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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석 Feb 05. 2017

반쪽짜리 여행 작가.

내 밥줄이 될 카메라와 렌즈 사용기.

 내 첫 번째 책에 들어간 사진은 캐논 파워샷 G15와 아이폰으로 찍었다. 지금 작업 중인 두 번째 책에 들어갈 사진도 마찬가지. 무릇 여행 작가라고 하면 당연히 DSLR에 렌즈도 몇 개씩 갖고 다닐 것 같지만 짐이 늘어나는 것이 영 마뜩찮아 똑딱이와 아이폰의 조합을 고수해왔다. 카메라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잡지 작업을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단행본에 사진을 넣을 때는 픽셀이 깨지지 않았는데 잡지 크기로 인쇄를 하니 도트가 하나하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아 내가 이 일을 계속 하려면 카메라를 바꿀 수밖에 없구나.’

 2003년에 니콘의 쿨픽스를 시작으로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10년 이상을 별 공부 없이 똑딱이만 써오던 내게 밥줄이 될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를 고르는 일은 영 쉽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만 2년째! 뭐 괜찮은 글 없나 하는 심드렁한 태도로 브런치의 새 글을 읽는데 빠르게 마우스 휠을 굴리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구구절절 글을 쓰고 있지만 카메라의 성능이란 글보다는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면 된다. 연잎에 놓인 이슬을 찍은 사진 한 장. (https://brunch.co.kr/@eastrain/75) 나도 모르게 모니터 쪽으로 손을 뻗어 만지려하고 있었다. 그래, 이 카메라. 

 시그마도 생소한데 sd Quattro는 도대체 뭐지? 정보가 너무 없었다. 공식 수입처인 세기피엔씨의 홈페이지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었지만 화소 말고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실물을 보지 않고 렌즈를 포함하면 못해도 150만원이나 되는 금액을 덜컥 결제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고(직업상 충무로보다 일본이 마음속의 거리는 훨씬 가깝다.)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sd Quattro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브랜드의 모델을 만져볼 수 있었다. 가격, 가장 직관적인 판단 기준 아닌가. sd Quattro는 월등했다. 손맛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물론 돈을 더 쓸 수 있다면 sd Quattro보다 더 좋은 카메라를 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책정한 예산 내에서는 단연 뛰어났다. 렌즈를 포함했을 때 일본 현지 가격이 한국 수입 가격보다 많이 싸지 않아서 일본에서의 구매는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충무로 세기피엔씨를 찾았다. 

 그때 샀어야 했는데! sd Quattro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라는 말에 혹했다. 바디 + 렌즈 = 150만원이 아닌 바디만 159만원인 sd Quattro H는 그렇게 내 두 번째 렌즈 교환식 카메라가 되었다. 자, 그렇다면 sd Quattro와 sd Quattro H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센서의 크기가 크다? 정도? 나중에 나온 모델이고 가격도 비싸니까 더 좋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라 해야 할까. 일본은 이런 거 갖고 장난 안 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바디만으로 예산을 초과해버렸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바디만 갖고서는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일. 어떤 렌즈라도 사야했다. 그 고민의 와중에 렌즈 체험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캐논, 니콘, 소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선정이 됐다. 화요일 저녁의 발대식 때는 솔직히 조금 움츠려 들었다. 바디를 들고 오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다들 ‘나 사진 좀 찍어봤어.’라는 포스를 풍기고 있었으니까. 그럼 이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뭐지? 

 그래. 조리개도 셔터 스피드도 모르는 초짜가 어느 정도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보여주자.      

 

이벤트 기간 중에 구매했기 때문에 정품 배터리를 하나 더 받았다.
바디에는 없는 매뉴얼이 포함되어 있다.

 바디와 렌즈가 들어있는 상자는 별 다른 장식 없이 심플하다. 구성품 역시 마찬가지. 군더더기 하나 없다. 다만 카메라에 매뉴얼이 없어서 조금 놀랐다. 하긴 요새 누가 매뉴얼 읽으랴. 검색만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 수 있는 세상인데. sd Quattro는 독일 디자인 협회에서 주관하는 ‘독일 디자인 어워드 2017’에 선정된 카메라다. sd Quattro H는 기본적으로 sd Quattro와 상품명 각인 빼고는 디자인이 동일하다.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함. 이 단순함은 사용 초기에는 불편함으로 인식될 수 있으나 익숙해지면 다른 어떤 카메라보다 쉽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을 것 같다(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센서가 반짝반짝. 길고 하얀 세로 선은 렌즈에 반사된 형광등 불빛이다. 

 렌즈를 마운트하지 않은 상태에서 카메라 내부를 보면 포베온 센서가 영롱하게 빛난다. 지금까지 카메라 센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지만 sd Quattro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포베온 센서 때문이다. 포베온 센서가 어떤 녀석인지는 세기피엔씨의 공식 홈페이지 혹은 아래의 주소를 참고하시길. 

https://brunch.co.kr/@eastrain/85

렌즈가 바디보다 크고 무게도 무겁다.
손이 작은 사람이라면 한 손으로 들기에 조금 버겁지 않을까 싶을 정도.
아이폰 6와의 크기 비교.

 4년 동안 써온 캐논 파워샷 G15의 무게는 356g, 아이폰 6의 무게는 129g. sd Quattro H의 바디 무게는 630g, 체험용으로 받은 렌즈(20mm F1.4 DG HSM)의 무게는 950g. 바디에 렌즈를 마운트 했을 때의 무게는 대략 1,580g. 무겁다. 묵직하다. 렌즈가 더 무겁기 때문에 가분수처럼 앞으로 쏟아진다. 이게 첫인상이었다. 

 과연 내가 이 녀석을 갖고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첫 DSLR의 추억이 날카롭게 떠올랐다. 니콘의 D40. 딱 한 달 동안 사용하다가 너무 무거워 중고로 팔아버렸던 그 카메라. 하지만 더 이상 그런 어리광은 용납이 안 된다. 

 sd Quattro H와 시그마 아트 렌즈로 초짜 중의 초짜인 나는 과연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우선 소심하게 몇 장의 결과를 공개하는 것으로 첫 번째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본 포스팅은 세기피앤씨의 렌즈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렌즈를 대여 받은 후 작성했습니다. 본문 속 사진은 전부 보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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