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원필 Jul 09. 2024

가장 쉽게 컨셉을 잡는 방법

히스토리는 컨셉이 된다

안녕하세요 헤드쿼터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돈원필입니다.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글이 좀 뜸했네요. 


오늘은 저희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장소는 '두번째작업실'이라는 공유 작업실입니다. 두번째작업실은 기존의 저의 브런치 다른 글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23년 7월까지는 카페로 운영하던 장소입니다. 현재 카페는 운영하지 않고 다른 분들과 함께 공유해서 사용하는 공유 작업실로 사용 중입니다. 


지금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약 7년 정도 운영하고 지역 주민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공간입니다. (감사하게도 카페를 정리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카페 이야기를 하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그렇게 많은 애정을 받았던 공간이었던 만큼, 저희가 두번째작업실을 운영하고 준비하면서 했었던 창업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자영업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창업이 일상화되고 많은 분들이 새로운 시작을 하신다는 이야기겠죠. 별건 아니지만 저희의 창업 이야기가 다른 분들이 창업을 준비하시고, 컨셉을 잡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글을 올려봅니다.

(표준어로는 콘셉트가 맞지만, 편의상 컨셉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바로 가기 : https://youtu.be/zsfrH_JviKU?si=t8BTRP5ChePYX0l4





저희가 카페 두번째작업실을 약 7년 정도 운영 했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과정, 어떤 식으로 컨셉을 결정하고, 인테리어도 하고, 이름도 짓고, 메뉴도 만들면서 운영을 했었는지 앞으로 몇 개의 파트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컨셉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창업을 하시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시거나 나만의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제일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컨셉잡기'가 아닐까 합니다. 저희도 카페를 준비하면서 제일 많이 이야기하고,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던 것이 바로 컨셉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지 저희 이야기를 한 번 보시고, 여기에서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어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이 카페를 만들면서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 '어떤 카페를 만들까?'였습니다. 카페는 저 혼자서 운영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와 와이프 둘이서 함께 운영하기로 했죠. 어떤 카페를 만들지에 대해 둘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습니다.


일단 저희가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공간입니다. 일을 하는 저희에게 매력적이고 질리지 않는 공간이어야 했습니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찾아올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여러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카페는 무엇인지 다양하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 카페를 찾아오면 좋겠는지, 카페라는 공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면 좋겠는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떤 분위기로 흘러가면 좋을지 다각도에서 이야기해봤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라 카페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여러 카페들을 투어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정말 맛있고 뛰어난 카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그곳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아서 자주 찾아다녔습니다. 여러 카페 중에서도 제가 선호하는 카페는 주로 호텔의 라운지 같은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공간이었습니다. 


와이프는 저와는 선호하는 방향이 좀 달랐습니다. 좀 더 러프하고 자연스러운 공간, 세월을 느낄 수 있고 연륜이 쌓인 것 같은 느낌의 카페들을 더 좋아했습니다. 같이 운영해야 하는 공간이지만, 공간에 대한 이상향에 대한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었습니다. 생각하는 게 굉장히 다르다고 느껴졌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차이를 조율하고 합의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수많은 대화 끝에 우리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여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공통분모는 '미술대학 출신'입니다. 와이프는 서양화 전공이고, 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두 사람 다 '미대'라는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학교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기 때문에 환경은 매우 차이가 났습니다. 하지만 미대라는 커다란 콘텍스트는 함께 공유할 수 있었고 공간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을 결정할 때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미대라는 공통점을 찾았으니 좀 더 구체화해 보았습니다. 미대를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무엇이었을까요? 우리가 가장 즐거웠던 시간, 가장 행복을 느꼈던 공간이 어디였는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희 둘 다 학생 시절을 나름 즐겁게 보냈던 이유에서인지 공통적으로 '미대 작업실'에서 자기 작업을 했던 때를 이야기했습니다. 


미대 작업실이라는 키워드까지 왔습니다. 여기서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미대라는 콘텍스트는 같지만 전공과 학교의 차이로 인해 환경이 너무 달랐습니다. '미대 작업실'에 대한 분위기나 개념도 완전히 달랐죠.


제가 경험한 미대 작업실은 사실 일반적인 사무공간에 가깝습니다. 책상과 컴퓨터, 각종 책들, 참고 자료, 필요에 따라 좀 넓은 크기의 작업대 정도가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반면, 와이프가 생각하는 미대 작업실은 넓고 천정고도 높고, 커다란 왁구들이 쌓여있고, 각종 물감과 도구들이 잔뜩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생각한 작업실의 이미지의 갭이 굉장히 컸습니다. 




