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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Lim Sep 24. 2021

여기는 뉴욕입니다.

바위에 계란을 치는 것, 가끔은 가능할 수도


3번째 사업인 플러스 사이즈 패션 브랜드를 작년 12월, 코로나 시국에 론칭하면서 고생을 좀 했다. 론칭하자마자 엄청난 매출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도저히 이 사업의 방향을 잡기 어려웠고 그냥 디자인부터 생산, 소재 소싱, 마케팅, 웹사이트 제작을 초기 멤버 두 명이서 모든 것을 핸들링하다 보니.. 우리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플러스 사이즈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한 촬영



우리 언니가 플러스 사이즈로서 (한국에서는) 언니를 위한 예쁜 옷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비지니스가 되었고 이를 진짜 큰 (XXXL) 여성, 특히 서구형 체형의 여성을 위한 브랜드로 컨셉을 확장하게 되었다. 그렇게 1년 동안 빅 사이즈(플러스 사이즈) 의류 패턴을 개발하고 사이즈를 세분화하면서 약 14개의 사이즈를 제공하는 청바지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를 감당할 공장 찾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다.


운이 좋게 어르고 달래고 구슬리고 빌고 빌어서.. 한 곳의 공장에서 이를 같이 하기로 했다. 물론 지금도 관계가 썩 좋지는 않지만 약간 내가 부모님에게 맨날 말하는 말버릇처럼 "사장님 제가 돈 많이 벌어다 드릴게요. 시간 좀만 주세요!!!"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청바지 100개를 생산하기로 했다. 물론 이 중에 사이즈는 좀 다양하다. (공장에서 거의 쳐 맞을 뻔..)


암튼 그렇게 100개의 청바지가 지금 "뉴욝 New York"으로 오고 있다. *뉴욕이라고 읽고 '뉴욝'이라고 발음하기로 하자


인천공항에서 팀원과



그렇게 벌써 여기 온 지 2주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약 50일이 남았다.

 

미국 오기 약 2달 전부터 우리는 사실 아무 계획이 없었다.. 내가 미국에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토종 한국인이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잘하는 것도 아니고(영어점수 하나 없네), 대학이나 어학연수 경험도 없다. 인맥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는(무슨 상관이 있나 싶지만ㅋㅋ) 내가 미국에서 사업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게 대학생 때부터였으니까.. 그냥 나도 모르게 입버릇처럼 주위에 항상 얘기했던 것 같다. (진짜 마음먹는 대로.. 삶 통째로 거길 향해 가고 있는 듯도?)


길에서 마주하는 풍경



나는 미국에 회사 차릴 거야, 미국에서의 어학연수나 취업의 기회를 난 모두 잃었어.. 그니까 나는 언젠가 미국에 회사를 차릴 거야

"Fuck it!! 안 될 이유가 뭐야?"

그게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졸업한 지 딱 10년. 2022년에는 법인 설립하는 것이 내 목표니까.




애정하는 도서관



암튼 약 2주 동안 잠을 자도 잠을 자는 게 아니라서 맨날 속이 탈이 나고 누룽지로 속을 달래며 일하고 있다. (누룽지 최애.. 할머니 식성ㅋㅋ)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은 별로 없지만 내가 가진 나의 특성 3개를 말하자면 "Guts(배짱)" "Insight(미래예측)" "Purpose driven(목표지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느 대표든 그들만의 특성은 다 있다. 결국 대표가 생각하는 대로 보이는 대로 회사는 움직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무엇이 단점이고 장점인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그 누구를 따라 할 필요도 없고 나를 비관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난 그렇게 태어났고 장점을 키우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사업을 하다 보면 비슷한 아이템처럼 보이는 것들이 많지만 결국 제각기 모두 다른 길로 간다. 처음은 경쟁사처럼 보이고 경쟁사들은 이렇게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이 들어도 걱정하지 않을 것은 사람의 관점이 모두 다르고 그 회사의 대표 스킬이 다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모두 다르기에 결국 다 다른 곳으로 간다. 명백하게도. 그래서 두려워할 이유 없이 열심히 하면 된다. 다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고객의 목소리. 이거 하나면 된다. 투자자도 아니고 경쟁사도 아니고 "고객" 이건 진짜 불변의 진리다.



팀원이 길거리 인터뷰 중, 난 열심히 촬영 ㅋ



2주는 짧으면서도 긴 시간일 수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충분한 시간.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배우고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아무 편견 없이 쭉쭉 흡수하기 좋은 시간. 그동안 나를 무엇을 보고 배웠나? 뉴욝에서.



