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스며들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
*콘셉트가 표준어지만 편의상 컨셉으로 표기합니다
안녕하세요. 헤드쿼터 돈원필입니다. 지난 2회에 걸쳐 이야기해 온 '컨셉'에 대한 주제를 이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컨셉을 확장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함께 올려두었으니, 영상도 많이 클릭해 주세요~!!
유튜브 바로가기 : https://youtu.be/u3WP5FI4G8U?si=iCwE32j-PnoIVwUo
파주 금촌에 두번째작업실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했었습니다. 현재는 카페 영업은 하고 있지 않고, 공유 작업실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로 카페영업은 종료하였으나, 저희가 약 7년 정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얻게 된 다양한 인사이트를 계속해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두번째작업실을 '미대 작업실'이라는 컨셉으로 기획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미대 작업실의 이미지를 줄 수 있을지 시각화하는 작업에 몰두했었습니다. 공간을 디자인하고, 소품 등의 하드웨어적인 부분들을 구축할 때 미대 작업실의 분위기에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이 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저희 사례를 들려드렸습니다.
지난 콘텐츠에서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부동산 입지 선정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소품 등 이런 하드웨어들은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소프트웨어는 간접적 경험을 통해 우리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인지시키는 효과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메뉴라거나 저희가 내부적으로 진행했던 각종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이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메뉴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카페가 정말 많이 있습니다. 저희가 두번째작업실 카페를 준비하던 무렵에도 지역 내 카페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누구나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을 제공한다면 굳이 우리 카페에 고객들이 올 이유가 있을까요?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커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난 콘텐츠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저희는 모카포트로만 커피를 제공했기 때문에 그것도 하나의 특별한 경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대 작업실을 느낄 수 있는 좀 더 직관적인 우리만의 특별한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먼저 저희는 학생시절 마시던 커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시절 저희가 가장 많이 마시던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아닌 학교 자판기에서 뽑아마시던 달콤한 믹스커피였습니다. 많은 과제와 할 일들 때문에 마시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 떨기 위해 자판기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커피 한잔 하기도 했습니다. 달콤한 믹스커피는 저희의 학창 시절의 추억이기도 했죠. 그런 느낌의 커피를 모카포트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메뉴들을 개발하면서 맛보던 때 우연찮게 '카페봉봉'이라는 스페인식 레시피를 발견했습니다. 봉봉은 스페인어로 사탕이라는 뜻으로, 카페봉봉은 커피사탕이라는 의미의 아주 달콤한 스페인식 커피입니다. 만드는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에스프레소와 연유를 1:1로 섞으면 됩니다. 에스프레소와 연유만 들어간 만큼 엄청 진하고 달콤합니다. 마침 저희 모카포트 커피와 너무 잘 어울려서 처음 맛본 날 그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마시던 그때의 추억도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커피였습니다.
진짜 진한 믹스커피를 마시는 느낌이라 이런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고객분들께도 시음을 권해보았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너무 달콤하고 맛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다만 에스프레소에 연유밖에 들어가지 않는 레시피라 양이 적은 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고객분들이 주신 여러 가지 피드백을 바탕으로 새로운 메뉴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카페봉봉처럼 달콤하고 진한 여운도 있고, 부드러우면서 깔끔한 뒷맛을 주는 커피. 진한 카페인이 나의 잠들어 있던 뇌도 깨워주고 달달한 맛이 기분도 좋게 해 주어서 작업할 때 마시면 좋은 커피. 카페봉봉을 베이스로 해서 부드러운 우유폼과 몇 가지 향신료를 함께 사용해 만든 '작업실 시그니처'라는 메뉴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작업실 시그니처를 개발하면서 예전 기억 속의 달콤한 믹스커피를 모카포트 커피로 새롭게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과거에 있던 추억의 커피를 두번째작업실의 현재에 맞게 새로 만든 것이지요. 다행스럽게도 고객분들께서도 많이 사랑해 주셨습니다. 두번째작업실에서만 마실 수 있는 커피라 고객분들이 이 한잔을 위해 많이 방문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덕분에 아메리카노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로 등극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메뉴에 이어서 저희가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커뮤니티 프로그램'입니다. 카페를 운영하는데 무슨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냐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생각한 미대 작업실이라는 컨셉에서 커뮤니티는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미대 작업실에서는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만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과제가 일단은 주요 업무죠. 개인 과제뿐 아니라 조별 과제도 상당합니다. 조별 과제 외에도 친구들과 무언가 축제와 같은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고, 같이 어울려 놀기도 하죠. 카페에 개인 작업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대다수지만, 저희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부분도 이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위해 조금은 인위적이지만 저희가 직접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했었습니다.
