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편지
과거의 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질 무렵, 제 자신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고지식한 제가 늘 하던 대로 책에서 답을 찾기로 하고 자기 계발서를 탐독했지요.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도전도 해보고 스케줄러에 빡빡한 일정을 짜서 제 자신을 그곳에 넣고 굴려보기도 해 보았습니다.
무엇을 하겠다고 결정하고 백일을 수행하면 습관이 된다고 하길래 꾸역꾸역 새벽 달리기도 하고 감사 일기 쓰기 등을 하면서 백일을 채웠지요.
그런데 제 기대와는 다르게 습관이 되기는커녕 탈진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난 왜 이런 걸까? 대체 왜 바뀌질 못하는 걸까? 자책과 고민을 하던 중 제가 ‘즐거움’이라는 걸 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즐기지도 못할 걸 억지로, 그것도 세 달이나 제 자신을 비장한 마음으로 밀어 넣었으니 녹초가 되는 게 당연했지요.
비장한 마음, 무거운 마음은 왜 그렇게 제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건지 정말 답답했습니다.
지난 편지에 유머러스하고 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린 거 기억하시죠?
유머까지도 비장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찾으려고 하니 안 되는 게 당연했던 겁니다.
‘왜 나는 즐겁지 못할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제 생활이 쳇바퀴처럼 똑같이 굴러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장소에 가고 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주제의 책만 읽으니 바뀌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요.
작은 변화가 커다란 변화를 만든다는 말처럼 아주 작은 것부터 저를 바꿔나갔어야 했던 겁니다.
첫 번째로 아침마다 침대에서 사투를 벌이게 하던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잠들기로 했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눈을 뜰 거라고 절 믿기로 했지요.
하지만 시작한 첫날부터 늦잠을 자버리고 말았습니다.
허둥지둥 하루를 보내야 했던 저는 실망한 마음을 달래며 다시 저를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 피곤했으니 늦게까지 잤겠지. 어제 잘 잤으니 내일은 일찍 일어나게 될 거야 ‘ 하면서요.
그 다음 날도 역시나 늦잠을 잤습니다.
‘난 역시 게으른가?’ 이런 생각이 들 때 저는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몸이 원하는 수면 시간보다 적게 잤던 게 아닌가 싶더군요.
예전에 삼 교대를 하던 직업으로 인해 잠을 잘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심적인 이유로 깊은 잠을 청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잠이 들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잘 못 자면 어때? 내일 잘 자면 되지. 그리고 낮잠을 잘 수 있는 틈을 만들면 돼. 괜찮아.‘
그렇게 저를 다독여가며 수면 습관을 만드는 게 자기 계발서의 조언처럼 딱 백일이 걸리더군요.
원하는 시간에 연속으로 눈이 떠졌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이제는 5시가 되면 알람처럼 눈이 번쩍 떠집니다.
피곤한 날은 6시에 눈이 떠지지요.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고 해도 절대로 저 자신을 탓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달리기 코스를 바꾸고 새로운 운동에 도전해보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동서남북 다른 방향으로 1.5km를 갔다가 다시 1.5km를 되돌아오는 걸 반복했습니다.
새로운 풍경들을 발견하고 마음을 가는 오래된 나무를 만나며 즐거움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3km 이상을 달려야 한다는 생각도 벗어던지기로 했지요.
원하는 만큼 달리고 걷기도 하고 내키면 전속력으로 달리기도 하면서 너무 멀리 갔을 때는 버스를 타고 되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크로바틱 학원에 등록해 물구나무서는 법도 배웠습니다.
학원에 다니는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치면서 유행하는 운동복을 구매하기도 했지요.
꾸준히 연습을 하던 중 강사님의 도움으로 바들바들 거리며 아주 짧은 시간 두 팔로 제 몸을 지탱하니 날아갈 듯 기쁘더군요.
세 번째로 책 속에서 추천하는 책을 읽으면서도 신착 도서 코너를 두리번거리고 새로운 장르의 책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장르의 소설도 써보았지요.
상을 받은 책이나 작가가 검증한 책이 아니더라도 좋은 책들이 많더군요.
그러면서 제 에너지를 앗아가는 책과 제게 에너지를 주는 책을 구분하게 되었지요.
책을 볼 때는 인터넷이 아니라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직접 책과 만나는 걸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를 바꾸는 건 바로 ‘생각의 변화‘였던 겁니다.
나를 가둬둔 생각에서 나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어야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해방시키는 방법은 저를 믿어주고 내가 하는 모든 행위를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불신에서의 해방은 즐거움의 시작이었지요.
변화를 맞이하고 나서 예전에 읽었던 자기 계발서를 읽게 되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던 모든 조언이 그제야 이해가 되더군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고 다시는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곁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람들의 모습이 제 눈에 새롭게 들어왔습니다
모두에게 사랑이 샘솟고 경이롭게 보이는 겁니다.
사람에게 시달리던 직업을 가졌던 제게 그런 느낌은 생전 처음이었고 이내 사라져버려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힘없이 걸으며 우울한 표정을 가진 사람이 보이면 기분 좋을 일이 생기길 바라게 되고 몸이 불편해 보이는 분이 보이면 건강이 나아지길 바라게 되더군요.
그때의 경이로움의 감정을 담아 쓴 글을 당신께 보여드립니다.
[인간,
그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슬픔, 고통, 고뇌를 짊어지고 가는 인간의 모습은
그것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는
얼마나 고귀한가.
어리든 늙었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모두가 아름다운 인간.]
새로운 저를 발견하며 제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이제야 당신을 제 눈 안에 두어서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늦지 않게 당신을 위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당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게 저의 큰 즐거움입니다.
그러니 당신 속에 있던 많은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세요.
- 이제야 당신을 향해 귀를 열 준비가 된 새로운 윰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