교 때 영어 공부도 외대 통역대학원 준비반에서 했었다. 통역사가 되기 위해선 단순히 해당 언어를 쓰는 국가에서 오래 살다오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급 어휘와 표현에 숙달하며 그 언어에 정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어민, 혹은 교포들과 미드를 보며 생활 영어를 배우는 방식도 무척 좋은 방법이지만 (아마 그렇게 배운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영어를 쓸 것이다), 나는 하나의 언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통역사들의 방식이 늘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책의 모든 페이지들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중국어 통역사가 한국인이 이 중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점 (중국어의 과거형 표현)을 설명한 부분을 읽었을 때, 그동안 독학하며 난해했던 부분들이 명확하게 해결되는 것 같아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4. 그 외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

<이사 - 마리 유키코>,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 손열음>,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헨리 뢰디거>


1) <이사 - 마리 유키코>의 경우 정말 최근(8월 11일)에 출간된 공포/호러 장르 소설이자 괴담집이다. 사실 나는 평소에는 일본 소설/호러 소설/장르 소설/괴담집 어느 하나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몰랐는데, 작가 마리 유키코는 일본 미스터리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한다(알라딘 책 소개에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첫 번째로 수록된 단편 "문"을 읽었는데 진짜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잔인한 장면도 하나 나오지 않는데 내 기준 너어어어어무 무서웠다 ㅠㅠ. 읽는데 오래 걸리지 않으니, 제일 먼저 "문"을 읽고나서 나머지 부분들도 계속 읽을지 판단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끝까지 다 읽었다. 모든 단편이 재밌었다.)


2)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 손열음>. 손열음은 정말이지 사기캐릭터다. 피아노를 그렇게(!) 치는 사람이 글까지 이렇게(!) 쓰면 안된다. 서문의 추천사를 보면 역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끼고 자랐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끼고 자라 인문적 소양이 풍부하고 문장이 알찹니다. 신문사 내부에서조차 한때 "누가 써주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슈만과 브람스가 어떻게 다른지, 슈베르트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라흐마니노프의 악보를 펼치면 왜 놀라게 되는지 열음 씨는 흥미진진하게 얘기해 줍니다.

이 책은, 사실 읽다가 소장하지 않고는 못배기겠다 싶어 종이책으로 따로 구매하기는 했다.


3.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헨리 뢰디거>. 이 책이 마지막에 소개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혹시나 이 글이 지루해서 바로 스크롤다운한 독자가 있다면,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이라도 꼭 보고 넘어가주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말하는 내용들이 공부법의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게 귀찮다면 1장부터 4장까지 딱 처음 절반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것조차 귀찮다면, 각 장 (Chapter)의 마지막에 요약해 놓은 부분만 읽어도 좋다. 그러나 무엇이든 '학습'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1~4장은 전체 다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에서 배운 여러 팁들을 지금 중국어 / 스페인어 공부에 활용하고 있다.





물론 책을 선택하는 취향은 순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밀리의 서재를 핸드폰 보다 조금 더 큰 화면인 이북리더기/아이패드로 이용하는 사람들, 혹은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는 사람들은 최신 베스트셀러가 자주 업데이트 되는 이 구독 서비스를 훨씬 더 유용하고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 믿는다. 다만 이번 달의 구독 기간이 끝나고 계속 연장을 할 지 여부를, 솔직히 나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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