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페르소나 만들기
지난 영상과 브런치스토리를 통해서 고객 페르소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디저트 카페 홍콩 94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예시로 고객 페르소나의 필요성과 만드는 방법, 어떤 방식으로 고객 정보를 유추해 나가는지의 과정을 보여드렸습니다.
오늘은 브랜드 페르소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유튜브 바로보기 : https://youtu.be/MWoPrFw_NzI
브랜드 페르소나는 이전 글에서도 잠깐 언급해 드렸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만약 사람이라면 어떤 형상,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보는 것으로, 고객 페르소나와는 별개의 인격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드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브랜드 페르소나는 특히 처음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이시라면 누구나 고민해보고 있을 '콘셉트'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마도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시는 분이시라면 브랜드의 기조나 맥락을 잡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브랜드 페르소나는 뜬구름처럼 느껴지는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형상화하여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좋은 도구입니다. 우리가 흔히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하면 심플함, 화려함, 우아함, 깨끗함, 밝은 느낌, 행복함 등과 같이 언어로 정리를 해보게 됩니다. 물론 이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하나의 언어 안에도 수많은 뉘앙스와 분위기가 혼재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심플한 콘셉트를 예로 들어보죠. 모든 정보들을 최소화시키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보여주는 형식과 같은 '미니멀리즘이 가미된 심플'인지, 아니면 수많은 정보들을 가장 보기 좋게 정리한 '가이드라인 같은 심플'인지 '심플함'이라는 단어 안에서도 수많은 형태의 가지치기가 가능합니다.
디자이너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우스갯소리 중 하나가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달라는 요청인데요, 이 역시 '심플함' 속에 있는 수많은 형태의 가지치기 중 하나일 수 있는 거죠.
잘 설정된 브랜드 페르소나에는 우리 브랜드의 콘셉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브랜드 스토리도 만들 수 있고, 각종 디자인 리소스도 추출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맥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되는 겁니다.
둘째, 브랜드 페르소나는 사람마다 언어가 줄 수 있는 여러 정보들의 이미지 차이를 확실하게 줄여줍니다. 형상화와 시각화를 통해 우리 브랜드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죠. 특히 스타트업이나 스몰 브랜드를 준비하시는 창업자라면 내부 구성원들과 동일하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어 초기 브랜드 관리를 탄탄하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 페르소나의 성격에 맞춰 각종 디자인을 제작하고, 서비스의 방법이나 CS의 대응 등을 구성한다면, 고객들은 항상 동일한 이미지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는 보다 깊게 각인될 것입니다.
또한 내 브랜드를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안된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작업을 해도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어렵습니다. 브랜드 페르소나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을 줄여주고 디자이너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해주기 때문에 보다 우리 브랜드에 걸맞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겠죠.
셋째, 고객과의 관계 설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전 콘텐츠를 통해서 간단히 말씀드렸지만, 저는 고객 페르소나와 브랜드 페르소나가 서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어려울 때 페르소나를 만들어 관계를 생각해 보면 보다 쉽게 생각해 볼 수 있죠.
친구의 관계일 수도 있고, 선생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집사나 비서 같은 역할의 관계가 될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고객들이 나를 추앙하는 셀럽의 포지션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과 관계의 접점을 보다 쉽게 만들어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들었을 때의 장점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존재합니다. 자칫 브랜드 페르소나에 매몰되게 되면, 브랜드 성장에 한계를 줄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커지고 고객들이 늘어감에 따라 브랜드의 역할과 의미가 변화해야 하는 타이밍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초기에 설정한 브랜드 페르소나에 연연하게 되면 성장에 발목을 잡히기 십상입니다. 브랜드 성장에 맞춰 페르소나 역시 성장시켜 나가야 합니다.
