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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 Oct 04. 2024

도시는 못생겨서 싫다.

지긋지긋함이라는 폭력에 대하여

남자 열을 만나면 아홉이 나한테 말하는 것이 있다.

(물론 남자친구가 이 따위 망언을 한 적은 없다.)

나한테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일명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질리고 지루하다. 매일 똑같은 질문받는 게.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듣는 게.


1. 안경 학교 갈 때는 쓰냐


안경 쓰고 안 쓰고 가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싶다.

학교 갈 때는 거의 쓰고요

좋아하는 남자 만날 때는 거의 렌즈 낀다고 보면 되고요

눈 컨디션 안 좋은 날엔 안경 쓰고

이틀 이상은 렌즈 안 끼는 편이에요.


2. 원래는 긴 머리였냐


네. 단발로 자른 건 2년 전 탈색했던 머리가 상했고, 기분 전환도 할 겸이고요. 왜 기분 전환을 했어야 했냐 물으시면 너무 얘기가 길어져서 생략할게요.


여자에 있어서 안경과 머리 길이가 많이 중요한 건가 싶다. 

아니면 나랑 엮기는 남자들만 이런 걸까.

'이게 제대로 된 세상일까'

아니면 내와 엮기는 남자들 중에 그들만 기억에 남아서 이런 걸까.


사실 나는 이때까지 잘 생존해 왔긴 하다. 다른 사람(특히, 나를 성가시게 하는 남자) 없이도. 

그들이 없으면 더 잘 산다.

(모든 남자가 싫다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저 남자 좋아해요^^ 

단, 괜찮은 남자 한정. 

여자도 안 괜찮은 여자는 멀리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 웬만하면 생존한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사람이기에.

즉, 난 그들 의견 하나하나에 신경 쓰면서 인생을 피곤하게 살 필요가 없다. 

그냥 대답해 주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어쨌든, 결론은 

나에게 그 말을 했던 그들은 '트렌디하지 않다.'


자기 사진 자유롭게 올리는 남자.

잘 나온 사진 안 고르고

투박하게

그냥 '딱'올리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좋다. 


화장하는 남자들

치장하는 남자들

하나하나 눈치 보는 남자들 보다가


진짜 투박한 남자 보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자유로워지는 느낌. 

해방감.


남 눈치 따윈 하나도 안 보는 남자.

당당함이 몸에 배어 있는

그런 사람 보면 바로 알아보지. 


그런 사람 본 순간 드는 생각,

'본질을 아는 사람'

'정수를 아는 사람'

'미의 정수'


어제 마라톤 대회를 나갔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사자(死者)에게서 어떻게 아름다움을 찾을까.


거기 사람들은 꾸미지 않은 가벼운 복장에다

거의 다 화장기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는데

도시의 갑갑한 건물, 네온사인 건물을 보다가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과 순수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예전에 자기 엄마 벤츠 끌고 와서 한껏 어필하는 남자에게는 못 느꼈던 그 아름다움을 느꼈다. 

공작이 다른 사람 장식 떼어와서 이성 유혹하는 거 

그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다. 


아무 감흥이 없고

재미도 없다. 

하루를 통째로 망친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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