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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Dec 30. 2016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의 표현을 원한다면

SIGMA sd Quattro H

참 많은 카메라 브랜드가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카메라 브랜드가 있다. 디지털 시대 이후로 최근 3강 체제(Canon, Nikon, SONY)가 굳어졌지만 과거 필름 시대에는 각종 군소 카메라 브랜드가 함께 공존했다. 그리고 사용자도 여러 브랜드의 다양하고 개성적인 카메라를 고루 썼다. 특정 브랜드만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카메라를 찾아 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특정 브랜드의 카메라만 찾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획일적인 이미지만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다.  사람마다 보는 시선이 다르고 사진을 대하는 마인드도 다른데 뭔 획일적인 이미지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브랜드 별로 제각각 디테일 표현이나 색의 깊이가 다르다. 결국 특정 브랜드의 비슷비슷한 사진이 넘쳐나는 상황이 되고 만 것.


유일한 적층 센서 FOVEON

이런 상황 속에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이미지 결과물을 보증하는 카메라가 있다. 바로 적층형 포베온 센서를 탑재한 시그마의 디지털카메라다. 필름 시대와 달리 디지털 시대에서 카메라 브랜드는 단순히 기계적인 부분만 담당하지 않는다. 이미징 영역까지 담보해야 한다. 과거 필름 시대에는 소비자가 자신의 성향이나 촬영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필름을 골라 촬영할 수 있었고 현상이나 인화 과정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가 주류가 된 지금은 구매한 카메라 브랜드의 센서 특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마저도 카메라 브랜드 별로 다 다른 센서를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니콘은 대부분 센서를 소니에서 받아 쓰고 있는 상황이며 펜탁스와 후지필름 또한 소니에 센서를 의뢰해 받아 쓰고 있다. 그나마 캐논은 직접 센서를 제작해 쓰고 있지만 새로운 공정 개발을 늦추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브랜드별로 자사 카메라 특징을 살리기 위해 설계과정까지는 직접 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중요한 사실은 대다수 카메라에 탑재된 센서가 기본적으로 베이어 패턴 방식이라는 것. 

베이어 패턴 방식은 한 화소가 RGB 중 하나만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RGB의 비율도 고르지 않다. G가 더 많다. 그리고 한 열만 놓고 보면 어떤 열은 R이 없고 어떤 열은 B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실제로 보는 이미지를 100% 확대해서 보면 또 그렇지가 않다.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을 거쳐 각 화소가 다른 색상까지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에서 가짜 색을 채워 넣는 것이다. 이런 보간 과정에서 정확한 색표현이 안 되는 것은 물론 화질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는 센서 구조에서 오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물리적으로 다른 방법을 쓰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 아날로그 시절의 필름은 달랐다. 다층 구조로 만들어져 각 층에서 RGB를 하나씩 담당했다. 그리고 그러한 필름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센서가 바로 시그마의 포베온 센서다. 시그마는 2002년에 포베온 센서를 탑재한 최초의 카메라인 sd 9을 발표했고 여러 번 센서를 업그레이드하며 지금에 이른다. 그리고 가장 최근 세대인 Quattro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 여러 기종을 발표했다. 

그동안 포베온 센서는 타사 센서에 비해 화소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콰트로 세대에 이르러 화소 문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콰트로 센서는 렌즈 일체형 카메라인 dp 시리즈로 우선 출시됐다. 화소가 커지고 데이터양이 방대해진 탓인지 dp Quattro 시리즈는 기존 dp 카메라보다 바디 사이즈가 조금 더 길어졌다.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포베온 센서의 장점을 잘 살린 카메라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리고 올해 초 시그마는 Quattro 포베온 센서를 탑재한 렌즈 교환식 시스템인 sd Quattro와 sd Quattro H 개발을 발표했고 6월에 sd Quattro부터 실제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sd Quattro는 APS-C 사이즈 포베온 센서를 탑재하고 다양하고 우수한 시그마 렌즈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https://brunch.co.kr/@eastrain/75)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용자들이 APS-H 센서를 탑재한 sd Quattro H 모델을 기다려 왔다. 


전혀 달라진 내면

외형적으로 보면 sd Quattro와 sd Quattro H는 바디 전면부 네임 각인 부분을 제외하고 동일하다. LCD나 파인더도 같다. 공식 사이트에 기재된 기계적인 스펙도 동일하다. 스펙적으로 다른 점이라면 디지털카메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센서의 크기가 다른데서 오는 이미지 사이즈 크기다. sd Quattro는 약 3,900만 화소이지만 sd Quattro H는 약 5,100만 화소나 된다. 동일 웨이퍼를 크기만 다르게 잘라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미지 특성도 거의 동일하다. 

