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멤버가 됐다면 밥상은 알아서 차려야지?
요즘 스타트업에 붐이 불긴 부나 보다.
주변에서 스타트업/ 창업했다고 하면 지지해주기도 하고 격려해주기도 하고, 궁금해하기도 하고 다양한 반응이 보인다.
최근 어떤 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팀빌딩을 다시 하고 사업 아이템도 좀 다듬고, 또다시 피벗 하고 검증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글쎄 사업이란 게 옛날만큼 어렵지 않고 인스타나 페이스북, 유튜브 덕분에 마케팅도 저렴하게 어느 때나 할 수 있는 때라서 그런가. 온라인 시대에 좀만 개발할 줄 알면 그냥 뚝딱 만들어 시장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고.. 안된다 싶으면 될 때까지 해보기도 하고, 또 정부사업에서 자금 좀 지원받아서 뭐 만들어 볼 수도 있고, (말은 쉽게 하는 중)
암튼 이런 플렉서블한 게 스타트업에서만이 할 수 있기에.. 요즘 점점 붐이 불고 있나 보다.
역시 붐이 일어나면 동시에 그림자도 생기기 마련,
최근 스타트업에 관심이 생겨 기웃기웃 거리는 사람들 중에 꽤 이기적인 사람들을 마주치고 있다. 스타트업의 자율성이 부러워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 왔단다. 자율성이 좋아서.
자율성이라는 건, 누구한테 주어지냐에 따라 아웃풋이 달라진다는 걸 요즘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여럿 보고 있는데.. 음, 꽤나 심각하다.
'스타트업에 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 전 직장이 너무 힘들어서 워라벨을 지킬 수 없었거던요.
여기에서는 그걸 지키고 싶어요.
자.. 잠깐,
뭐... 뭐라고요????
스타트업에서 워라벨을?
스타트업 유니콘 사례만 보고, 황금빛 뉴스 기사들을 토대로 '오, 나도 저거나 해볼까?' 해서 기웃거리는 사람들, 정부 지원사업만 꾀고 지원금만 타고 다니는 사람들, 스타트업 대표에게 밥상 차려주면 잘 떠먹겠다고 하는 사람들.. 그냥 회사 들어가는 편이 낫다고 얘기하고 싶다.
차라리 무모한 도전이라도 해보려는 '깡'이라는 게 스타트업 정신에 더 맞는 것 같다. 또한 너무 조심스러워서 이 사업이 깨질까 말까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라면 이것도 회사를 들어가는 편이 낫다. 회사를 차리지 말고
넘어져도 일어날 힘이 없고, 넘어지는 거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사람들, 넘어져도 회사가 넘어지지 내가 아니라는 이분법 된 사고를 하는 사람들, 하염없이 팀원들까지 어둠의 그림자로 꼬리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까지..
이런 사람들은 과감하게 쳐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첫 번째 사업이 망하고 다른 회사로 들어갔을 때, 창업 멘토였던 교수님이 내 회사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너의 그 무모한 듯한 '깡'이 그래도 뭐라도 할 것 같아서 꼭 창업을 다시 해보길 권한다.
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래 이거다.
스타트업에서 누군가 내게 밥상 차려주길 기대하지 말고, 이 사업이 성공할 거라는 확신을 심어달라고 징징대지 말자. 그 상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엉덩이부터 의자에서 떼고 움직여라. 언제까지 감 놔라 대추 놔라 멀찌감치 탁상공론만 하지 말라는 말이다.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는 곧 회사다. 삼삼오오 모여 워라벨은 무슨 꼬질꼬질하게 슬리퍼 신고 밤, 낮 없이 일해야 단 돈 천 원을 벌까 말까 하는데.. 어디 와서 밥상 차려달라고 조르고 있나 싶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최대한의 Criterion(기준, 척도)은 세우되 그 모든 과정에 참여하자. 그래야 자율도 책임도 권한도 생기기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