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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an 12. 2019

자신의 삶, 스스로 찾아가야 합니다

꿈은 최적의 답을 알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홈 앤 쇼핑 건물 로비에 걸려 있던 그림입니다)


 

2011년 ‘신화와 꿈 아카데미’에서 꿈작업 전문가 과정을 공부할 때였습니다. 이 과정은 신화학자 고혜경 선생님과 미국의 꿈작업가였던 제러미 테일러가 함께한 수업이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제레미는 50여 년을 꿈작업에 헌신해 오신 분입니다. 2년의 수업 과정이 끝나고 졸업을 앞둔 즈음, 한 학우가 제러미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죠. “선생님은 50년 넘게 꿈작업을 해오셨는데 어떻게 한결같이 꿈만을 연구할 수 있었습니까?”   

  

질문에 대한 제러미의 대답입니다. 제러미는 5, 6살 때 꾸었던 꿈, 그리고 그 꿈에 대한 할머니의 태도가 자신 삶 전체에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그 꿈은 깨고 나서도 너무 흥분되어 다시 잘 수 없었답니다. 당시 제러미는 할머니 집에 살고 있었는데 꿈을 꾸고 아래층에 계신 할머니에게 갔습니다. 제러미는 할머니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주방에 계신 할머니께 꿈을 얘기하고 무슨 의미냐고 물어봤습니다. 제러미는 그때의 주방을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께 얘기할 때 제러미는 가스레인지 옆에 있었고, 가스레인지가 자신보다 조금 위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자신이 5, 6살로 기억하고 있었죠. 그런 제러미에게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얘야, 꿈은 아무 의미가 없단다. 그냥 꿈이잖아”   

  

그때 제러미는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당시 자신의 꿈이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직관적으로 뭔가 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꿈이었던 것이죠. 꿈을 꿨을 때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답니다. ‘아무 의미가 없단다’라는 할머니의 대답을, 제러미에게는 너에게 중요한 의미가 나는 뭔지 몰라라고 들렸다고 합니다. ‘몰라그러면 할머니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네라고 깨닫는 순간, 또 다른 깨달음이 왔습니다. 이것을 모른다면 또 할머니가 모르는 것은 무엇이지?’      

그 순간이 제러미의 인생에서, 자신 스스로 온전히 책임지며 살아가는 어른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친절하고 현명한 어른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아니구나. 이렇게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기차를 놓쳤다면, 결국 중요한 것을 나 스스로 찾아가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그때의 경험은 제러미 인생 전체, 꿈을 통해 자기 삶의 중요한 것들을 스스로 배우고 연구해 온 계기가 된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어른일지라도 인생에서 중요하게 알아야 할 것을 모를 수 있다는 깨달음, 그러므로 자신의 삶은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알아차림이었습니다. 제러미는 자신뿐 아니라 목회자로서 사람들 또한, 꿈을 통해 스스로 삶을 찾아가고 배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소명으로 해오셨습니다.   

   

제러미의 이 말씀은 제게 크게 울림이 왔고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며느리 사표에서도 언급했지만) 제 삶에서 풀지 못하는 의문들을 지혜롭다고 하는 사람들, 전문가, 종교인, 선생님, 선배를 찾아다녔던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에게 맞는 명쾌한 답을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제 삶 최적의 답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아니 가르쳐 줄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나에게 맞는 답은 나 스스로에게서 찾아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민담 중에 ‘바살리사’라는 민담이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딸에게 작은 인형을 줍니다. 

네가 길을 잃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이 인형에게 물으면 도와줄 거야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이 인형이 배고파하면 밥을 주어라이게 엄마가 주는 마지막 약속이며 축복이다.”

엄마는 죽고 아빠는 두 딸이 있는 계모와 재혼합니다. 바살리사는 계모의 온갖 구박을 받고 자랍니다. 그것도 모자라 계모는 눈엣가시 같은 바살리사를 죽이려고 한겨울 숲 속으로 심부름을 보냅니다.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바살리사는 어머니가 남겨준 주머니 속의 인형을 꺼내 물어보며 스스로 길을 찾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숲에서의 고난을 극복하고 지혜를 얻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계모와 두 딸은 벌을 받아 죽는 내용입니다.      


나에게 매일 밤 꾸는 꿈은 바살리사의 주머니 속 인형 같은 것입니다. 삶이라는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꿈에게 물었습니다. 제러미처럼 꿈을 통해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지혜를 배울 수 있었고, 불가능하다고 여긴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라면서 상처 받아 왔고, 살아가면서 받고 있고, 앞으로도 받게 될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관계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갈등과 문제들은 필연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를 찾아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명쾌한 답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고요. 저는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 자신에게 맞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그것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한다면요. 우리 내면에는 가장 훌륭한 안내자가 늘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매일 밤 꿈을 통해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보내주면서 말이죠. 꿈은 지금 현재 내 문제에 대한 최적의 답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매일 아침 일어나면 꿈을 기억하시나요? 그렇다면 오늘부터라도 꿈에 관심을 기울여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꿈이 지금 나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이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보세요. 등장인물이 나온다면 거울 작업을 해보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제러미처럼, 우리 자신의 중요한 것을 ‘나 스스로 찾아가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스스로 들어주며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고 본래의 자신을 다시 회복하는 것, 그렇게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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