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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안나 Jul 11. 2022

반짝반짝 빛나던 그사람


문득 2000년대 초반 활동했던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다시 듣고싶어져서 유투브에서 밴드와 곡명으로 검색을 했다. ‘2000년대 추억의 음악’ 같은 플레이리스트에나 들어가있을 줄 알았는데 왠걸, 최근까지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활동을하고있는지 최근 촬영된 동영상이 있었다.


그는 실력도 물론이지만 잘생긴 외모로도 유명했다. 내 기억속의 그는 이십대 초반으로, 불필요한 지방은 전혀 붙어있지 않은 어깨를, 키 큰 사람들이 많이 그러듯 약간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던 늘씬한 허리를 가졌던 그는 지금은 체중이 불어나 티셔츠 위로 몸의 선이 보였고 목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고음 파트는 음을 낮춰서 불렀더. 아직까지 활동하고있는것이 반갑기도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보다도 실망이 약간 컸다.


나는 과거의 영상과 최근의 영상을 오고가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들은 같은 나이대의 일반인들, 회사원들과 비교하면 아주 젊은축에 속했지만 나는 그 시간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해하기 싫어서 혼란스러웠다.


얼마 후에 친구와 이 이야기를 할 일이 있었다.


 “아니, 외모도 실력도 젊을때 그렇게 반짝반짝하던 사람이었는데, 조금 슬프더라고.”

그러다 스스로 문득 깨달았다.

“아, 그런데 나는 그렇게까지 반짝반짝했던 적도 없는데 지금 누굴 보고 슬퍼하는거지?.”


그렇다. 젊으면 다 반짝거린다고는 하지만 광내고 닦아야 조금 빛이 날까 싶던, 외모도 능력도 특별할 것 없던 내가 할 말은 아닌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외모와 능력이 최대치일 때 그걸 모두 쏟아부었고 꿈을 이루었고 그 성과를 얻어 몇십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기억되고있다. 내 꿈은 어느새인가 조금씩 먼지처럼 휘날려 사라졌는데 말이다. 시간은 흘렀고 그만큼 낡을건 낡았지만 이룰것을 이룬 그들에게 안쓰럽다거나 약간 실망스럽다고 말할 자격은 없다.



요즘 출근길에 그 밴드의 음악을 종종 듣는다. 이십대 초반의 그가 흥얼거리며 만들었을 멜로디와 그 당시의 경험과 사고를 담아 지었을 가사를 붙여 만든 노래를, 긴장감있는 몸과 폐와 입과 혀를 움직여 내는 소리를 듣는다. 마이크를 잡은 주름 없는 손과 높은 음을 낼 때 찡그리는 청년의 얼굴이 그려진다. 그는 이런 변하지 않는 이미지를 남겼고  지금도 노래하고있다. 슬퍼할 이유는 없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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