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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안 먹으면 안 될까?

자궁근종수술 회복기

by 양수리 감성돈

수술한 지 2주가 되어가도 빈 냄비 하나 드는 게 어렵다. 주변에 케어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밥 한 끼 차려 먹는 것도 어려움을 여실하게 느끼는 중이다. 운동 삼아 걷는 연습을 조금만 해도 배가 고파서 손도 떨리고 자고 일어나기만 해도 배고프고 기운 없어서 살려고 밥을 찾는다.


나의 유일한 보호자인 가족. 오늘 아침 “밥 하기 싫은데, 밥 안 먹으면 안 될까?‘라고 처음 말하셨다. 병원에서 지낸 시간 빼면 열흘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하루 두 끼 이상 식사를 차렸주셨으니... 살림을 잘할 줄도 모르는 남성, 몸에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며 매번 보양식을 거하게 차려주셨으니... 지칠 때가 온 것 같다.

방 안에서 눈물이 살짝 났다. 감정은 둘째치고 너무 배고팠다. 내가 짐짝이 된 기분도 들고, 지금까지 내 보호자분께 해준 것 없이 받아먹기만 했던 세월들에 죄송스럽기는 한데... 배고파서 눈물이 났다. 이렇게 보호자분이 지쳐서 밥을 안 해주시면 어떻게 하지? 냉장고에 먹을 게 있어도 냄비를 꺼내지 못해서 국도 못 끓여 먹을 상황인데... 삶은 밤을 칼로 반으로 자르지 못하고, 1.5리터 생수를 내 컵에 물을 따르지도 못한다.

회복까지 3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수술‘ 후 ’회복‘이라는 것에

이런 디테일한 상황이 회복되어야 할 요소들이라는 건 알지 못했다.

수술이 잘 된 것보다 이동하는 게 어려워서 매번 차를 운전해 주시고, 밥을 해주시고, 이런 부분이 감사하기보다 죄송하고... 배고팠다.

”밥 안 먹으면 안될까?“

그 말 이후 나의 말소리가 없어져서일까.

보호자분은 냉장고에서 국이 든 냄비를 꺼내고, 프라이팬을 꺼내서 생선을 구웠다.

작은 소리로 내가 한 말은 ’간단하게 차려도 돼요...‘

숟가락 젓가락을 조용히 놓고, 밥그릇에 밥을 푸고, 꺼내진 반찬의 반찬 뚜껑을 열었다.

생선 가시를 바를 비닐을 꺼내고 생선이 구워지는 동안 괜스레 밥상에 그릇들을 한 번씩 매만졌다.

평소보다 내 밥그릇에 밥을 더 펐다. 보호자분께 여러 번 식사 차리는 수고로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밥을 배불리 먹자.

세상에. 하늘도 무심하시지.

나는 밥을 다 먹자마자 화장실. 모든 것을 비우고 나왔다.

나는 언제쯤 내가 먹을 밥을 차릴 수 있을까?

하루 종일 보호자분의 푸념이 계속되었고,

푸념이라기보다는 팩트폭격이기는 하지만 (맞는 말)

그럴 땐 어떤 이들은 너무 많은 팩트폭격을 겪어서 배부르다고들 하지만 -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 나의 대단한 소화력에 감탄하며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회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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