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이 잡혔다면 확실하게 적용해 봅시다
*표준어로는 콘셉트가 맞지만, 편의상 컨셉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헤드쿼터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돈원필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더 자주 콘텐츠 업로드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현재 공유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 '두번째작업실'은 2023년 여름까지는 카페로 운영되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인해서 카페업무는 정리하고 공유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그전까지 카페로 운영하면서 고민하고 준비했던 것들이 새롭게 창업하거나 브랜드를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 하나씩 저희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유튜브 바로가기 : https://youtu.be/yekkGCJ3g0w
지난 콘텐츠에서는 '가장 쉽게 컨셉을 잡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두번째작업실을 카페로 준비하면서 어떤 방법을 통해 컨셉을 정리했는지 저희의 예시를 들려드렸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나의 히스토리 안에서 컨셉을 발견하자'라고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와 와이프는 둘 다 미대를 다녔었다는 공통된 과거가 있습니다. 과거에서 컨셉을 꺼내어 두번째작업실을 '미대 작업실'이라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나의 과거, 나의 히스토리 안에서 좋은 컨셉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게 나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새롭고, 신선하고, 재미있고, 흥미로울 수 있는 테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만든 '미대 작업실'도 저희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었지만, 찾아와 주신 많은 고객분들께는 영감을 주고 흥미로운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컨셉을 잡기 어려우신 분들은 한 번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그 안에서 찾아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한 단계 다음 단계로 구체화해보고자 합니다. 컨셉을 잡는 방법에 이어 어떤 식으로 컨셉을 확장하고 구체화시켰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카페를 하는 게 목적이었으니 공간이 필요하겠죠? 미대 작업실로 두번째작업실의 컨셉을 확정 지었으니 우리에게 딱 맞는 부동산을 찾아야 했습니다. 딱 이맘때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동산을 찾아다니던 그때도 엄청 더운 여름이었는데, 땀을 한 바가지씩 흘려가면서 지역 내에 있는 공실이란 공실은 다 뒤져보았습니다.
부동산을 찾으면서는 두 가지를 고려했습니다. 보통은 입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실 텐데, 저희에게 입지는 상당히 후순위였습니다. 저희는 컨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 편의를 위해 저희(고객들)만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화장실 두 가지를 고려했습니다.
미대 작업실은 공간적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넓은 공간이죠. 개방되어 있고 넓습니다. 층고도 살짝 높은 편입니다. 여기에 부합하는 공간을 찾아야 했습니다. 입지가 좋더라도 공간이 넓은 느낌이 들지 않으면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곳이 현재 두번째작업실이 있는 파주시 동산길입니다. 비록 상권은 아니고 주택가(원룸촌) 한복판에 있지만, 30평이라는 깊고 넓은 공간과 높은 천정고(약 3,000mm), 내부에 있는 독립된 화장실까지 저희가 찾고 있던 여러 조건과 가장 부합하였습니다. 이런 곳이라면 저희가 생각하는 작업실의 이미지를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우선 이렇게 부동산을 찾았으니 인테리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콘텐츠에서도 설명드렸듯, 컨셉을 정할 때 핀터레스트 보드를 활용하였습니다. 핀터레스트 보드에 저희가 원하는 작업실의 이미지들을 추려놓았습니다. 추려놓은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미대 작업실의 이미지들을 구체화해 가면서 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설계는 스케치업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저희가 직접 했습니다.
우선, 미대라는 '학교'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벽을 투 톤 컬러로 결정했습니다. 요즘 학교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의 학창 시절에는 복도를 두 가지의 컬러로 칠해 놓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학교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투 톤 컬러의 벽체를 살리고자 했습니다.
미대는 여러 전공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저는 디자인 전공이고, 와이프는 서양화 전공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대 작업실이라고 하면 순수 조형 예술을 떠올리게 되죠. 그래서 공간을 구성할 때에도 디자인 작업실보다는 순수 미술 작업실 쪽으로 방향을 구체화했습니다.
미대에는 손재주들이 좋은 사람들이 모인 만큼, 웬만한 필요한 것들은 직접 만들어서 쓰곤 합니다. 학교에 남아있는 재료들이나 어딘가에서 주워온 것들을 활용해서 투박하고 거칠지는 몰라도 잘 만들어서 씁니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가 목재입니다. 가공이 비교적 쉬운 편이고, 활용도도 높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공간을 구성할 때에도 목재를 적극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투 톤으로 칠해진 공간 안에 최대한 목재를 활용한다면, 미대 특유의 감성을 드러내는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재가 주는 편안한 느낌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목재에 어떤 마감을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데, 약간은 짙고 붉은 컬러의 목재라면 빈티지한 감성을 통해 시간의 중첩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 목재 중에서 지금은 인테리어 마감재로 많이 쓰고 있지만, 저희가 카페를 준비할 무렵에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던 합판을 마감재로 사용하였습니다. 작업실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고급스러운 목재보다는 투박한 느낌의 합판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죠. 또한 튼튼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가공도 수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합판을 적극 활용한 인테리어를 선택했습니다. 시공하시는 분들도 당시에 흔치 않은 사례라 걱정이 많으셨는데, 완성 후의 감도가 좋아서 타 현장에서도 적극 추천하셨다고 합니다.
