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버티고 있어요.
내일모레 독일에서 오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멘토링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다 한국 패션 어드바이저로 참여하게 되었다. 18개월 전 부품 꿈을 안고 떠난 뉴욕 비즈니스 트립 덕분에 기회가 닿아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 왔다라기 보다는 다시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되겠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몇 차례 하면서 정말 많은 발표도 해왔고, 서류 작성도 무진장 많이 해 본 것 같다. 보통 반년 동안 50개의 서류(정부 지원, 투자 발표, 엑셀러레이팅 등)를 내면 그중 0~1% 만 될 때도 있고, 20% 될 때도 있는 것 같다. 근데 중요한 것은- 발표의 기회가 오면 다양한 청중들(심사위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질문들이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결국 그러한 질문들이 내 무의식 속에 무언의 압박으로 남게 된다. 이를테면- 고용 수, 파트너십, 투자금, 수출액 등
지금까지 벌써 7-8년이 돼 가는 사업의 여정에서 최근 깨달은 것들이 있어서 18개월 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아무래도 독일 스타트업 멘토링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것들을 다시금 새롭게 깨달은 것 같다.
스타트업 하는 사람들끼리, 혹은 관계자들끼리 어딜 가면 곧잘 마주치곤 한다. 그러면 오고 가는 질문들이 뻔하다.
“요즘 사업은 어때요? “ ”사무실은 어디예요?” “팀원은 몇 명이예요?” “매장은 있어요?” “전시회 이번에 나가요?” 등등
이런 질문들을 꾸준히 7-8년 듣고 있노라면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든다.
“사무실 위치가.. 강남이어야 하나” “팀원은 대체 몇 명 있어야 하지, 지금 그렇게까지 필요 없는데” “백화점에 입점되어야 하나 “ ”해외 전시회 또 나가야 하나 “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들이 내 사업의 성공 기준으로 느껴질 때가 온다. 왜냐하면 저-엉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듯 하는 질문들인데, “이 사업이 잘 되고 있나?” 하는 식의 사업 평가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물며들기(스며들기) 때문이다.
근데 진짜 과연 그럴까??
스타트업 1인 창업자라면, 아직 3-4년 차의 소규모 기업이라면 -이런 질문에 답할 생각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질문들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수입이 보장’ 되었을 때 실제로 가능한 답변들이다. 뭔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다 갖추려고 하면 결국 배가 산으로 간다. A를 하기 위해서 B도 필요하고 C, D, E도 필요하다고 해서 - 고정 수익 구조를 만들기도 전에 고정 지출이 발생해 버리면 결국 돈만 쓰다가 끝난다. 막상 총을 장전해 두고 허툰 곳에 쓰다가 실제로 필요할 때 다 소진되어 버린 지 오래다.
번지르르한 사무실도 있어야 하고, 팀원도 여럿 고용해야 있어 보이고, 매장도 있어야 하고 등등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이 없는데, 닭이 먼저일까? 아니다. 결국 이건 빚이다.
즉, 내가 10을 투자하면 최소 20이 보장되어 있어야 사업의 바퀴(동력 장치)가 돌아간다. 팀원 1명 투자하면 2명분의 최소 급여가 벌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월 100만 원의 임대료가 나가면 최소한 200이 보장되어야 있어야 하고, 매장에 입점되려면 수수료 40-50%와 원가 계산, 비용을 모두 뺐을 때의 순수익이 최소 2배가 되어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놔야 비로소 매장 입점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다. 가치 투자를 우선시한다면) 여기에서의 핵심은 어딘가에 투자하기 전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진짜 0 가까이 가능하다면 베스트) 테스트를 해보고, 어떤 장비(공격과 수비)가 필요한지 ->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진짜 사무실이 꼭 필요한 업무인가? 지금?’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사무실은 어떤 것인가?’ ‘팀원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한 일인가? 단기 외주를 주는 것은 어떤가 ‘ ’ 백화점 입점 수수료를 감당하면서 매장에 물건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생산이 가능한가?‘ ’ 백화점이 나은가, 온라인 입점이 나은가, 해외 수출이 먼저인가 ‘ 등
최대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쥐어짜고 쥐어짜다 보면 진짜 큰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실무에서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나는 모든 걸 알지 못하지만 그저 모든 걸 해내고 있다. I don’t know everyrthing, I just do everything @garyvee. 화려함에 현혹되지 말자. 적재적소에 뭔가가 너무도 분명 해지는 그 순간을 기다리자- 그 순간이 오면 새 전투장비를 구입하거나 들여오면 된다. 가끔은 보이는 게 너무 중요하기도 하지만 진짜 내 사업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스스로 망하는 길을 선택하지 말기를 (내가 그랬다.) 하는 마음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진짜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초기 창업자, 1-3인 창업자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사례들 너무 많이 봤다. 이 글을 읽는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21년도 뉴욕 비즈니스 트립 이후, 3번을 더 다녀왔다. 다음 달에 5번째 출장을 앞두고 있는 요즘, 뉴욕 창업 이야기는 차차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