브랜드 페르소나는 어떻게 만들까요?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드는 방법도 지난 고객 페르소나를 만들 때와 비슷합니다. 단 이번에는 실존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일지를 그려야 합니다. 고객 페르소나 때처럼 성별, 나이, 하는 일등 큰 카테고리부터 성격, 성향, 좋아하는 것 등 점차 구체적인 내용들을 하나씩 적어나가 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브랜드의 대표님 자체가 브랜드 페르소나가 되지 않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카페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들 때 페르소나의 직업이 카페 사장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카페 자체이지 카페 사장이 아니기 때문이죠. 카페 브랜드의 페르소나 직업이 DJ라면 뭔가 트렌디하면서 음악적 조예가 깊은 카페로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페르소나의 성향을 글로 쭉 적었다면, 고객 페르소나처럼 이번엔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봅니다. 그림의 역할은 한 번에 인식하고자 함입니다.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디자인이나 서비스, 마케팅 등 방향을 정해야 할 때 이 이미지를 떠올리면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 페르소나를 놓고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해봅니다. 과연 이 페르소나가 우리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인지, 아니라면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점점 더 입체적인 모습의 브랜드 페르소나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저희 스튜디오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페르소나에서 각종 정보들을 추출하여 디자인을 위한 리소스로 사용합니다.
디저트 카페인 홍콩 94의 새로운 브랜드 페르소나를 한 번 같이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기존 홍콩 94 카페는 약간 목가적인 느낌, 아기자기하고 모든 게 전부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그런 이미지를 풍겼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표님이 원하는 이미지는 위에 그려진 모습이었죠. 대표님 본인이 생각한 이미지와 고객이 생각하는 이미지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도회적이고 세련되었으며 젊고 트렌디한 여성의 이미지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름은 카리나, 26세의 멕시칸 여성입니다. 과달라하라라는 멕시코의 도심지에서 살고 있으며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인싸입니다. 흥겨운 라틴팝을 좋아하고 클럽을 자주 다니며 춤추는 것도 좋아하죠. 금수저에 소셜미디어(인스타, 틱톡, 유튜브까지) 인플루언서입니다. 크롭티에 반바지, 핫핑크 선글라스, 하이힐, 작지만 화려한 스타일의 가방, 타투까지 스타일리시한 사람입니다. 와인 컬러의 픽업트럭을 몰고 다니며 과일주스와 커피를 좋아합니다. 낯가림도 적고 말도 잘하는 편이라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편입니다. 특이 사항으로는 작고 귀여운 포니를 한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페르소나를 보면서 리브랜딩의 방향을 기존의 홍콩 94라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네이밍부터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홍콩 94의 경우, 홍콩와플과 버터바를 주축으로 판매하는 디저트 카페입니다. 하지만 위의 페르소나에서는 홍콩과 관련한 어떠한 접점도 찾기 어렵죠. 또한 킥오프 미팅 때 대표님께서도 가게 네이밍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네이밍이 변경되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과감하게 네이밍부터 바꾸면서 디자인도 좀 더 트렌디하고 화려해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르소나인 카리나 씨를 살펴보면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사람입니다. 핫핑크 컬러의 선글라스도 그렇고, 몸매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패션 자신감도 가진 사람입니다. 감각적인 스타일의 디자인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사는 곳은 멕시코의 과달라하라라는 도시입니다. 멕시코 특유의 화려한 컬러감이 디자인에 가미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포니라는 애완동물이 있다는 점도 특이사항인데요, 이 부분도 디자인 요소로 사용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쿨한 이미지의 카리나 씨지만 포니라는 애완동물을 통해 귀여운 요소도 일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쿨함과 귀여움의 조화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브랜드 페르소나를 통해 추출한 요소들을 가지고 실제 네이밍과 슬로건, 디자인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공유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저희는 브랜드 페르소나를 디자인 맥락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써 살펴봤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비즈니스 전체적으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고객과의 관계 설정이라거나, 브랜드의 어휘, 톤 앤 매너 등을 이 브랜드 페르소나를 기준으로 잡고 생각해 본다면 보다 탄탄한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나만의 브랜드를 준비 중이시거나 내 브랜드를 가지고 계시더라도 꼭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내 브랜드의 개성과 명확한 콘셉트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브랜드 페르소나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최대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페르소나 만들기 이미지 파일을 한 번 더 첨부해 드립니다. 꼭 한 번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