바를 구성할 때에도 고민이 컸습니다.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는데 커피 추출방법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합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는 것을 생각했었죠. 저희가 원하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머신 구매 비용이 많이 들어가더군요. 카페 포화의 시대에 퀄리티를 내기 어려운 저가형 머신을 들여놓는 것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고민이 컸습니다. 예산도 상당히 빠듯하던 차라 대체할만한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차선책으로 핸드드립 카페 같은 방향도 논의를 해보았지만, 저희 수준에서 고품질의 핸드드립을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라테 기반의 음료를 제조하는 데에도 한계가 분명했고요. 에스프레소를 쉽게 추출할 수 있으면서 머신은 사용하지 않는 것, 그렇게 찾은 저희의 차선책은 '모카포트'였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시간도, 손도 많이 가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작업실이라는 컨셉과도 느낌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카페는 느긋하게 내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들여서 충분히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모카포트는 조금은 느리지만 시간을 들여서 추출한다는 점도 그렇고, 추출 과정에서 나는 소리들(포트 달각거리는 소리, 가스불 켜는 소리, 끓는 소리 등), 보여지는 모습도 상당히 아날로그적입니다. 추출된 커피를 커피잔에 담는 모습까지도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감성을 전달합니다. 모두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할 때, 모카포트만으로 커피를 만들어주는 것은 다른 카페들과는 차별점도 줄 수 있었죠. 이런 여러 장점들이 작업실을 더욱 작업실스럽게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레이아웃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네요. 공간 레이아웃을 구성할 때 좌석 수는 적더라도 공간과 공간 사이를 넓게 배치하였습니다.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좀 더 빡빡하게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실이라는 컨셉 하에서는 널찍한 공간에서 눈치 보는 일 없이 편안하게 개인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넓은 간격으로 좌석을 배치하고 각 좌석에는 개별 콘센트를 주어 작업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번째작업실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제작한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책장입니다. 작업을 할 때 필요한 여러 자료나 행사관련한 것들을 쌓아두고 보이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상품이나 콘텐츠를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동이 가능한 파티션입니다. 서양화과에 찾아가면 볼 수 있는 큰 파티션이 있습니다. 캔버스 등을 보관하기도 하고, 그 자체가 일종의 가벽 역할을 합니다. 개인 공간을 구분하는 이동식 벽이죠. 그것을 그대로 차용해서 카페에서 무언가 행사를 하거나 공간을 구분해야 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 이동이 가능한 파티션을 만들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빠졌지만, 대형 작업대도 꼭 만들고자 했던 것 중 하나입니다. 넓은 작업대에서 좀 더 자유롭게 작업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기도 합니다. 넓은 만큼 활용도가 높아 그만큼 인기 있던 테이블이었습니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디테일한 소품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소품을 가져다 놓을 때에도 컨셉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했습니다. 막 지어진 새것이 아니라 시간이 쌓인 미대 작업실 공간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이 공간을 지켜왔을 것 같은 소품들, 오래된 전화기나 타자기, 라디오, 장인어른께서 사용하시던 오디오 세트까지 가져다 두었습니다. 또한 저희가 직접 사용하던 미술도구들, 읽고 있던 책들까지 곳곳에 배치해서 이곳을 진짜 미대 작업실처럼 꾸몄습니다. 미대 작업실이라는 컨셉을 공간 전체에서 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죠.
실제로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고 있는 창의적인 누군가가 있는 공간으로 느껴졌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확실하게 느껴지도록 공간을 디테일하게 연출하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고객분들이 카페에 오셔서 그림 그리는 분이 누구냐고 많이 물어보시기도 하셨고,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기도 하였습니다.
오늘은 컨셉을 구체화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희가 카페를 운영한 만큼, 카페 이야기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건 브랜드건 식당이건 카페건 하나의 컨셉이 있다면 컨셉을 중심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컨셉에 맞는 콘텐츠들을 잘 배치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저희는 미대 작업실이라는 컨셉이 있었기 때문에 미대 작업실의 분위기가 묻어날 수 있도록 부동산부터 인테리어, 레이아웃, 소품까지 신경을 썼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운영하시는 회사, 브랜드, 식당, 카페 등 이런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컨셉에 대한 콘텐츠들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고객이 컨셉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면, 좀 더 고객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고 또한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컨셉의 하드웨어적인 적용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나가서 소프트웨어적인 적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실제로 카페를 운영하면서 했던 여러 프로그램들, 메뉴의 설정 등 어떻게 컨셉을 소프트웨어에 녹였는지 사례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유튜브 영상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면서, 오늘 글을 줄입니다. 의견이나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