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일요일, 어느덧 비는 그치고 우중충한 먹구름은 걷힌다. 한낮의 태양이 온 사방으로 따스한 빛을 쏟아내고, 포근하게 몸 전체를 감싼다. 처마 끝에 달린 물고기 모양의 바람종이 장마의 끝을 알리며 울린다. 나는 태양이 선사한 빛 속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간다. 젖은 곳은 하나도 없는 듯, 영원히 그치는 방법을 모를 것 같은 환한 미소와 함께. 눈을 감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든다. 빨래가 바짝 바른듯한 이 기분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다시 고된 한 주와 평온한 토요일 오전의 예상치 못한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하여도 상관없다. 점심을 먹은 후에도 여전히 태양은 떠있으며 막 시작된 여름의 해는 그리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니. 지는 순간에는 오래 기억될 만한 아름다움을 남기고 질 것이니, 태양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떠오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해도, 자신이 가장 밝은 순간에 자신을 보지 못했다고 해도 아쉬움이 없는 생을 살다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