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첫 번째 촬영.
지난 번 포스팅에서 sd Quattro H를 선택하고 렌즈 체험단에 지원하게 된 계기, 그리고 카메라와 렌즈의 개봉기를 다뤘다.
내가 지금까지 주로 찍어온 피사체는 여행지의 풍경이다.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의 영롱한 호수, 이탈리아 남부의 탁 트인 바다, 고풍스런 건물이 늘어서 있는 독일의 구시가 등. 사실 이 풍경은 날씨만 좋다면 그 누가 찍더라도 특별한 사진이 된다. 오토 모드로 놓고 찍어도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행의 본질은 풍경이 아닌 사람이다. 갖고 있던 카메라로는 사람을 깊이 있게 찍을 수 없었다. 여기서 ‘깊이 있게’는 인물에만 초점이 맞고 뒤의 배경의 다 날아간 상태, 즉 아웃 포커싱의 상태다.
또한 여행지에서 본 풍경을 보다 넓게 표현하고 싶었다. 저 섬까지 프레임 안에 들어가야 전망대에 올라가 본 풍경의 느낌을 완벽하게 살릴 수 있는데... 자작나무 숲 전체를 프레임에 담기 위해서는 인도가 아닌 고속도로까지 나가야 하는 걸까? 이런 불만은 계속 갖고 있었다.
렌즈 체험단을 신청할 때 20mm f1.4 DG HSM을 선택한 이유는 이 두 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렌즈였기 때문이다. 체험단을 신청하기 위해 부랴부랴 벼락치기로 렌즈에 대해 공부했다. 20mm의 화각은 풀프레임 바디에 마운트하면 광곽 표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1.4의 낮은 조리개 값은 덕분에 아웃 포커싱 기능에 뛰어나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됐다.
사실 렌즈를 수령한 후 너무 바빠서 어디 출사를 나갈 여유가 없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특별한 여행지의 사진만 찍어왔기에 일상의 사진을 특별하게 찍을 자신이 없었다. 밝은 광곽 렌즈인 20mm f1.4 DG HSM의 특징을 잘 보여줄 곳으로 출사를 나가고 싶었지만 영화를 보러 간 김에 부랴부랴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사진을 찍었다. 마치 내가 중국인 관광객이 된 심정으로.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거의 10년 만에 만져보는 거고 시그마 카메라는 태어나서 처음! 솔직히 말하면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캐논 카메라를 써온 내게는 sd Quattro H를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오토 모드에 놓고 셔터를 누르기만 할 거라면 계속 똑딱이를 사용하면 됐지만 기왕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를 샀으니 조리개 값도 조정하고 IOS도 바꿔보고 싶은데 아직 카메라가 손에 익지 않아 재빨리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물론 이건 쓰다보면 나아질 문제이기는 한데.
가장 큰 문제는 이미지 처리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이었다! 아 근데 이건 렌즈의 단점이 아닌 바디의 문제이긴 한데. 아무튼 캐논의 빠른 처리속도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sd Quattro H의 처리속도에는 조금 당황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에는 그다지 큰 문제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면 속 터질 듯? 그래도 저장 중에 8장까지 연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촬영 전날 눈이 와서 바닥에 살짝 얼어붙은 눈과 나뭇잎에 올라간 눈 등을 찍어보았는데 sd Quattro H와 20mm f1.4 DG HSM의 조합은 정말 질감 표현에 압도적이었다. 보케도 아름답게 들어가고. jpg파일과 raw파일을 동시에 저장한 후 raw 파일을 100%로 확대해서 보면 눈 사이에 성긴 공간까지 다 보일 정도. 시그마의 raw 파일은 일반 편집 프로그램으로 다루기는 좀 어렵고 시그마 전용 편집 프로그램인 SPP(SIGMA Photo Pro)를 써야하는데 아직 사용법이 서툴러 크롭하는 방법을 모르겠음. 이것도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익혀야 하는 부분 중 하나.
20mm의 광각이라 건물 사진을 찍을 때도 표현이 시원시원하게 됐다. 똑딱이를 쓰면서 느꼈던 답답함이 뻥 뚫리는 기분이랄까? 조만간 하와이 여행이 예정돼 있는데 자연을 담기에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풀프레임 + 광각 렌즈의 조합이 처음이기 때문에 다른 렌즈와 조합했을 때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 조합은 이런 느낌이다 라고 단정 짓기 힘들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기존에 쓰던 똑딱이, 아이폰 6와 비교해 볼 예정!
그리고 이 날 외출은 부대찌개로 마무리.
본 포스팅은 세기피앤씨의 렌즈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렌즈를 대여 받은 후 작성했습니다. 본문 속 사진은 전부 보정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