간단히 몇 가지 소개해드리자면 우선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카페에서 독서모임들이 많죠? 저희도 독서모임이 몇 종류 있었습니다만 그중 특별하게 기획했던 것이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워크숍'입니다. 제 브런치의 다른 글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것 같습니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에 있는 13가지의 생각도구들을 2주씩 나눠서 한주에는 책 읽기와 의견 나누기, 다음 주에는 생각도구를 활용한 워크숍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창의성을 키워주는 미대에서 하는 수업 같은 느낌의 독서모임이었습니다. 반응도 상당히 좋아서 총 3회 차에 걸쳐 독서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미대 작업실이라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싶어서, 영업이 끝난 심야시간에 모여서 석고 소묘를 하는 '심야의 석고 소묘'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날씨가 추울 무렵에는 뜨개질로 힐링하는 분들을 위한 '뜨개질 살롱'을 준비했습니다. 그 외에도 시 쓰는 모임, 근처 맛집 정보를 공유하는 금촌미식회,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하는 각종 미술교실도 운영하였습니다.
이런 작은 소규모의 소모임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모임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영업 대신 '포트럭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저희는 장소를 제공하고 오시는 분들이 각자 음식 하나씩 들고 와서 같이 나눠먹으면서 동네 친구도 만드는 시간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오셔서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하고 실제로도 매년 2-30명 정도의 분들이 참석해 주십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함께 어울리며 놀다가 마피아 게임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너무 좋았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습니다. 그래서 별도로 마피아 게임만 하는 '마피아 나이트'라는 행사도 만들어서 운영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여러 크고 작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서 진짜 동네의 '작업실'이 되는 게 목표였습니다. 언제든 편하게 와서 개인 작업을 하기도 하고, 그냥 무심코 온 작업실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하는, 같이 목표를 정해서 새로운 과제를 할 수도 있는 그런 동네의 작업실 말이죠. 미대를 졸업하지는 않았더라도 이곳 두번째작업실에 오면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엄청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의도 때문에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더욱 신경을 많이 썼죠. 결과적으로 이런 프로그램 덕분에 더욱 빠르고 많은 단골을 확보할 수도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크게 보면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취미나 취향관련한 여러 가지의 작은 소모임입니다. 또 하나는 이런 작은 소모임에 참석해 주시는 여러 고객분들이 한 자리에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조금은 규모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파티)입니다.
학교에는 여러 동아리들이 있습니다. 각자 나눠져 서로 누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축제 기간에는 달라집니다. 축제를 통해서 각 동아리들의 활동도 확인할 수 있고 교류를 하기도 하면서 운영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저희도 작은 소모임과 큰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서로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오시는 고객분들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기획하였습니다. 이것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작업실이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어우러지고 모일 수 있도록 커뮤니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브랜드나 회사에서도 우리가 가진 컨셉과 맞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면 작게라도 기획해 보고 실행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작은 소프트웨어들이 쌓이고 쌓이면 고객들의 경험도 함께 쌓여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은 우리 브랜드, 우리 회사에 진짜 팬들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어 줄 것입니다. 시간은 다소 소요되고 어떻게 보면 비용대비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드웨어처럼 직관적이지 않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가랑비처럼 고객들에게 천천히 스며들어가 각인되어 갈 것입니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가 지닌 컨셉을 점점 더 뾰족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까지 조금씩 더 뾰족하게 만들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3회에 걸쳐서 컨셉과 그것을 확장한 방법에 대한 저희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뛰어난 레퍼런스라고 하기에는 미약하지만 작게나마 힌트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튜브도 많이 시청해 주시고, 다음에도 공유할만한 내용 들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헤드쿼터 돈원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