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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코치 Nov 19. 2018

[공공책] 공부하려는 마음부터 먹지 마세요

공부를 위한 공부를 위한 책 추천 2.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언제부터 공부습관을 잡아주는게 좋으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전 브런치 글에서 자세히 소개 드렸지만 시기별 학습 코칭 포인트가 조금씩 다릅니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공부보다는 흥미와 재미를 우선시하며 무엇을 하든 재밌게, 놀이와 유사하게 접근합니다. 반면 초등 고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공부 습관을 만들어 나가야할 시기입니다. 이 공부습관을 우리는 '자기주도 학습 역량'이라고 부르지요. 학생마다 어떤 학생은 1:1 과외 수업이 잘 맞고, 어떤 학생은 인터넷 강의를 집에서 들으며 혼자 몰아서 공부하는게 낫고, 또 어떤 학생은 선생님이든 친구든 같이 떠들 사람이 있어야 공부가 됩니다. 어느 방식이든 나에게 맞는 공부법과 학습 전략을 갖고 필요한 공부를 해나가는, 내 공부의 지휘자를 나로 만드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 학습입니다. 따라서 이르게는 초등 3,4학년 부터 슬슬 공부 습관을 만들어 나가며 늦어도 5,6학년 때는 공부 습관을 제대로 만들어야 확 늘어난 중학교 공부를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만약 공부 습관이 잡히지 않은 채로 중학교에 올라왔다면 조금 상황이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감정이 죽끓듯 변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공부 습관이 잡혀있던 아이들도 휘청거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래 집단의 문화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에 sns나 게임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고등학교는 입시까지 목전인데 이미 10년 넘게 하던 잘못된 습관까지 버리고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지요. 그러니 초등 5,6학년까지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코칭을 시작하는게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당사자인 학생들은 관심이 없죠. 설마 이 글을 초등학생 본인이 읽고 계시진 않으시지요? (만약 본인이 읽고 계시다면 크게 되실 분입니다. 미리 싸인이라도 받아두고 싶으니 꼭 리플 달아주세요!) 아마도 필경 학부모이시거나 선생님, 또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이실 겁니다. 자기의 미래와 공부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스스로 해나가기 시작한 학생은 매우 훌륭한 학생이지만 학생계의 유니콘 같은 존재입니다. 실존한다기 보다 상상 속에 존재한다고 보는 편이 낫습니다.


제 학생 중 고등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근방에서 등수 올리기 힘들다는 중학교에서 신생에 가까운 고등학교에 진학한 덕분도 좀 있었지만, 그래도 중학교 때는 전교 100등 안에 드는게 소원이던 아이가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을 했으니 눈부신 성과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선 늘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우리 애 공부 좀 하게 해주세요, 선생님. 맨날 노는 것 같아요. 전교 1등 부모님도 그러신답니다. 부모의 마음이란 늘 조금 더 해서 조금 더 잘 됐으면 하고 바라시는지라 우리 애 숙제 그만 내주세요,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쉬게 해주세요, 하는 분은 거의 없으십니다. 특히 그 자녀가 고등학생이라면요.


그 학생은 그래도,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었습니다. 자신의 미래와 공부에도 관심이 많았지요.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어느 날 이 학생이 진지하게 제게 어떻게 하면 공부를 할 마음이 드느냐 물었습니다. 어쩌다 그런 기특한 질문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어보니 "저랑 실력이 비슷해 보이는 애였는데 입학 시험 때 저보다 훨씬 성적이 좋았더라구요. 자존심 상해서 안 되겠어요." 하고 답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머리로는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드는데 도무지 엉덩이와 몸이 침대에 붙어 떨어지질 않더랍니다. 머리 속에 두 명의 자아가 싸워대고 있던 거죠. 공부해! 아냐, 조금은 쉬어도 되잖아? 인생 뭐 있어?