이 갭을 줄이기 위해서 저희는 핀터레스트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핀터레스트는 이미지를 검색하고 모을 수 있는 이미지 중심의 소셜 미디어입니다. 핀터레스트에는 보드라고 해서 원하는 이미지들을 한 곳에 폴더처럼 모아둘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저희는 일단 핀터레스트에서 자신의 보드를 만들어 그 안에 각자가 생각하는 작업실의 이미지를 모아서 저장했습니다. 그리고 모아둔 이미지를 공유하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제가 생각하는 작업실의 이미지와 와이프가 그리는 작업실의 이미지는 결이 무척 달랐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이미지들을 보면서 시각적인 합의점을 하나씩 도출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시각화되어 있는 사진, 그림 등을 통해서 정리를 하다 보니 보다 빠르게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를 다듬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학교'라는 이미지가 공간 안에서 묻어나면 좋겠다는 것, 사용감이 느껴지고 빈티지한 감성이면 좋겠다는 것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학교를 다니면서 선배들이 남겨둔 흔적, 학교의 역사, 뭔가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정리가 되어있는 것, 새것이 주는 깔끔함은 아니지만 세월이 주는 어떤 영감 같은 것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요소들이 우리의 공간 안에서 어우러지면서 편안하고 안락함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업실이라는 컨셉이 우리에게 딱 맞다고 결정했던 이유가 몇 가지 더 있었습니다. 작업실은 크게 보면 몇 가지 용도로 나눠집니다.


첫째는 '작업을 하는 공간'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 즉 일을 하는 공간이죠. 저희가 운영하는 카페에는 좀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오랜 프리랜서 생활로 인해서 여러 카페들을 전전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두 번째는 '교류의 공간'입니다. 미대 작업실에서는 작업만 하진 않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내 작업의 방향도 새롭게 설정하기도 하고, 놀기도 합니다. 저희 카페에서도 자유롭게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작업실이라는 컨셉이 굉장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지막으로 '먹고 마시는 공간'입니다. 작업실에서 간단한 음료나 간식 등을 놓고 먹고 마시면서 작업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옆에 커피와 과자류를 두고 먹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당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 바로 한 입 할 수 있는 것도 작업실만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이렇듯 먹고 마시면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교류하고 교감하며 내 할 일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그 공간이 바로 작업실이기 때문에 저희는 컨셉을 '미대 작업실'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마찬가지로 컨셉에 맞춰서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업실이라는 컨셉이 확 묻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업실'이라는 워딩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의미만 남겨볼까도 고민했었지만 저희는 '두번째작업실'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카페에 작업을 목적으로 오시는 손님들(프리랜서로 일하던 저희도 마찬가지로)은 자신만의 첫 번째 작업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이 직장일 수도 있고, 학교가 될 수도 있고, 집일 수도 있죠. 첫 번째 자신만의 작업 공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 카페를 '당신의 두번째 작업실'로 편안하게 이용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두번째작업실'로 결정하였습니다. 




컨셉은 중요합니다. 창업이건 브랜드를 만들건 제품이 되었건 간에 컨셉은 가장 큰 줄기가 되어줍니다. 중심이 되어줍니다. 디자인도, 마케팅도, 콘텐츠도, 이런 모든 것들이 컨셉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져 나가게 됩니다. 중심이 되어주는 컨셉만큼은 꼭 탄탄하게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저희 창업의 과정 중에서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컨셉을 잡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 고민이 된다 이러시면 일단 나의 히스토리부터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의 이야기도 들려 드려 보았습니다.


저와 와이프 두 사람의 공통점이 미대를 다녔었다는 저희의 히스토리 안에 녹아 있었기 때문에 '미대 작업실'이라는 컨셉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여러 이미지들을 하나로 규합할 수 있었고 그것들을 공간 안에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정된 컨셉 하에서 인테리어도 하고, 카페에서 이뤄질 프로그램도 만들고, 메뉴도 선정하고 이렇게 하나씩 정리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새로운 브랜드, 창업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내 히스토리를 한 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나에게는 익숙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새롭고 흥미로운 컨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힌트가 되셨길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유튜브에도 내용 정리해 두었으니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다음번엔 컨셉을 중심으로 어떻게 다른 것들을 만들어갔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좀 더 들려드리겠습니다.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헤드쿼터를 소개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