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고 싶다.
임용시험을 2번 쳤다. 재수 때 합격했다.
그날 시험은 토하듯이 쳤다. 머릿속에 있는 걸 게워내듯이
다 버리고 가고 싶었다.
이미 터진 물 풍선인데 물이 흐르지 않도록 두 손으로 계속 붙잡으며 1시간쯤 걷는 기분이었다. 버스도, 지하철도 없다. 오로지 내 두 발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지금도 내 안에 쏟아낼 게 많다.
나의 삶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것.
그건 소설의 형태로 나올 때도 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쏟아낼 것이다.
내 안이 깨끗해질 때까지.
내 주변에 존재하던 모든 관계는 공소시효가 끝났다.
이제 그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다시 만날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그러니 마음껏 게워낼 것이다.
사람이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듯이
그래야 제대로, 멀쩡한 정신과 신체로 살 수 있듯이
글이 나에겐 그렇다.
화장실에서 소변과 대변으로 나만 있는 공간에서 신체적 배설을 한다면,
노트북으로 브런치에 들어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글을 쓰는 것은 정신적 배설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하는 정신적 배설도 있겠지만.
여긴 한적한 곳이라 몇 명만 지나가고, 들켜도 날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를 잊을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 이곳이 번화가가 된다면 나는 자리를 이동해야 할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도록 한다. 지금은 너무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