문제는 후자가 이긴다 해도 결코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겁니다. 과제를 제 때 해오지 않거나 무단 지각 및 결석을 하는 아이들은 그 만큼의 죄책감을 안고 선생님 앞에 옵니다. 차라리 놀거면 아무 죄책감 없이 신나게 놀고 오라고 해도 소용 없습니다. 성인이 당연히 출근해서 돈 벌러 가야한다는 것을 알듯, 직업란에 '학생'을 쓰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대부분 자기가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을 압니다. 결국 놀아도 편치 않고 마음은 잔뜩 지치고 맙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당연히 생기구요.


그래서 저는 이 학생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공부할 마음을 먹으려 들지 마. 고민할 거 없이 그냥 앉아서 해."


동기가 먼저인지 행동이 먼저인지에 대한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논쟁은 역사가 깊습니다. 프로이트 이후 인간의 행동은 저 깊은 곳에 내재된 어떤 자아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분석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내면 심리가 행동을 규정하는게 아니라 심리가 행동을 규정한다고 주장하는 심리학자가 등장했습니다. 훗날 많은 심리학자들에 의해 '심리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윌리엄 제임스의 이론을 소개한 책이 바로 '립잇업'입니다. 괴짜 심리학자로 유명한 리처드 와이즈먼의 저서 중 하나이지요.


어떻게 하면 공부가 재미있을지, 하고 싶어질지, 내가 미루지 않고 분연히 일어나 공부할 수 있게 될지, 어쩌면 이 모든 건 쓸모 없는 소모적인 고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흔히 드는 예입니다만, 연애 잘 하는 방법 줄줄 꿰고 있는 사람 치고 연애 많이 해보는 사람 없고, 공부하는 방법 찾아다니는 사람 치고 공부 잘 하는 사람 없다고들 하지요. 정말로 연애 잘 하고 공부 잘 하는 사람은 그냥 합니다. 그 어떤 심오한 철학이나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고 일단 해보고, 겪어보고, 내게 맞는 걸 찾아나가지요.


머리를 비우고 그냥 일어나서 뭐라도 끄적거리기 시작하면, 그 경험이 썩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그러면 공부가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일단 단어 다섯 개라도 외워보고 그게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내일 모레 쯤은 여섯 개를 외우게 될 지도 모릅니다. 싫어하는 과학 교과서에는 좋아하는 오빠들 사진을 덕지덕지 붙여 한 번이라도 더 웃음 짓게 되면 어쩌면 나의 뇌는 과학이 좋아 웃는 거라고 착각할지도 모릅니다. 학창시절 좋아하는 선생님의 담당 과목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 흔히 겪어보셨을 겁니다. '립잇업'에서는 이렇게 행동으로 심리를 만들어내는 유쾌하고도 다양한 실험들이 가득합니다.


제 조언을 들은 위의 학생은 그 후 방 안 곳곳에 '그냥 해! 엉덩이를 떼!', '그냥 일어나는거야, 할 수 있어!' 등의 메모를 써서 덕지덕지 붙여두었습니다. 고민할 시간에 그냥 일어나서 움직인 덕에 공부를 미루지 않는 습관을 갖게 되었지요. 어쩌면 공부에는 대단한 동기나 철학이 필요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립잇업' 리처드 와이즈만 저

이런 사람들에게 권해요:

공부만 하려고 하면 머리 속에서 맹렬히 두 자아가 싸우기 시작하시는 분들






공부를 위한 공부를 위한 온라인 스터디를 함께할 분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대상: 학습 코칭 및 자기주도 학습에 관심이 있는 사교육 종사자, 교육 관계자 및 학부모

활동:

1. 학습 코칭에 도움이 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독서록을 작성 / 공유하고

2. 그 책의 내용 중 학습 코칭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컨텐츠화 하여

3. 실전에 활용 후 피드백을 주고 받습니다.


매 달 최소 한 권의 책을 읽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합니다. 스터디에 대한 문의 및 참가 신청은 kakao @mariacoach 로 해주세요.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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