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하 Oct 22. 2024

콤플렉스에 대한 해명

인정한다. 14살이 되는 해부터 인정했다. 나에게는 콤플렉스가 있다는 사실을.

반에 있는 여자 아이들은 내가 무조건 콤플렉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무렵 여자아이들은 제 몸을 가만히 놔두지 못해 안달이었다. 

수학여행이라도 가는 날은 그다음 날 마스크를 썼고, 

화장을 하지 않으면 등교를 하지 못했으며, 

팔과 다리를 면도했으며, 

다이어트를 한다며 점심식사를 거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화장을 일절 하지 않았으며

면도도 하지 않았고, 

적당히 살이 오른 나의 몸을 좋아했다. 


은혜의 집에 갔을 때였다. 

"너는 가슴이 없으니, 허리라도 얇아야 해."

가슴이 있으면 허리가 굵어도 된다.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 

그것이 은혜의 논리였다. 

집에 오자마자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 가슴이 없으면 허리가 얇아야 해?"

"응? 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어?"

"같은 반 친구가"

"걔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런데 난 아니야."


또 하루는 은혜와 소연이 닮았길래 은혜의 눈과 소연의 눈을 번갈아 바라보며 "너희 닮은 것 같아."라고 했다. 은혜는 나를 바라보며 "예쁜 애랑 닮았다고 하면 좋지"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예쁘다"라는 말을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반에서 뒷자리에 위치하는 성적. 

우리 반 규리는 화장을 하고, 친구랑 주말에 놀고, 학교 마치고 놀면서도 항상 반에서 1등을 한다. 

당연히 인기가 많다. 특히,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다. 




연우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우리 반에서 누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

"난 규리"

"난 네가 제일 예뻐"


"누가 너 괴롭혀?"

"장은혜"

임연우는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장은혜를 쏘는 흉내를 냈다. 


장은혜가 아무리 나를 무리에서 배제시키려고 해도 나에겐 임연우가 있었기에 중학교에 들어간 첫 해는 그저 그렇게 나름 잘 지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임연우는 그저 나에게 잘해주는 반 친구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아마 연우도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했다. 


2학년 때 임연우와 다른 반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조민우라는 남자아이에게 빠져버렸다. 

그건 결과적으로 비극이 되었다. 


고등학생 때는 정말 공부를 할 생각이었기에 여고를 가려고 했었지만, 운명의 주사위는 그와 나를 같은 고등학교로 몰아넣었다. 그곳에서 그는 내가 숨이 막힐 때까지 내 입을 막고 코를 막았다. 


대학 입학을 한 후 조민우에게 전화를 해 만났지만, 이미 끝난 인연이었던 것이다. 나만 쥐고 있었던 것이다. 헬륨 풍선의 끈을. 


그러나 당연한 듯이 그 끈을 놓아야만 비로소 보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래야만 그 손에 다른 것을 쥘 수가 있다. 


그 풍선을 손에 들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그 풍선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지 않으려면.









작가의 이전글 허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