케익의 포슬포슬한 느낌과 접시의 매끈한 느낌이 잘 살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d Quattro H는 전작과 전혀 다른 카메라처럼 느껴진다. 전원을 켜고 반셔터를 눌러 초점을 잡을 때 달라진 부분이 명확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시그마 카메라들은 우수한 이미지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는데, 구동 속도가 느린데서 오는 불편함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sd Quattro H의 AF 속도는 자사 기존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전혀 다른 브랜드 카메라로 느껴질 정도록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타사 카메라를 쓰던 유저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저조도 상황에서도 크게 버벅거리지 않고 곧잘 AF를 맞춘다. AF 속도 때문에 구매를 미뤘던 사진가라면 sd Quattro H의 AF 구동 속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DNG파일로 촬영 후 JPG로 현상한 결과물

뿐만 아니다. 시그마는 자사 카메라의 대중화를 위해 AF 속도와 더불어 DNG로우파일도 함께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시그마의 로우 파일은 라이트룸이나 캡처 원 같은 현상 프로그램에서 열지 못했다. SPP(SIGMA Pfoto Pro)라는 전용 프로그램에서만 로우파일을 현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대중적인 현상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적층 센서의 방대한 데이터를 담는 탓에 DNG 파일의 용량이 100M를 넘어선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파일 저장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다는 점도 단점이다. 일반적인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연사를 찍지 않는 한 찍은 직후 사진을 리뷰할 수 있지만 sd Quattro H는 시간이 꽤 걸린다. 카메라 자체에서 이미지 프로세싱을 진행하는 시간이 타사 카메라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리고, 파일 용량도 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인다. 사진을 찍은 후 바로 확인해야 하는 사진가라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대신 저장 중이라고 하더라도 촬영은 계속 이어서 진행할 수 있다. 시그마에서는 최대 8 프레임까지 연속해서 촬영(HI 사이즈 X3F 파일)하는 것을 보증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저장 속도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을 놓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강아지풀에 노출을 맞춰 배경 색이 많이 날아간 사진이었으나 SPP 보정을 통해 배경 색정보를 살렸다.

많은 사람들이 X3F 파일을 일반 이미지 뷰어로 볼 수 없느냐는 질문을 하고는 하는데, 방법이 있다. Faststone Image Viewer(http://www.faststone.org/)를 설치하면 SPP를 설치하지 않아도 매우 빠른 속도로 X3F파일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캐논, 니콘, 소니 등 다양한 카메라 브랜드의 로우 파일도 손쉽게 볼 수 있다.  


몰개성 카메라들 사이에서 나만의 카메라를 찾고 싶다

두서에 말했듯 많은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 카메라에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그 브랜드 카메라의 편의성이 좋고 대중성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독창적이거나 개성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힘들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친구가 쓰고 있으니까'  '친척 형이 추천해서' '다들 그 브랜드 카메라를 쓰고 있으니까' '사진 커뮤니티에서 너도 나도 추천하니까'  '광고에 혹해서' 등등 구매 동기가 '친구 따라 강남 간다'정도 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아도 너무 많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마음에 든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신이 기대했던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할 때에는 그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가격이 그리 만만하지 않아 그야말로 큰 마음먹고사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나. 이미 카메라를 사서 손에 들고 있고, 후회해도 때는 늦다. 

빠른 연사가 내게 필요한가, 재빠른 동체 추적이 내게 필요한가 등 광고에서 말하는 셀링 포인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그런 기능이 절실히 필요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카메라의 우리말은 사진기다. 사진기는 사진을 찍는 기계다. 사진을 찍는 기계가 갖춰야 할 최고의 미덕은 '사진' 그 자체를 얼마나 훌륭하게 남겨주느냐다. 사진이라는 이미지를 얼마나 훌륭하게 찍어낼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센서의 표현력이 얼마나 좋은 가로 귀결된다. 

위의 사진 중 첫 번째는 전체 화면이고 아래는 초점 맞은 영역을 100% 확대해 자른 부분이다. 곰인형 털의 디테일 표현이 가히 압권이다. 확대 사진을 조금 더 보자. 첫 번째 컷이 전체, 다음 컷이 부분 확대다. 

잡초에 내려앉은 서리가 손에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00% 확대한 사진인데도 그 자체로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더 확대해도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일반 베이어 패턴 방식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로 100% 확대해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려진 곰인형을 촬영했다. 인형 위로 내려앉은 서리는 물론 곰인형의 털과 목을 싸고 있는 리본 천재질의 디테일이 손에 만져질 듯 표현되고 있다. 더불어 곰인형 주변의 얼음도 매끈하게 잘 표현되고 있다. 

전체 사진에서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녹슨 철의 질감은 물론 표면에 맺힌 이슬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있다. 이만큼만 잘라내서 쓰기에도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고화소 카메라의 장점 중 하나는 크롭이나 트리밍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잘라낸 부분의 디테일이 무너져 보이면 아무리 화소가 커도 아무 쓸모가 없다. 잘라낸 영역의 세부 묘사가 얼마나 치밀한가를 따져봐야 한다.

또한 고화소 카메라일수록 안정적인 촬영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sd Quattro H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셔터스피드가 확보된 순간이라 하더라도 삼각대를 사용한 사진과 차이가 난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도 사진에 영향을 준다. 참고로 상단의 확대 사진들은 더 꼼꼼한 디테일 표현을 위해 렌즈 조리개를 F8로 조였으며 안정적인 결과물을 위해 삼각대를 거치하고 촬영했다. 또한 X3F 로우파일로 촬영 후 SPP를 통해 현상했으며 그 외 현상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았다.


