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도 작고 책도 조금이에요.
지금은 이사를 해서 책방이 좀 커졌지만, 처음 오픈을 한 책방은 아주 아주 아주 작은 크기였다. 심지어 오래된 건물이어서 층고도 엄청 낮았다. 책방이 두 개의 공간으로 약간 층이 져 있었는데, 작은 쪽은 내가 손을 뻗으면 천장에 손이 닿을랑 말랑했다.
두세 명이 들어오면 꽉 차 보였다. 서로 몸이 부딪힐까 서로 조심해야 하는 정도였다.
당연히 좁으니까 책도 적었다. 게다가 그림책은 크긴 하지만 두께가 얇아서 꽤 많은 양을 꽂아 두어도 적어 보였다. 그래서 책의 표지가 보이게 늘어놨지만 그래도 책이 적은 건 맞다.
가게도 작은 데다 책도 적으니 '도대체 여기가 뭐 하는 곳인가'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아주 딱이었다. 알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는 질문도 꽤 받는다. 아직도 종종.
장점은 조금만 사람이 들어와도 많아 보인다는 것이지만 그게 단점이었다. 게다가 공간이 작으니 노래를 틀어놔도 사람들 소리가 너무 잘 들렸다. 손님들도 그걸 의식해서 아주 소곤소곤 말할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이 조금 귀엽다.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모른 척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바쁜 척을 한다. 괜히 수첩을 뒤적이기도 하고, 책이 있는 창고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한다. 안 들으려고 해도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너무 잘 들리는 탓에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 타이밍에 끼어들어야 하나 - 고민하게 된다. 또는 이야기를 해 드릴까 말까, 책에 대해서 혹은 작가에 대해서 아는 척을 해야 할까 고민의 연속이다. 그러다 제법 잘 끼어들면 손님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을 해결하기도 했고, 타이밍을 놓치거나 잘못 끼어들면 이야기를 엿들은 것 같아 민망하기도 했다.
책도 무한정 들여다 놓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처음에 오픈할 때에는 내가 좋아했던 책들을 우선 넣고, 보고 싶은 책들을 또 넣고, 그렇게 아주 조금 그리고 여분의 책들을 3권 정도 두었고, 그다음부터는 새로 나온 신간들 중에 적당한 것들을 골라 두었다. 책방이 작은 탓에 손님도 많지 않아 1권씩 2권씩 들여놓고 그게 나가면 다시 들여놓고 하며 책방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동안 나가지 않던 책들을 많이 찾는 날이 있다. 처음 책은 반갑게 판매하고 그다음부터는 죄송한 대답을 해야 했다. 책이 적어 재고를 거의 다 파악하고 있어서 사실 찾아볼 필요도 없지만 애써 찾아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찾으시는 책이 지금 재고가 없어요
책을 못 팔아서 아쉬운 것보다 이 작은 책방까지 찾아왔는데 빈 손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죄송한 일이었다. 책이 없다는 나의 대답이 왠지 모르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신기하게 잘 나가는 것 같아서 책을 넉넉하게 주문해 놓으면 그때부터 한 권도 찾는 사람이 없다. 자리를 이리 바꿔보고, 저리 바꿔보고, 쪽지를 붙이고, 잘 보이는 곳에 두어도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한 권 한 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주인을 만나서 간다.
지금은 이사를 해서 제법 넓어졌지만, 그래도 책방은 작고 책도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책이 적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서 찾는 책이 없거나, 진열된 책 외에 꼭 새책을 달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죄송해요. 작은 책방이라 재고를 많이 두고 있지 않아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아주 조금 생겼다.
익숙해진 건지, 뻔뻔 해 진 건지 그 사이 어디쯤이라고 해 두고 싶다.
작은 책방이라서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