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잡아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으나, 3일 전에 여름 감기에 걸리고, 일 때문에 바쁘고, 약속을 한 달 뒤에나 잡을 수 있고, 급기야 당일 오전에 헬스장에서 허리를 삐끗하는 것 등
세상에 그녀를 못 만나는 이유가 이렇게 많고,
사람들에게는 그녀보다 중요한 게 많구나란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만나기 싫은데 하는 핑계인지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알아봤자 의미가 없어서 그랬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혼자 모든 것을 하게 되었고, 누군가와 약속이 있는 날이면 항상 plan B를 준비해 놓는다고 했다. 그게 아니면 그 사람과 가기로 했던 곳을 혼자서라도 반드시 간다고 했다.
그녀는 혼자서 못 해본 것이 없고,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했다.
혼자 밥을 먹으러 갈 때면 자연스럽게 "1명이요"라고 말하고, 항상 가방 속에 노트북과 책을 넣고 다녔다.
그녀는 먼저 들어가자마자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같이 보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러니 사진이라도 찍어서 내 기억에 남겨야죠. 오늘 본 거에 대해 말할 수 있게요. 함께 이야기를 할 사람이 나타났을 때."
그녀는 언뜻 보면 좋은 곳을 많이 다니는 것 같다. 아니, 확실히 많이 다닌다. 그리고 다름의 감각도 있다. 그녀는 인스타를 잘 알려주지 않는데, 나는 마음에 들었는지 알려주었다. 그런데 딱히 기준은 모르겠다. 그녀의 팔로워 수를 봤을 때 아무나 알려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녀는 어떤 장소에 들어가면 먼저 관찰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구도를 맞춰 사진을 찍는다. 이 작업에서 마음에 안 들면 음료나 먹을 것을 주문하지 않고 바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장소에 계속 머무르며 책을 읽다 글을 쓴다. 그러다 흥미로운 대화가 들리면 멈칫하기도 하고 좋은 노래가 나오면 shazam이라는 노래 검색 어플로 노래 검색을 하기도 한다. 이 어플은 그녀가 올해 2월 이사 온 지 이틀 째에 지나가던 사람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해 함께 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때 알려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가족들이랑 겉보기에는 딱히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집을 잘 내려가지 않는다. 추석 때도 내려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대학교 친구나 고등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한 친구를 거의 1년에 1번 꼴로 만나는 듯하다. 그녀는 언젠가 "외롭긴 한데 잘 안 맞는 사람이랑 무작정 시간을 보내면 나를 잃는 기분이야."라고 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지인과 소통하는 경로는 인스타그램이다. 브런치도 시작했는데 그곳은 예전에 블로그를 했을 때와 달리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도 없고, 이웃이라는 개념도 없고, 구독자라는 것만 있어서 슬슬 블로그로 다시 갈아타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볼 때 나름 감각이라는 것이 있고 개성도 있는 편이다. 그런데 어쨌든 그녀는 나 말고는 딱히 친한 친구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를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고독한 측면이 그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는 일본 작가인 하루키를 좋아하는데 "혼자 사는 사람들이면 무조건 가지고 다녀야 하는 책"이라며 그의 책을 이제 5권 정도 남겨 놓고 거의 다 읽었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영혼에 흥미를 느껴 그녀와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지만, 그녀는 나와 같은 여자가 아닌 남자와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연애다운 연애를 못해봤다고 했다. 얼른 그녀에게 좋은 인연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쨌든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측면이 있다.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하는 몇몇 말을 들으면 깊은 관계를 맺으려고 하거나 말실수를 하면 얇고 투명한 벽이 그들과 그녀 사이에 세워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브런치 구독자다. 그녀가 브런치를 계속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궁금하다.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다. 하루라도 글 안쓰면 울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킬 곳이 없다고 했으니 앞으로도 그녀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