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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원필 Sep 13. 2023

로컬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

힙한 생활 혁명 독서모임

힙한 생활 혁명이라는 책을 가지고 12주간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혹 이전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맨 앞줄에 있는 링크를 들어가시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2회 차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주에는 간단하게 책 앞부분의 이야기와 자기소개, 독서모임의 운영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였다면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별로 챕터가 나뉘어 있습니다. 이번 독서모임은 챕터를 3개씩 묶어 내용을 이해해 보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를 더 깊이 나눕니다. 


이번 주 독서모임에서는 총 3개의 챕터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포틀랜드에서 피어난 독립 정신

- 문화의 화학작용이 일어난 장소, 호텔

- 하나의 문화권이 된 브루클린


포틀랜드와 브루클린이 '힙'하게 된 배경과 그 문화를 만들어간 사람들이 왜 그 지역으로 몰려들게 되었는지 배경을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에이스 호텔'의 사례를 통해 쇠퇴되어 가는 지역에서 거점 공간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도 볼 수 있었습니다. 




포틀랜드의 경우는 '도시 성장 경계선'을 지역 스스로 지정하여 시와 시외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였습니다. 시를 유지하기 쉬운 규모로 한정하여 교외화를 방지하고 지역의 농업과 임업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시내는 자전거로 15분 정도면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 닿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요즘 도시 개발과 관련하여 많이 언급되는 '콤팩트 시티'의 예시인 것 같은 도시입니다. 


포틀랜드의 경우 자전거로 15분 정도면 도심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점은 저희 멤버들에게도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최근 심각한 기후위기와 더불어 환경문제와 엮을 수 있는 자전거는 충분히 매력적인 이동수단입니다. 


파주는 대중교통이 굉장히 불편한 편입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하는데 제법 불편하죠. 파주시 관내끼리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자동차를 구매해 사용하는데, 한 세대에 심한 경우는 차가 4대 정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다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중교통망을 좀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당장 촘촘하게 대중교통망을 심기 어렵다면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이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한다거나, 대안 교통시설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서울시의 따릉이 같은 공공 자전거 시스템을 파주시 전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더욱 좋겠죠. 공유 자전거 보급 확대와 전용 정거장이 충분히 확대된다면 부족한 대중교통망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다행히 공릉천을 중심으로 자전거와 도보 산책로 등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생활권이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해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텔을 중심으로 한 거점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에이스 호텔과 관련한 내용이 궁금하여 매거진 B에서 나온 에이스 호텔편도 수차례 읽어보며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되어 반가웠습니다.


에이스 호텔은 알렉스 콜더우드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구세군이 운영하던 하프웨이 하우스라는 교도소 수형자나 재활치료 중인 마약 중독자 등이 자립할 때까지 살던 시설을 개조하여 만듭니다. 당연히 치안이 좋지 못하고 호텔이 들어갈만한 고급 지역도 아니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호텔'이라는 명목을 붙여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운영하고, 이를 통해 호텔을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거점 공간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무언가가 지금의 파주에는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번째작업실이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라지만 아직은 그렇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곳이 생각나는 곳은 없습니다.


꼭 이런 호텔이 아니더라도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무언가를 작당하고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곳을 중심으로 파주에서도 재미난 문화적 일들이 계속 늘어나지 않을까요? 


현재 파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야당입니다. 일산 지역에 있는 젊은이들까지 빨아들이며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권입니다. 신도시가 주는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 높은 건물들 구석구석까지 빽빽하게 차 있는 이런저런 즐길 거리가 인기의 주 요인입니다.


하지만 '유흥'이라는 부분에만 특정되어 있어 그 이외의 문화가 꽃 피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다양한 문화적 즐길거리의 부재는 유행이 지나면 소비자 층의 빠른 이탈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불경기에 강한 튼튼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장소가 분명히 필요합니다.




브루클린은 슬럼화로 골치를 앓던 곳입니다. 맨해튼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마지못해 선택한 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던 브루클린은 저렴한 부동산을 찾아온 많은 크리에이티브한 아티스트, 뮤지션 등이 이주하면서 새롭게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크리에이터들이 브루클린에 뿌리내리면서 음식, 음악, 크래프트,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맨해튼이라는 대도시 바로 옆이라는 이점과 더불어 저렴한 부동산이라는 강력한 무기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도심지의 혜택은 언제든 누릴 수 있으면서 저렴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죠. 


수도권 중에서도 파주는 비교적 부동산이 저렴한 편입니다. 하지만 매력적이라고 할 정도로 저렴한 편은 또 아닙니다. 특히 상권이 많이 침체된 구도심 지역인 금촌과 문산은 과거의 영광을 못 잊고 아직도 터무니없이 높은 상가 임대비를 요구합니다. 비용적 요인은 젊은 크리에이터들을 불러들이는데 장애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비용적인 요소 외에도 매력적인 지역으로서의 포지셔닝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미지 메이킹과 홍보에도 보다 적극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브루클린은 이제 지역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작용합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롭고 환경문제에 예민하며 공동체 정신이 강하고 수공업 정신이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요즘 SNL에서 90년대 관련한 콘텐츠를 금촌 시장에서 많이 촬영합니다. 개발이 덜 된 덕분에(?) 아직까지 90년대 ~ 2000년대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장점으로 삼아 일종의 콘텐츠로 개발한다면 어떨까요? 을지로나 동묘시장을 롤모델로 삼아 뉴트로라는 키워드를 적극 활용하는 겁니다. '옛날 감성의 술집 투어' 같은 프로그램은 요즘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노후된 화장실 등은 수리가 필요합니다. 뉴트로는 옛날 것을 재해석하여 요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니까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요즘의 편리함이 덧붙여진 옛 추억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이런 콘텐츠들을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인지도를 늘려가야 합니다. 관에서도 이런 홍보 활동을 적극 지원해 준다면 보다 효과적일 것입니다. 


대다수의 지자체들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비슷비슷한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국 어딜 가도 그저 그런 콘텐츠만 만날 수 있죠. 농사체험, 공방체험 등 타 지역에서 뭔가 흥했다고 하면 비슷하게 만들어서 시도합니다. 대부분 그저 그런 결과로 남죠. 


우리 지역만의 장점을 다시 한번 찾아보고 제대로 포지셔닝해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해 주신 부분은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파주라는 지역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의견들을 많이 주셨습니다.


책이 2016년에 나온 책이고 미국의 힙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현재의 한국에서 소비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행동과 많이 중첩되어 보인다는 의견도 주셨습니다. 


자유롭게 파주의 이야기와 책의 이야기가 섞여가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독서모임을 채워나갈지 기대하면서 이번 주의 독서모임 후기는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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