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보리 Jul 14. 2022

개업한 지 삼 개월 만에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나비효과




원래 책방이 있던 가게에서 1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생겼고, 그 커피전문점의 나비효과로 개업한 지 3개월 만에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청년 사업이 시작한 건 8월. 우연히 지원했는데 덜컥 되었고, 갑자기 서점을 준비하게 되었다. 마을의 빈 공간들을 임대해 놓은 상태였는데, 원래는 숙소로 예정되어있었으나 모두가 숙소로 사용하길 거부한 작은 옛 상가 건물이 있었다. 세 집이 나란히 붙은 형태의 단층 건물이었다. 임대되어 있는 곳은 두 집이었고, 맨 끝에는 할아버님이 살고 계셨다. 작고 아담해서 잘 고쳐서 이 자리에서 서점을 하는 게 괜찮을 것 같았다. 다른 서점 파트에 지원한 분들에게 옆에서 같이 하자고 열심히 설득해 보았지만, 워낙 낡고 작은 건물이라 그런지 다들 썩 내켜하지 않았고, 그래서 혼자 슬슬 가게를 청소하고 고쳐서 오픈 준비를 했다.




얼마나 비어 있었던 곳 일까?. 낡고 오래된 물건이 집 안에 가득했다. 지나다니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예전에 이곳이 장사가 제법 잘 되었던 쌀집이었다고 알려주셨다. 그 후엔 연탄 집도했었다고 한다.


장사가 잘 되었던 집이라고 하니 혹시 나도 그 기운을 받아 서점이 잘 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혹은 바람이기도 했다. 잘 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낡은 것들을 뜯어내고, 열심히 고쳤다.


그래도 간판도 달고, 새로 칠하니 그럴듯했다. 내부가 좁았지만 책도 적으니 그게 또 나름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가 오픈을 한 게 10월 말이었고, 12월 말에 사업자등록을 했다. 처음 맞이한 문경의 겨울은 너무 추웠지만,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내 가게를 얻었다는 마음에 장사가 되든 안되든 재미있었다.


해가 넘어가고 3월이 막 되던 찰나 옆집 할아버지가 가게를 찾아오셨다. 거의 들르는 일이 없으셨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드렸다.

"여기 건물 주인이 자기가 쓴다고 나가라고 했어, 나는 집도 벌써 구해서 곧 이사 갈 거야. 주인이 얘기한다고는 했는데 먼저 귀띔해 주는 거야. 알고 있으라고"


이제 개업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사라니!


아마도 계약은 8월까지 일 테고, 그럼 그때까지 폐업을 하거나, 새로운 곳을 찾아 이사를 가야 했다. 처음 참여한 청년사업은 전년도 연말까지 지원이 끝난 상태였다. 그래도 알려야 할 것 같아 운영을 하고 있는 팀에게 연락을 했다. 건물 주인이 나가라는 통보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확인해 보고 연락을 준다고 했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 걸려온 전화 너머로 들려온 대답은 "맞다고 하시네요. 8월까지 비워달래요"가 전부였다.


새 가게를 임대해 주겠다거나, 다른 공간을 준다는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다. 적어도 나는 갑작스럽고 난감한 지금 상황을 같이 고민해 주길 바랐다. 그런데 그건 동료였길 바란 내 착각이었다. 주최 측과 참가자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그들의 반응에 상처를 받았다.


그들은 다음 사업 때문에 내 가게 문제를 같이 고민할 겨를도 없이 너무 바빴다. 다른 지역에서 손님이 오실 때나, 높은 으르신들이 오실 때 사업의 결과물로 서점을 소개하기 위해 그분들을 모시고 잠깐씩 들렀다. 그럴 때에나 얼굴을 비추며 하는 짧은 인사가 전부였다. 바빠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민의 날들이 이어졌다. 가게를 더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8월까지 하고 마무리를 하는 건지 하는 마음이 엎치락뒤치락 계속 뒤집어졌다.


그 무렵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찾아오셨다.

“나도 그 가게 인테리어 다 하고 들어가서 돈 많이 들였어”


집주인 아주머니는 그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들어오는 곳에서 음식장사를 하고 계셨다. 건물 주인이 거기서 새 가게를 하겠다고 계약이 끝나는 대로 비워달라 했다고 했고, 그렇게 그 아주머니는 본인의 건물로 오시면서 내가 떠밀려 나가게 된 거였다.


아주머니는 이제 막 가게를 차렸는데 내 쫓기듯 나가게 된 나보다 자신의 처지가 더 중요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여기를 이렇게 저렇게 고치면 되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계획과 푸념을 잔뜩 쏟아 놓고는 미안하게 됐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셨다.


이게 무슨 일 인가 싶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신이 없었다. 사실 도시였다면 그냥 막무가내로 버틸 수도 있었을 테지만, 시골에서 동네 시끄럽게 할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책방에서 100미터 즘 떨어진 곳에 원래 있던 가게가 나가면서 '임대'현수막이 붙은 걸 봤다. 부동산에 연락해 8월까지 기다려 달라 부탁을 드리고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



얼떨결에 계획에도 없던 서점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된 거 몇 년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이 별로 없어도, 책도 많지 않아도 내 공간이 있다는 게 좋았다. 내가 고른 책을 좋아하는 손님들도, 멀리서 종종 찾아주기 시작한 단골이 막 되려는 손님들도 생각이 났다.


이사 결정을 하고 났더니 한결 머리가 가벼워졌다. 이젠 또 한 번 밀고 나가면 됐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요”라고 얘기를 하긴 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닫힌 상태였다. 혼자 새 책방과, 기존 책방을 왔다 갔다 하며 천천히 내 속도대로 또 새로운 공간을 고치고, 칠하고, 움직였다.



그렇게 개업한    년도 안돼서 9  새로운 장소에서  번째 오픈을 했다. 또 한 번 오픈했다고 축하를 받았고, 새로 옮긴 책방이 더 환하고 좋아 보인다고 많이 이야기를 해 줘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조금은 복수의 마음으로 커피를 먹을 일이 있어도  프랜차이즈 커피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여전히 문경은 조용하고, 서점 역시 조용하다. 간간히 오시는 손님들과, 이제 ‘단골’이라 부를 만한 얼굴을 아는 체할 수 있는 손님들도 생겼다. 그렇게 조용한 날들을 이어 보내고 있다.




- 반달 책방 이야기 1 - 사장이지만 백수입니다.

- 문경으로 귀농했습니다. - 문경으로 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책방이라 죄송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