JPG 보다는 RAW파일 현상을 기본으로 쓰자

이야기를 잠시 카메라가 자체가 아닌 다른 부분으로 이어가겠다. 많은 사람들이 원본 JPG가 어떻느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게으르거나 사진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과거 필름 시대부터 암실의 역할은 컸다. 암실을 거쳐야 비로소 사진이 완성됐다고 말할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라고 암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암실은 로우파일을 현상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JPG 파일이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JPG파일만 사용한다면 무수한 가능성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RAW파일 대부분은 JPG파일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다. 따라서 로우 파일을 어떻게 핸들링하느냐에 따라 한 장의 원본으로 제각각 다른 사진을 완성해낼 수도 있다. 그러니 무슨 카메라를 사용하건 조금 귀찮더라도 JPG파일과 RAW파일을 동시에 저장하도록 하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sd Quattro H가 만들어내는 로우 파일은 타사 로우 파일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담고 있다. 적층 센서의 층별로 기록된 정보들을 꾸꾹 눌러 담았다고 보면 된다. 

시그마는 SPP라는 로우 현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데, 사실 이 프로그램은 이래저래 악명이 높다. 컴퓨터 사양에 따라 구동 속도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당히 쓸만한 컴퓨터라고 해도 SPP를 쾌적하게 사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주 고사양의 컴퓨터에서 구동해야 그나마 빠릿빠릿하게 작동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꽤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그마 카메라의 로우 파일을 다른 대중적인 현상 프로그램(라이트룸, 캡처 원, 포토샵 등)에서 구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참고 쓰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그렇게 참고 참으면 결과물이 모든 것을 보상해준다. 내가 원했던 느낌의 사진이 '짠!' 하고 완성되는 순간 버벅거림으로 인한 짜증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sd Quattro H의 JPG 파일이 쓰지 못할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타사 어떤 카메라와 비교해도 JPG 파일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상단의 세 장의 사진은 JPG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포베온 센서만의 디테일한 표현은 그대로 잘 살아 있다. 색 정보도 많이 살아 있는 편이라 JPG파일을 현상 프로그램에서 핸들링하기도 좋다. 


흑백 사진에서도 발군

디지털 흑백 사진이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냐, 단순히 컬러를 빼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이는 포베온 센서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디지털로 흑백 사진을 만드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색을 빼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래 컬러에 맞춰 음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이 조금 더 나은 흑백사진을 만들 수 있는데, 픽셀 별로 진짜 RGB를 기록하는 포베온 센서에 적합한 방법이다.

말이 많아봐야 뭔 소용인가. 아래의 사진을 확인해보자. 


겨울이라는 계절 특성상 다양한 색을 담기 어려운데, 그럴 때 흑백으로 사진을 남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리고 첫 번째 사진은 안개가 낀 상황이었는데 그런 분위기를 살리는데도 흑백이 좀 더 나아 보인다. 흑백사진은 컬러를 담지 않는 대신에 사물이나 대상의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다. 당양한 색을 제대로 잡아내는 것이 sd Quattro H의 장점이지만, 그만큼 흑백사진도 훌륭하게 남길 수 있으니 흑백으로 많은 사진을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시그마 카메라가 고감도 노이즈에 취약한 것이 약점 중 하나인데 감도를 올린 상태에서 흑백으로 산진을 촬영하면 과거 흑백 필름과 비슷한 느낌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도 있다.


나의 내면부터 바꿔주는 카메라

카메라 브랜드가 여럿 있으면 뭐하나. 결국 디지털카메라의 심장인 센서가 도긴개긴인데. 결국 색이나 디테일 표현도 거기서 거기인 상황. 누군가에게 SIGMA는 듣보잡일 수도, 단순한 서드파티 렌즈 제조사일 수 있겠으나 분명한 사실은 어떤 제조사에서도 만들어내지 않는 개성적인 카메라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나만의 개성적인 표현을 원한다면, 몰개성적인 표현에 질렸다면 SIGMA의  sd Quattro H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느린 저장 속도나 SPP의 답답함, 고감도 노이즈를  인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극복하기 나름이다. 셔터를 한 번 누르기까지 많은 고민과 시간을 들이는 것으로 사진 찍는 스타일을 조금 바꿔도 될 것이고 삼각대를 쓰면서 진지하게 프레이밍 하는 것으로 스타일을 바꿔도 좋을 것이다. 

사진을 취미로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장비를 바꾸며 매너리즘을 극복하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장비를 바꾸고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또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순히 장비를 바꿨다고 매너리즘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비를 바꾸는 것이 사진 찍는 스타일이나 습관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sd Quattro H는 몇 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면 사진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습관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그런 면이 이 카메라의 또 다른 존재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섣부르게 이 카메라를 추천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사진 중에 내 사진도 포함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든 변화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면 sd Quattro H는 훌륭한 교정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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