1. 코로나.. 때문에/ 덕분에.. 지긋지긋하지만 이미 삶이 되어버린 뉴욕

7년 전에 뉴욕 여행 온 것이 나의 마지막 뉴욕이었다. 그렇게 7년이 지나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것은 "약간 실망" 패션의 도시 뉴욕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진짜 뉴요커가 없는 여행객들로 가득 찬 맨해튼. 팥 빵에 팥이 없는데 어디서 팥을 찾아? 대체 알 수가 없네ㅋㅋㅋ 그래서 약 103명의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근데 무슨 거의 관광객들이고.. 왜 나한테 길을 물어보는 것이야..?ㅋㅋ 암튼 여럿 뉴요커들을 만나고 뉴저지와 브루클린, 롱아일랜드와 맨해튼 동서남북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더 이상 도심에서 일할 필요가 없으니 거의 외곽으로 빠져나간 것인데, 오히려 오래된 도시에 재건축을 하고(Gentrification : 도시 재건축) 새로운 사람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아 문화를 형성하고 (비단 코로나 때문은 아님, 오래전부터) 조용하고 깨끗한 살기 좋은 동네에서 거주하는 그런.. 시끌벅적한 맨해튼과는 반대된 환경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유유자적 Work remote(원격근무) 삶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소위 말해 "Shift" 중.


그래서 삶의 퀄리티가 오히려 더 좋아졌달까?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낮에 브런치 데이트를 하며 집에 와서 다시 일을 하는 등, 같은 비용 대비 좋은 퀄리티의 하우징과 주변 환경으로 나를 위한 스케줄에 맞춰 살아가고 있기에 다시 코로나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상태까지 와버렸다.



이 글을 쓰면서 찍은 카페 사진



2. 미국의 비만율은.. 남녀 불문...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 (이것도 코로나 때문? I don't think so!)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비만율이 몇 위인지 아는가, 별 생각은 없었지만 한국인으로 자라 한국인들만 만나다가 우리가 얼마나 비만에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는지 뷰티의 스탠다드가 얼마나 높은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일본 다음으로 최저 비만율 2위다. 그 뒤로는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웨덴이 있지만 한국 뒤로 격차가 좀 있다. 2019년 OECD Public health 자료에 의하면 worldwide 60%가 이미 과체중, 25%인 약 4명 중 1명은 비만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넷플릭스와 같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더 가속화된 것, 그로 인해 3명 중 1명은 최소한의 야외 활동도 하지 않는 것.. 등이 있었다.


미국에 와서 그 심각성을 더 많이 체감했다. 코로나로 인해 야외테이블이 늘고 길거리에서는 술냄새가 진동하고.. 맨해튼의 건물들은 날로 높아지면서 엘리베이터가 아닌 헬기로 이동하는 사람들. 반대로 거리에 넘쳐나는 홈리스들.. 뉴욕은 여전히 자본주의의 충격적인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좀 더 많은 객관적 리서치가 필요하겠다.




3. 뉴욕만의 스타일? 스타일을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뉴욕만의 스타일일지도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 맨해튼(이건 진짜 상상초월). 길거리에 치이는 관광객들. 한국에서는 가장 붐벼야 할 저녁 7시가 여기에서는 이미 많은 상점들이 닫고(4시에 베이글을 먹을 수 없음.. 이미 닫음) 레스토랑과 바만 남아있는 상태, 그리고 세상 한산한 저녁 7시 지하철... 너무 다른 삶의 시간과 방식 그리고 스타일. 10명 중 1명이 힐을 신을까 말까 하고 5명 중 1명이 슈트를 입을까 말까 하는 금융가 거리..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변하게 했나? 너무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들이 내년에도 지속될까? 내후년에는?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고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 매일 흥미로운 생각들이 나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사업을 아주 잠깐 멈추고 두 달이라는 시간을 여기에 투자한 지금.. 우리의 타깃 고객과 마켓 진입 전략, 온라인/ 오프라인 b2b 플랫폼 전략, 현지 마케팅, 적정한 상품의 가격 범위 그리고 브랜딩까지.. 거의 모든 것을 현지화하는 작업에 힘쓰고 있다. 아무래도 현지의 도움이 필요해서 다음 달에는 대학교에 인턴 공고문을 붙일 예정이다. 해봐야 알지 뭐.. 내가 어떻게 다 알겠어.. ㅋㅋㅋ





암튼.. 뉴욕 생활은 녹녹지 않지만 하루하루 기억하려고 한다. 내가 여기에  왔는지,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여기 오기까지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약 2달 동안 얻은 인사이트가 내가 쏟은 비용에 비해 얼마나 값진 경험을 했고, 앞으로 투자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기회비용과 다음번에 다시 오면 뉴욕이 될 수도 있지만 LA가 될 수도, 시카고가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든다. 아무것도 결정 지을  없는 지금 그냥 나는 또다시 바위에 계란이어도 좋으니 부딪혀보기로 한다. (안그럼 인생 너무 재미없잖아)ㅋㅋ



Faiaaaa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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